2024년 리브(LIV) 골프 리그 제다 대회에 출전하는 앤서니 김. 사진은 과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경기하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2024년 리브(LIV) 골프 리그 제다 대회에 출전하는 앤서니 김. 사진은 과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경기하던 모습이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홀연히 골프 코스를 떠났던 재미교포 앤서니 김(38)이 거의 12년 만에 선수로 돌아온다. 왼쪽 발목의 아킬레스건을 수술한 뒤 더 이상 골프를 안 한다는 조건으로 보험사로부터 거액의 보험금을 받고 골프채 놓았다가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의 부름을 받고 LIV 골프대회에 출전한다. 

 

미국 국적의 앤서니 김은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존재다. 한국 토종 선수 최경주는 한국인의 자부심으로 받아들이지만 앤서니 김은 멀리 느껴졌던 게 사실이다. 우선 국적이 미국인 데다 한국말은 할 줄 알지만 굳이 한국인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국인 부모를 둔 앤서니 김은 로스엔젤레스에서 태어난 이민 2세로 오클라호마대학을 나오기까지 미국식 교육을 받으며 성장했다. 전형적인 몽골리안의 외모에 짧은 머리, 미국식과는 거리가 먼 몸짓과 표정 등은 영락없이 한국인이다.

 

키 173cm에 80kg의 앤서니 김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타이거 우즈를 이을 차세대 스타로 주목받았다. 오클라호마주립대 재학 중이던 2005년 미국과 영국의 남자골프 국가대항전인 워커컵 대회에 최연소 미국 대표로 출전, 맹활약했다. 워커컵 대회 사상 첫 동양계선수이자 타이거 우즈 이후 두 번째 비백인(非白人) 선수였다.

 

대회 첫날 미국의 자존심 필 미켈슨과 팀을 이뤄 포섬과 포볼경기에 모두 1번 타자로 나선 그는 1승1무로 ‘미국의 선봉장’으로 나섰다. 이때부터 그에겐 ‘라이언’이란 애칭이 따라다녔다. 

 

3학년 때 대학을 중퇴하고 프로로 전향, 2007년 PGA투어에 뛰어든 그는 2008년 와코비아 챔피언십에서 첫승을 올린 뒤 같은 해 AT&T 내셔널챔피언십에서도 우승했다.

 

같은 해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인 라이더컵에 미국 대표로 출전, 최종일 싱글매치플레이에서 유럽의 간판 세르히오 가르시아(스페인)를 상대로 4홀 남기고 5홀 차로 꺾는 파란을 일으켜 미국 승리의 일등 공신이 되면서 타이거 우즈의 후계자로서 자리매김했다.

 

이어 9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 이스트레이크골프장에서 열린 PGA투어 플레이오프 최종전 투어챔피언십에서 대선배 필 미켈슨과 세르히오 가르시아, 카밀로 비제가스(컬럼비아)와 숨막히는 선두 경쟁을 벌여 타이거 우즈를 이을 선수임을 입증했다. 최정상급 선수 30명만 출전, ‘골프의 올스타전’으로 불리는 이 대회 첫날 4타차 선두로 독주한 그는 이튿날까지 선두를 지키다 셋째 날 세르히오 가르시아에게 선두를 내주었으나 젊은 사자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비록 마지막 라운드에서 한 타 차이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해 카밀로 비제가스가 우승컵을 차지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지만 그의 천재성은 온전히 드러났다.

 

2010년 셸 휴스턴오픈에서 3승째를 거둬 타이거 우즈, 필 미켈슨, 세르히오 가르시아, 애덤 스콧에 이어 만 25세 이전에 PGA투어 3승을 올린 다섯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앤서니 김은 2012년 5월 웰스파고 챔피언십 2라운드를 마친 뒤 종적을 감췄다. 나중에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이어 보험회사로부터 앞으로 골프를 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1000만 달러를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뿐 그의 사생활은 베일에 가려졌었다.

 

그런 앤서니 김이 3월1일부터 사우디아라비아 제다 인근 로열 그린스 골프&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LIV 골프 제다 대회에 출전한다. 

 

LIV골프는 원래 4명의 선수로 구성된 13개 팀에 2명의 와일드카드를 포함해 총 54명이 뛰는데 앤서니 김은 팀에 소속되지 않은 와일드카드 선수 2명 중 한 자리를 차지한다. 12년간 경기에 나가지 않았던 앤서니 김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이고 있지만 결과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중상위권에만 든다면 앞으로 그의 상품 가치는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골프를 안 한다는 조건으로 이미 수령한 부상 보험금 1000만 달러 반납해야 하는데 LIV 골프에서는 이보다 훨씬 많은 계약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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