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바이오 USA' 지난 6일 폐막
대통령실까지 지원사격…승부처로 떠오른 '바이오 안보'
파트너링 활발…기술력으로 삼바·셀트 등 미팅 초과 달성

바이오USA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 전경. 사진=최성수 기자
바이오USA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 전경. 사진=최성수 기자

[샌디에이고(미국)=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미국 정부가 추진 중인 생물보안법의 영향으로 우리의 실적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됩니다.”

미국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에서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6일까지 열린 세계 최대 제약바이오 전시회 ‘2024 바이오 인터내셔널 컨벤션(바이오USA)’에서 국내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은 한목소리로 이같은 기대감을 나타냈다.

10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바이오USA는 한마디로 ‘바이오 안보’로 요약된다.

생물보안법은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군사‧정보 기관과 협력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고 있어 미국 연방정부 및 행정기관이 해당 기업들과 거래를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미 상원과 하원 위원회를 통과했고,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이에 글로벌 위탁개발생산(CDMO) 톱3 기업인 우시바이오로직스 등 다수의 중국 기업이 이번 바이오 USA에 불참했다.

여기에 미국 국방부 소속 장교 출신의 폴 프레드릭스 대통령 부보좌관 등 안보와 관련된 인사들이 이번 바이오USA에 연사로 참여하면서 양국간 긴장감이 고조됐다.

한국기업들은 양국간 갈등을 기회로 삼았다. 중국이 빠진 자리를 채웠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전체 참가자 69개국 1만9000여명 중 한국인 참가자수는 악 1100명으로 미국 다음으로 많았다.

한국 참가 기업수도 역대 바이오USA 행사 중에 최대 규모다. 개별 부스를 차린 기업을 포함해 바이오협회와 코트라가 지원하는 한국관에 부스를 차린 기업까지 합치면 총 47곳(기관 포함)이 이번 행사에 참가했다.

 3일(현지시간) 바이오USA에 등록하려고 방문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최성수 기자
지난 3일(현지시간) 바이오USA에 등록하려고 방문자들이 줄을 서고 있다. 사진=최성수 기자

특히, 이례적으로 대통령실 인사까지 이번 바이오USA를 참관하면서 국내 기업들 지원사격에 나섰다.

왕윤종 국가안보실 제3차장과 최선 과학기술수석실 첨단바이오비서관, 김현욱 경제안보비서관 등 대통령실과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은 지난 4일 한국관 및 주요 기업 부스를 방문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론자, 싸이티바 등 주요 기업 부스에 들러 바이오 의약품 CDMO 사업 및 글로벌 의약품 공급망 관련 짧은 대화를 나눴으며, 마지막에는 한국관에서 한국 바이오 기업들의 해외 진출을 격려했다.

업계 관계자는 “바이오 국제 행사에 정부 고위급 관계자가 방문한 것은 이례적인 일로, 현 정부가 바이오 의약품 공급망 이슈에 주목하고 이를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한국에 대한 관심 늘었다”…파트너링 논의 활발

행사장 곳곳에서 만난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 관계자들은 생물보안법이 통과되면 수혜를 볼 것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났다. 이전 대비 한국기업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는 바이오USA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오보안법의 영향으로 단정할 순 없으나, 전시회‧학회 참석, 화이트 페이퍼 편찬, 웨비나 등 당사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인해 최근 다양한 고객사들로부터 수주 관련 문의가 2배 이상 증가했다”며 “시장 수요 소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는 “5년 전만 해도 바이오의 중심이 중국으로 넘어가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중국기업들이 바이오USA에 단독 부스를 차렸다”며 “지금이 한국에게 굉장한 기회”라고 말했다.

김경진 에스티팜 대표는 “우리가 하고 있는 mRNA CDMO의 경우 상위 경쟁사 모두 중국 원료의약품(API)을 활용하는 데 반해 에스티팜은 자체적으로 공급하는 만큼 생물보안법에서 자유롭다”고 강조했다.

바이오USA 셀트리온 부스 전경. 사진=최성수 기자
바이오USA 셀트리온 부스 전경. 사진=최성수 기자

실제로 이번 바이오USA에서는 국내 기업 대부분 파트너링에 대한 논의가 이전 대비 크게 늘었다.

전시장 ‘명당’에 국내 기업 최대 규모(42평·139㎡)로 부스를 꾸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하루 평균 방문자수만 1000여명, 나흘간 4000여명이 다녀갔다.

