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사진=금융위원회 제공)

3년에 걸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는 수많은 사람들을 궁지에 몰아넣었다. 봉쇄를 위시한 영업 규제로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컸다. 대출에 의존해 연명했으나 미래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

저금리는 부동산·주식 등 자산 가격을 밀어 올렸는데 은행 빚을 얻어 시장에 뛰어들었다가 상투를 잡은 사람들도 적지 않다. 그런 와중에 은행은 보기 드문 호황을 누렸다. 지난해 국내 은행의 영업이익은 26조 7000억원에 이른다. 500대 기업 영업이익 236조원의 10%를 뛰어 넘는다.

은행의 수익 구조는 독특하다. 이자이익(이자수익–이자비용)과 비이자이익(수수료·신탁·유가증권·외환파생 관련이익)을 합친 것을 총이익이라고 하며 여기서 각종 비용을 빼서 영업이익을 구한다. 이자이익이 55조 9000억원으로 비이자이익 3조 4000억원을 압도한다.

이자이익은 간단히 말해 대출에서 받은 이자에서 예금주에게 준 이자를 뺀 이익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라는 말을 듣지만 은행의 본질적인 수입이다. 이자이익이 너무 많이 나면 당연히 은행이 폭리를 취한다는 비난을 받게 된다.

대출이자는 높게, 예금이자는 낮게 책정해 손쉽게 돈을 번다는 것이다. 금리의 변동기는 예대금리 차이를 벌리기 쉬운 시기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코로나19로 2020년 5월 0.5%까지 낮아졌다. 이후 2021년 8월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올해 1월 3.5%까지 오른 다음 동결되고 있다.

예대금리 차이는 2021년 12월 2.21%에서 지난해 12월 2.55%로 벌어졌다. 대출이자는 빨리, 예금이자는 천천히 올리고 있는 것이다. 그에 따라 이자이익도 46조원에서 55조 9000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은행에 대한 비판에 근거가 없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계대출이 대부분 변동금리로, 기준금리 추이를 곧바로 반영하지만 예금금리는 그렇지 않다. 예·적금은 가입 시점의 금리에 고정되는 경우가 많고 급여통장과 법인의 수시입출금 계좌는 금리가 극히 낮은데다 거의 변하지 않는다. 더구나 은행은 가산금리를 조정하는 방법으로 실질적인 예대금리 차이를 확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은행에 횡재세를 부과하자는 여론이 끓고 있다. 은행의 이익 증가는 대출자의 부담 증가와 대응한다는 점에서 그러한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물론 예대금리 차이 확대만이 이자이익 증가의 원인은 아니다.

부동산 광풍으로 대출이 크게 늘어난 것도 중요한 요인이다. 2017년 1504조원이던 국내 은행 대출 잔액은 지난해 2165조원으로 44% 증가했다. 이 시기 가계대출이 폭증한 것과 맞아떨어진다.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은 저금리와 정부의 느슨한 부동산 규제에 기인한 것이므로 은행을 탓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수혜를 크게 입은 데다 예대금리 차이를 확대함으로써 이익을 증폭시켰으므로 원성이 쏠리는 것은 불가피하다.

더구나 은행의 성과급 잔치와 주주에 대한 환원 확대는 불만을 고조시킨다. 올해 은행은 약 1조 5000억원을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또한 은행은 디지털화에 따라 점포 수를 줄이면서 희망퇴직을 활성화하고 있는데 그 규모도 만만치 않다.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은행권 희망퇴직자 수는 1만 7402명으로 이들에게 지급된 퇴직금은 9조 6047억원에 달한다. 평균 퇴직금은 5억 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배당과 자사주 매입·소각으로 대표되는 주주환원도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해 주주환원율은 KB금융 34.5%, 신한지주 29.8%, 하나금융지주 27.4%, 우리금융지주 26.2%에 이른다. 주주환원율은 배당과 자사주 매입금액을 당기순이익으로 나눈 것이다.

