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한읍 마을호텔18번가
고한읍 마을호텔18번가

정선 만항재는 화려한 여름 꽃을 피워내는 아름다운 고개다. 해발 1330m에 위치한 고개 주변으로 형형색색의 야생화들이 수를 놓는다. ‘천상의 화원’이라는 수식어가 지나치지 않다.     

정선 고한읍을 거쳐 414번 도로에 접어들면 함백산으로 향하는 길이다. 길 정상에는 도로로 연결되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가 위치했다. 

“저 앞 함백산 자락은 태백, 휴게소는 정선, 3m 옆 화장실은 영월이래요.” 휴게소 여주인의 말처럼 자동차가 다니는 가장 높은 고개인 만항재는 독특한 사연을 담고 있다. 만항재 정상에서 태백, 정선, 영월로 가는 길이 갈린다. 

300여종 꽃 피는 가장 높은 고개

만항재는 여름이면 야생화 천국으로 변신한다. 만항재 일대는 국내 최대 야생화 군락지중 한 곳으로 정상 쉼터 주변에 ‘하늘숲 정원’, ‘산상의 화원’, ‘바람길 정원’ 등 소공원이 조성돼 있다. 높은 산을 어렵게 걸어 오르지 않고도 귀한 야생화를 만날 수 있다. 300여종의 야생화가 피며 가을까지 투구꽃, 벌개미취 등 40여종의 들꽃을 만날 수 있다. 

소공원중 꽃들이 흐드러진 ‘산상의 화원’ 산책로는 꼭 걸어볼 만하다. 소공원에서는 해설사가 꽃에 대한 설명을 들려준다. 만항재에서는 인근 두문동재까지 본격적인 야생화 트레킹에 나설 수도 있다.  

“이곳 만항재는 함백산과 태백산이 마주보고 있어 기가 센 곳이래요. 예전에는 백호랑이가 길을 막곤 했더래요.” 나이 지긋한 해설사는 폐광촌이 된 만항마을 전설도 꺼내고, 마을 주민들이 삼탄목장에서 젖소를 키우며 고개를 넘나든 기억도 되살려낸다. 백두대간 고갯마루에서 보면 야트막한 야산인데 함백산은 높이가 1,573m나 된다. 정선까지 구불구불한 길이 옹골찬 능선 사이로 펼쳐진다. 

만항재 표석
만항재 야생화 산책로
만항재 산상의화원

탄광촌 골목에서 마을호텔 변신 

만항재에서 내려서면 만항마을이다. 예전에는 꽤 번잡한 탄광촌이었지만 지금은 그 흔적들만 남아 있다. 만항마을 일대는 닭백숙을 파는 식당들 몇 곳이 이방인들을 반긴다.   

만항마을 아래 정암사는 자장율사가 신라 선덕여왕때 진신사리를 봉안한 곳으로 사리가 봉안된 수마노탑은 만항재, 함백산을 바라보며 고독하게 서 있다. 고려시대때 모전석탑인 수마노탑은 2년전 국보로 지정됐다. 정암사는 천연기념물인 열목어가 사는 사찰로도 유명하다. 

만항재 여행의 기점인 고한읍은 옛 마을이 정감 넘치는 호텔골목으로 변신해 눈길을 끈다. 고한우체국 인근의 마을호텔18번가는 ‘골목에 누워 있는 호텔’을 표방한 곳이다. 고한읍 18리 주민들이 골목상점을 하나로 모아 협동조합 형태로 호텔을 운영중이다. 민박집은 호텔객실로 탈바꿈했고, 마을회관은 연회장, 기획사는 비즈니스센터로 쓰인다. 공예카페에서는 조식을 제공하며 사진관. 중국집, 연탄구이 고깃집, 세탁소 등 10여 상점이 투숙객에게 이용료를 할인해주고 부대시설로 함께 한다. 집집마다 담벽에 화분을 놓아 정원처럼 단장한 골목은 사진촬영 장소로 인기 높다.   

마을호텔 18번가 문패
정암사 수마노탑

여행메모

교통: 만항재까지는 사북, 고한을 거쳐 414번 도로를 이용한다. 고개 꼭대기까지 차량으로 이동이 가능하다. 서울에서 고한읍까지 열차와 버스가 다닌다.

음식: 고한 일대에는 연탄구이 고깃집이 유명하다. 고한읍 시장 주변에 식당들이 다수 있으며 곤드레밥, 막국수 등을 맛 볼 수 있다.  

기타: 고한읍에서 정암사 가는 길의 삼탄아트마인은 탄광시설을 문화체험갤러리로 꾸민 곳이다. 고한읍 물한리길에서는 벽화가 그려진 옛 하천변 골목을 따라 고즈넉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곤드레나물밥
물한리길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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