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한국이 토스를 올렸다면 싱가포르가 스파이크를 날려 태국을 밀어내고 중국을 월드컵 3차예선을 보냈다.
기적같이 3차예선에 오른 ‘14억 인구’의 중국이 벼랑 끝에서 살아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도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실제로 FIFA는 이 소식을 전하며 “드라마틱한 결과”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태국은 11일(이하 한국시각) 오후 9시30분 태국 방콕의 라차망칼라 국립 경기장에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6차전 싱가포르와의 홈경기에서 3-1로 승리했지만 중국에 밀려 C조 3위로 3차예선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과의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먼저 경기를 마친 중국이 2승2무2패 승점 8 골득실 0, 9득점 9실점으로 2차예선을 끝내면서 태국은 3골차 이상으로 승리하거나 4-2 이상의 승리가 필요했다.
전반전을 1-0으로 앞선채 마친 태국은 두골이 필요했지만 후반 12분 충격적인 동점골을 허용하며 경기 계획이 모두 꼬였다. 이후 후반 34분과 41분 골을 넣으며 3-1까지 앞서갔지만 딱 한골을 더 넣지 못한채 3-1 승리하는데 그쳤다.
이로 인해 중국과 태국은 2승2무2패 승점 8 골득실 0, 9득점 9실점으로 모두 동률을 이뤘다. 이 경우 양팀의 상대전적으로 순위를 가르는데 중국이 태국을 상대로 1승1무를 거뒀기에 결국 중국이 승점, 골득실, 다득점, 실점 등 모든 것에서 동률을 이루고도 기적같은 조 2위로 3차 예선에 진출하게 됐다.
일단 중국이 한국 원정에서 ‘고작’ 0-1로 밖에 지지 않은 것이 놀라웠다. 이미 싱가포르 원정에서 무려 7-0 대승을 거두고 온 한국이었고 중국 원정에서도 3-0으로 이긴 바 있기에 얼마나 많은 골을 넣을지 관심이 모였다. 하지만 중국은 철저한 수비 축구로 버텨냈고 단 1실점만 했다. 그렇게 골득실차가 마이너스가 되지 않게 만든 중국은 이제 공을 싱가포르에게 넘겼다.
싱가포르는 사실 이날 경기를 이기든 지든 조 4위로 마치는건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의지를 가지고 경기에 임했고 전반전을 고작 0-1로 마치는 것은 물론 후반 12분 동점골까지 넣으며 승리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물론 이후 2실점해 지긴 했지만 후반 막판까지 더 실점하지 않기 위해 수비들은 몸을 날렸고 골키퍼 역시 엄청난 선방쇼를 보였다.
그렇게 싱가포르가 몸을 날려 더 실점하지 않았던 것이 결정적 도움이 됐다. 만약 1실점만 더 했다면 태국이 골득실에서 앞서 조 2위가 될 수 있었지만 싱가포르가 버텼기에 골득실, 다득점에서 앞서지 못해 결국 승자승에서 중국에게 뒤지고 말았다.
결국 한국이 적은 득점으로 승리하는 ‘토스’를 올려줬고 싱가포르가 3점차 이상으로 패하지 않는 선전으로 ‘스파이크’를 때려 중국의 기적같은 조 2위 3차예선 진출을 만들어준 것이다.
이번 월드컵부터는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어나며 아시아는 4.5장에서 8.5장으로 대폭 늘어나는 혜택을 받았다. 3차예선만 진출하면 본선 진출까지 최대 3번의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각 6개팀씩 3개조로 나눠 그 조에서 2위 안에만 들면 자동 본선 진출이며 3위나 4위를 하면 4차예선에서 또 조를 나눠 ‘패자부활전’ 형식의 경기를 할 수 있게 된다. 두 개조를 나눠 여기서 각 조 1위를 하면 또 월드컵 본선 진출이 가능하며 2위를 해도 2위팀간 플레이오프에서 승리하면 대륙별 플레이오프로 0.5장을 갖고 싸울 수 있다.
이처럼 기존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늘린 이유를 세계에서는 FIFA의 중국 시장 공략으로 보고 있다. 14억 인구의 중국이 월드컵 본선에 나와야 파급 효과가 훨씬 대단한데 2002 한일월드컵 이후 20년 이상 월드컵 본선을 나오지 못하는 중국 축구를 어떻게든 월드컵에 오게 하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한다.
이렇게까지 FIFA에서 노력을 했는데 2차예선에서 떨어졌다면 구제도 안됐다. 하지만 이렇게 기적적으로 3차예선을 갔기에 이제 최대 3번의 기회를 잡을 수도 있는 중국이 된 것이다.
피파는 아시아 2차예선 종료 소식을 알리며 “중국이 태국에 간발의 차로 앞서 3차예선에 진출했다”며 “마지막날 드라마틱한 결과가 나왔다. 중국은 태국의 경기를 지켜보며 손에 땀을 쥐었을 것”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