국내 금융지주사에 대한 외국인 지분율이 높기 때문에 이는 부의 유출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8월 28일 기준으로 4대 금융지주의 외국인 지분율은 KB금융 72.75%, 신한지주 59.47%, 하나금융지주 66.98%, 우리금융지주 35.47%를 기록하고 있다.

정부는 은행의 과도한 이익을 독점 체제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지난 2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개혁에 나섰다. 여기서 추진하는 과제는 은행권 경쟁 촉진, 보수 체계 개선, 고정금리 비중 확대, 사회공헌 활성화, 손실흡수능력 제고, 비이자이익 비중 확대 등이다.

그러나 독점 이익을 억제한다는 목적에 부합하는 것은 은행권 경쟁 촉진 정도인데, 이것이 마땅한 대안인지 의문이다. 정부는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소규모 전문은행 인가, 자본금 규제 완화를 통한 진입 촉진 등을 경쟁 활성화의 수단으로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5개의 시중은행도 우리 경제 규모에 비춰 적다고 볼 수 없다. 미국은 JP모건, 뱅크 오브 아메리카, 씨티, 웰스 파고은행 등 4대 은행 체제이며 일본은 미쓰비시UFJ, 미쓰이스미토모, 미즈호 등 3대 은행 체제다.

은행의 자본금 규모가 클수록 위기 대응 능력이 높아지며 고객은 안전하다고 느낀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 사태처럼 전문화된 은행이 위기의 도화선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우리나라는 이미 인터넷전문은행을 도입했지만 이들의 존재로 경쟁이 심화됐다는 증거는 없다.

은행은 진입은 물론 운영도 엄격하게 규제되는 산업이다. 경제에 피와 산소를 공급하는 심장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가 다른 산업처럼 진입을 자유롭게 허용해 경쟁을 촉진하고, 그 과정에서 다수 은행이 파산하도록 방치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한 은행의 파산은 공포 심리를 일으키며 뱅크런을 통해 다른 은행과 기업의 연쇄 부도로 이어진다.

따라서 단순히 은행을 늘려 수적 경쟁을 유도하기보다는 과도한 이익을 흡수해 이를 공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옳다. 일부에서는 이익이 많이 날 때는 정부가 거둬가면서 손실이 나면 보조해 주느냐는 논리로 비판한다. 그러나 은행이 부도 위기에 처하면 정부는 공적자금이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투입한다.

은행이 자발적으로 상생기금을 마련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정부의 압력이 없을 경우 생색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은행연합회가 발표한 ‘2022 사회공헌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서민금융 지원 금액은 3589억원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정부가 억지로 상생기금을 추진하는 것은 자의적인 규제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 횡재세를 통해 과도한 이익을 체계적으로 흡수하는 것이 옳다. 다만 과도한 이익에 대한 기준은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

징수한 횡재세를 어디에 쓸 것인가도 정할 필요가 있다. 은행의 공적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정적 금융 환경의 제공이다. 지금과 같이 모든 금융기관에서 연체율이 올라가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이 낸 세금은 기금으로 조성돼 안전판의 기능을 해야 할 것이다.

특히 제2금융권의 자체적인 충당금 적립은 충분하다고 볼 수 없다. 위기시에는 또다시 막대한 세금이 투입될 것이다. 은행의 횡재세는 여기에 사용됨으로써 국채의 발행이나 증세를 막는데 기여해야 할 것이다. 은행은 돈을 벌고 국민은 세금을 내서 금융 위기를 수습하는 행태가 반복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인호 객원기자 프로필

▲캘리포니아 주립대 데이비스 캠퍼스 경제학 박사 ▲KT경제경영연구소 IT 정책연구 담당(상무보) ▲KT그룹 컨설팅지원실 이사 ▲건국대 경제학과 겸임교수 등을 지낸 경제 및 IT 정책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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