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와 EO/IR 위성으로부터 획득된 영상 (좌: SAR 영상, 우: EO/IR 영상) 사진=브레이킹디펜스 홈페이지(https://breakingdefense.com)
SAR와 EO/IR 위성으로부터 획득된 영상 (좌: SAR 영상, 우: EO/IR 영상) 사진=브레이킹디펜스 홈페이지(https://breakingdefense.com)

북한의 주요 시설 및 군사적 동향을 정밀 감시할 목적으로 개발된 425사업 정찰위성 2호기가 지난 8일 오전 8시 17분(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사의 팰컨9 발사체에 탑재되어 발사됐다. 위성은 궤도 안착 후 첫 교신에도 성공함으로써 시험평가 기간을 거쳐 정찰임무를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이번 정찰위성 2호기는 합성 개구면 레이더(SAR) 위성으로 지상의 관심표적에 레이더 전파를 송신하고 반사돼 오는 수신신호를 시간차를 두고 합성해 영상을 생성하는 방식이다. 따라서 2호기 SAR 위성은 지난해 12월에 발사된 전자광학/적외선(EO/IR) 카메라 방식의 1호기 정찰위성과 달리 악천후 기상조건에서도 영상을 획득할 수 있는 강점이 있어 상호보완적 정찰임무 수행이 가능하다.

425사업의 4는 SAR 센서, 그리고 25는 EO/IR 센서를 탑재한 정찰위성을 뜻한다. 즉 인공위성의 눈에 해당하는 센서가 어떤 전파특성 또는 파장특성을 갖는가에 따라 전혀 상이한 느낌의 영상정보를 제공한다.

인류가 접근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위치의 우주공간에서 다양한 센서로부터 얻어지는 위성영상은 군사적·상업적 목적이 아닌 예술적 관점에서의 활용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 이러한 새로운 시도는 과거 백남준 작가가 시도한 비디오아트처럼 창의적 영역에서의 우주예술이라는 문화예술적 장르 창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우주산업은 상업적·안보적 가치는 물론 미래 신성장 동력을 견인할 산업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인류의 문화예술은 구석기 시대부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의 과학기술 혁신과 함께 맞물려 동반성장해 왔다. 이에 시대에 따른 과학기술과 예술의 발달과정으로부터 다가오는 우주시대의 문화예술 분야의 새로운 가치 창출이 기대된다.

원시인류는 자연에서 획득한 돌을 생존수단의 도구로 활용함과 동시에 수렵활동을 하는 모습 등을 기하학적 무늬 또는 기호를 이용해 동굴 벽화나 토기에 새겨 그들의 심미성을 담아 알타미라 동굴벽화와 같은 인류 최초의 예술작품을 탄생시켰다.

과학과 예술이 함께 가장 큰 발전을 이룬 중세시대를 대표하는 르네상스 시대에는 원근법 등 사물을 표현하는 방식에 있어 일대 혁신을 이뤘으며, 오늘날 건축공학, 공학설계 분야에서 3차원 모델링의 근간이 됐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적인 공학자이자 예술가였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공학 및 의술 그리고 예술영역을 통합하는 시도를 통해 오늘날 현대 공학 예술의 모티브를 제공했다. 

실제로 오늘날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키워드인 초연결과 초융합이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의해 최초로 시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이 실제 현상을 바라보는 가장 확실한 지식의 원천이라고 생각했다. 이러한 시각적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과 인체공학이 융합된 인체의 기하학적 비례 그림, 인공 새 비행기, 헬리콥터형 공중나사 등 다수의 융복합 작품을 탄생시켰다.

1차 산업혁명 초기에 사진이라는 과학 문명을 경험한 예술가들은 초반에는 과학기술 발전의 경이로움에 활동이 위축되기도 했으나, 이로 인해 시각적 예술문화 고도화를 이루게 됐다. 현실적인 시각 재현에 본질을 두는 사실주의 패러다임의 요구로 빈센트 반 고흐, 폴 고갱, 에두아르 마네, 클로드 모네로 대표되는 인상주의 화풍이 등장했으며 서구 현대미술의 큰 흐름을 만들어 내는 계기가 됐다.

19세기 중반 이후 2차 산업혁명기에는 철강, 화학, 전기산업의 일대 혁신을 시작으로 과학기술에도 혁명적 변화가 일어났다. 20세기 초 무선통신, 엑스레이, 영화, 자동차, 항공기 등 과학기술 혁신이 생산설비 시설 구축에 의한 대량생산을 가능하게 해 마르셀 뒤샹을 중심으로 기존의 캔버스와 물감만을 사용했던 회화형식을 벗어난 설치예술의 장르가 확립됐다. 이는 훗날 미디어 아트 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21세기 초에는 정보통신혁명에 따른 통신기술의 고도화로 컴퓨터와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했다. 이에 따라 컴퓨터 테크놀로지를 기반으로 디지털 환경에서 미를 추구하는 미디어 아트의 시대가 도래했다. 앤디 워홀로 대표되는 팝아트가 등장했으며, 기술과 예술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개념의 미를 찾는 시도가 확장·발전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과학기술의 발전이 문화 예술영역에 미치는 영향이 점차 커지고 있으며, 예술과 기술의 경계선을 허무는 새로운 융복합 예술 창작물이 탄생하고 있다. 군사용으로 쓰이던 드론의 활용범위가 새로운 개념의 예술공연 문화까지 확장되고 있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가상현실(VR)을 이용한 예술전시, 딥러닝 학습에 기반한 인공지능(AI)과 예술이 결합된 AI 아트 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는 인류의 화성이주를 위한 기술적 도전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 재사용 발사체, 우주 인터넷, 초소형 위성 등 뉴스페이스 패러다임에 기반해 빠르게 성장하는 우주기술은 자원문제, 환경문제 등 인류가 직면한 여러 현안을 해결해줄 수 있는 대안 기술로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지식의 원천이 된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적 관점, 1차 산업혁명기에 카메라가 만들어낸 사진영상이 시각적 예술문화의 고도화로 이어진 것과 같이 이제 위성으로부터의 시각적 관점과 위성이 만들어 내는 영상기술이 우주예술이라는 새로운 문화예술의 장르를 개척해 갈 것으로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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