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들의 의도 잘 전달하는 것이 배우의 본분"

배우 신혜선
배우 신혜선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배우 신혜선은 최고 시청률 45.1%를 기록한 대표작 '황금빛 내 인생'(2017)을 비롯해 '비밀의 숲'(2017),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2018), '철인왕후'(2020), ‘웰컴투 삼달리’(2024) 등으로 '시청률 제조기', '시청률의 여왕' 등으로 불리며 오랜 시간 흥행 드라마의 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지켜오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높은 흥행 타율을 선보이고 있지만 영화 필모그래피를 살펴보면 흥행성보다는 도전 의식이 더 크게 느껴진다. 첫 주연 영화 '결백'(2020)을 시작으로 '도굴'(2020), '용감한 시민'(2023), '타겟'(2023)까지 미스테리 스릴러부터 액션물, 범죄극, 블랙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며 제 몫을 톡톡히 펼쳐보이고 있다. 작품의 선택도 등장하는 장면 하나도 허투루 펼쳐내 보인 적 없는 신혜선의 선택이었던 만큼 그의 영화 출연작들은 장르적 재미와 캐릭터의 매력지수가 꽤 높다.   

신인 감독 김세휘가 연출을 맡은 ‘그녀가 죽었다’는 훔쳐보기가 취미인 공인중개사 구정태(변요한)가 관찰하던 SNS 인플루언서 한소라(신혜선)의 죽음을 목격하고 살인자의 누명을 벗기 위해 한소라의 주변을 뒤지며 펼쳐지는 미스터리 추적 스릴러다. ‘그녀가 죽었다’는 공인중개사라는 직업을 이용해 남의 삶을 훔쳐보는 구정태와 타인의 관심을 훔쳐 사는 인플루언서 한소라의 잘못된 만남으로부터 출발해 반전의 반전을 거듭하며 서스펜스를 극대화시키고 현대 사회 속 SNS의 과도한 활용으로 인한 폐해까지 꼬집는다. 지난달 15일 개봉한 '그녀가 죽었다'는 지난 5일까지 100만 관객을 모으며 손익분기점 돌파를 향해 바짝 다가섰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신혜선은 "드라마에서 로코나 멜로를 주되게 선보였다면 영화에서는 다른 결의 작품들을 고르고 있다. 선한 역을 많이 해왔기에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악역도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소라 역은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 너무 극단적 인물이기에 이해하면서 연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대로 잘 표현하려고 했다"며 출연 소감을 밝혔다.

배우 신혜선
배우 신혜선

- 연기 잘 하는 배우 신혜선의 의외의 선택이다. 비호감 캐릭터를 쉽게 선택하기는 어려웠을텐데?

▶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 나레이션이 계속 나오더라. 한소라라는 캐릭터가 연기하기에 재미있겠다는 매력이 있었고 나레이션을 잘 보면 자기 변명이 주된 내용이다. 마치 스스로에게 거짓말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자신의 거짓말에 잠식되는 모습이랄까. 일상적 모습과 속마음이 괴리된 모습이 이중적인 면으로 잘 표현되어 있었다. 참신하고 신박했다. 시나리오를 읽을 때도 촬영하면서도 재미있더라.  

- 실제 연기를 통해 한소라를 구현한 뒤 스크린 속 모습을 보며 어떤 감정이 들었나. 

▶ 징그럽고 낯설었다. 제가 제 연기를 평가할수는 없지만 편집이나 여러 상황들이 모여 소라가 가증스럽게 보일수 있도록 잘 편집된 것 같다. 제가 가진 요건 안에서 그 친구를 표현해야 했기에 가장 저 스스로에게서 가증스러운 부분들을 꺼내어 쓴 것 같다.  

배우 신혜선
배우 신혜선

- 영화 '그녀가 죽었다’는 파워 인플루언서인 한소라를 통해 SNS의 폐해를 다루고 있다. 연예인과 SNS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데 평소 SNS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나. 

▶ 개인적으로는 SNS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 중 하나다. 게시물을 올리기는 하지만 그 앱을 자주 켜본 적이 없다. 다양한 기사와 사건들을 통해 SNS의 폐해는 잘 알고 있는 편이다. 현대 사회인이라면 모두들 잘 아실 거다. 다만 우리 영화가 공개된 이후에 우리 영화 속 일들이 실제 SNS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의 주된 사실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셨으면 한다. 인플루언서라는 직업이나 SNS 자체를 비판하기 위한 영화는 아니다. 다만 남에게 관심을 받기를 좋아하고 자신을 꾸미는 사람을 극단적 성향으로 보이게 할 직업을 찾다가 한소라의 직업을 택하신 것 같다. 조롱이나 희화화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 최근 선보인 영화 3편 '타켓'(박희곤 감독), '용감한 시민'(박진표 감독), '그녀가 죽었다' 모두 상당 분량의 액션신이 존재한다. 특히 '용감한 시민'과 '그녀가 죽었다'에서는 각각 상대역 이준영, 변요한과 대등한 액션 대결을 펼치며 카리스마를 자랑하기도 했다. 최근 이런 작품드을 연달아 고르는 이유는.