셀트리온은 올해 바이오USA 전체 기간 동안 1600명 이상이 부스를 방문해 전년 대비 2배 이상 많은 방문객 수를 기록했다. 기업들과의 미팅은 목표로 했던 150건을 초과 달성했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이번 바이오USA를 통해 주력 사업인 바이오시밀러를 비롯해 후속 파이프라인, ADC, 항체 신약 등 제품에서부터 유통 세일즈, 바이오 클러스터, 오픈이노베이션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미팅을 가지며 합병 이후 바이오 산업의 원스톱 시스템을 구축한 셀트리온 사업 영역에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잠재적 파트너십 마련을 도모했다”고 강조했다.

바이오USA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팜 공동 부스 전경. 사진=최성수 기자
바이오USA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이오팜 공동 부스 전경. 사진=최성수 기자

SK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부스를 꾸린 SK바이오팜은 행사 기간 약 200여건의 미팅을 진행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상무)이 이번 행사에 참석해 힘을 보탰다.

차바이오그룹은 마티카 바이오테크놀로지 부스와 차바이오텍·CMG제약·차백신연구소가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을 소개하는 차바이오그룹 부스를 운영했으며, 이번 행사에서 총 100여 건의 파트너링 미팅이 진행됐다.

오상훈 차바이오텍 대표는 “100개 이상의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과 개발 중인 파이프라인에 대한 논의했고, 후속 미팅을 통해서 기술수출 및 공동연구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미국 생물보안법 등 변화된 환경으로 텍사스에 CGT CDMO 시설을 갖추고 있는 마티카 바이오에 적극적인 관심을 표명한 기업들 위주로 후속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관 기업 부스와 상담장도 연일 방문객들로 붐볐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올해 한국관에서는 총 400여 건의 상담이 이뤄졌으며 기업 부스와 공동상담장 외에도 비즈니스 포럼 미팅 장소에서까지 꾸준히 상담이 이뤄졌다.

◇진일보한 기술력…가능성 확인한 ‘K바이오’

바이오 안보와 별개로 이번 바이오USA 현장은 국내 기업들의 진일보한 기술력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바이오USA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 벽면에  CDO 플랫폼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최성수 기자
바이오USA 삼성바이오로직스 부스 벽면에  CDO 플랫폼이 소개되고 있다. 사진=최성수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바이오USA에서 CDO 플랫폼 ‘에스텐시 파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에스-텐시파이는 첨단 배양기술을 적용해 고농도 바이오 의약품 개발을 지원하는 플랫폼이다. 2019년 위탁생산(CMO)에 적용했던 ‘엔 마이너스 원 퍼퓨전’(N-1 Perfusion) 기술의 범위를 확장시켜 CDO에 적용시킨 것이다.

에스-텐시파이에 적용된 N-1 퍼퓨전 기술을 통해 최종세포배양 직전 단계(N-1) 단계의 접종세포농도(Inoculation cell density)를 평균 30배까지 높여 최종세포배양단계(N)에 접종 시 생산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차세대 기술로 떠오르는 표적단백질분해(TPD) 후보물질 현황을 공개했다.

자회사인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는 발표를 통해 P300 선택적 분해제와 SMARCA2 분해제 △IKZF2 분자 접착제 분해제 △에스트로겐 수용체 분해제 △STAT3 이중기능 분해제 등이 계획대로 개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P300 선택적 분해제와 SMARCA2 분해제에 대해 “베스트 인 클래스’(계열 내 최고)가 될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도 했다.

에스티팜은 유전자 가위 기술인 크리스퍼(CRISPR/Casx) 위탁개발생산(CDMO) 사업을 론칭했다는 사실을 이번 바이오USA를 통해 공개했다.

김경진 대표는 “진 에디팅과 관련돼서 크리스퍼라고 하는 그런 컨셉에 mRNA, 가이드 RNA까지 다 합쳐가지고 LNP 인캡슐레이션(LNP encapsulation)해보는 새로운 CDMO를 론칭했다”면서 “새로운 CDMO에 대한 문의가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놈앤컴퍼니는 이번 바이오USA 기간 중 스위스 소재 제약사 디바이오팜에 신규타깃 ADC용 항체 ‘GENA-111’을 총 5860억원 규모로 기술이전 했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이르면 내년 하반기쯤 임상 1상에 착수할 방침이다.

5일 BIO USA 2024 부대행사로 열린 ‘코리아 바이오텍 파트너십(KBTP) 행사 모습. 사진=최성수 기자
5일 BIO USA 2024 부대행사로 열린 ‘코리아 바이오텍 파트너십(KBTP) 행사 모습. 사진=최성수 기자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역대 최대 규모의 한국관뿐만 아니라 매우 성대한 규모의 네트워킹 행사까지 성공적으로 개최했다”며 “이번 바이오 USA에서 한국 기업의 혁신적인 기술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빛을 발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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