▶ 그때 그때의 감정 상태에 따라 다른 것 같다. 개봉의 순서나 공개 시기는 제가 관여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 다만 제가 작품을 고를 때 기준 중 하나가 비슷한 역할을 반복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지금 어떤 역할을 연기했다면 다음 작품에서는 대비되는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장르가 로맨틱 코미디와 멜로가 겹칠수는 있겠지만 인물의 성격은 대비될 수 있게 고른다거나 그런 방법을 택한다. 드라마에서는 멜로나 로코가 주를 이뤘지만 영화에서는 다른 내용의 이야기들을 선택하려는 것 같다. 저 나름은 최근의 영화 3편의 선택에 대해 꽤 뿌듯해하고 있다. 드라마와 결이 다른 영화들을 선보일 수 있어서 좋았다. 

- 극중 구정태가 바라보는 한소라와 실제 한소라는 정반대 극과 극의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촬영할 때 어떻게 각각의 특성을 표현했나. 

▶ 극초반 구정태가 한소라를 바라보는 관점이 나오니 착한 소라를 먼저 찍었다. 착한 버전은 가증스럽고 힘들더라. 정태가 보는 착한 소라의 장면에 대사가 긴 장면은 한신 뿐인데 나중에 그 모습을 보기 힙들었다.(웃음) 시나리오를 받고 촬영을 들어갈 때 가장 긴장되고 부담되는 장면이었다. 평이한 신이었는데 이상하게 목소리 톤도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고 한마디 한마디가 어렵고 부담스러웠다. 소라가 발악하고 정태에게 대드는장면보다 더 부담스러웠다. 관객들은 그때까지 소라의 정체를 제대로 모르고 봐야하기에 착한 사람으로 보여야 하는 신이 어려웠다. 옆자리 있던 사람의 샤넬백을 들고 촬영하는 장면은 정말 현타가 왔다. 리허설을 정말 많이 하고 나서 촬영했다. 연기하는 재미는 쏠쏠했다. 

배우 신혜선
배우 신혜선

- 한소라는 소시오패스 성향의 인물이다. 표현하기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 

▶ 선한 역을 많이 해왔기에 다양한 캐릭터를 경험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악역도 꼭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다. 소라 역은 연기하는 재미가 있었다. 너무 극단적 인물이기에 이해하면서 연기하려고 하지는 않았다. 시나리오에 나와 있는 대로 잘 표현하려고 했다. 대사만 읽는 것으로도 가증스럽게 느낄 수 있도록 잘 써놓으셨더라. 제 안의 것 중 가장 가증스럽고 가식적인 모습을 찾아내어 반영하려고 했다. 영화로 직접 보니 내가 가장 싫어하는 내 목소리가 나왔더라. 

- 최근작들은 액션을 요하는 작품들 위주다. 거친 액션을 향한 욕심도 있엇나. 

▶ '용감한 시민'은 액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참여한 게 맞다. '그녀가 죽었다'는 캐릭터가 돌아이 같은 점이 재미 있었고 '타겟'은 장르적인 이유 때문에 꼭 해보고 싶었다. 에너지가 큰 역할들이어서 좋았다. 평소 운동 신경이 좋은 사람은 아니다. 소라와 정태가 부딪히는 장면은 합을 정해서 하는 액션이었지만 어려운 합들은 아니었다. 서로 안전하게만 찍으면 됐다. 안전수칙을 지키며 잘 찍었다. 개싸움에 가까운 막싸움이었다. 정태는 발이 묶여 있었기에 힘으로는 당연히 못이길 수 있겠지만 미친듯 달려든다는 느낌을 주고 싶었다. 힘보다 기세로 누를 수 있도록 표현하고 싶었다. 

- 변요한과 호흡한 소감은. 

▶ 너무 좋았다. 변요한 선배는 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는 않지만 훨씬 선배님이고 훨씬 노련하시다. 액션신을 안전하게 찍도록 많이 도와주셨다. 정태 혼자서 극의 중반 이상을 재미있게 끌어나가는 모습으 보며 '나 없을 때도 고생 많이 하셨구나' 생각이 됐다. 정태가 지독한 관음증 환자이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귀여운 모습도 갖췄기에 한소라가 더 극적으로 보일수 있었다. 전체적으로 끌고 가는 면에 있어서도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같이 만나는 장면에서 리허설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았다. 에너지가 잘 채워진다는 느낌이 들더라.  

- 장르를 가리지 않고 완성도 있게 표현해내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 배우로서 일관되게 지키고 있는 원칙이 있다면?

▶ 글에 나와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가 샘솟는 사람도 아니고 글 재주가 있어서 첨언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애드리브를 잘 하는 사람도 아니다. 시나리오나 대본을 받았을 때 내가 받은 느낌과 읽을 때 느껴졌던 부분을 중시한다. 작가님의 의도가 제가 느낀 것과 같다면 관객들께 잘 전달해드리고 싶다. 대사를 보고 내 캐릭터의 일련의 행동들을 보면 관통하는 성격적인 지점이 있다. 그 지점을 보는 사람이 이해하기 쉽게 보여드리려고 한다. 소심한 사람이라면 같은 대사라도 목소리를 크게 못낼 거고 호탕한 사람이라면 훨씬 크게 내지 않겠나. 인물의 성격에 따라 표현법을 달리 하려고 한다. 

배우 신혜선
배우 신혜선

- 실제 성격과 닮은 캐릭터를 꼽는다면?

▶ 실제 성격은 정말 트리플 A다. 제가 가장 편하고 쉽게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는 순딩순딩한 인물인 것 같다. KBS 2TV '아이가 다섯'의 순진한 초등학교 교사 연태 역이나 SBS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 우서리 같은 인물을 표현하는 것이 편한 것 같다. 표현이 쉽다기보다 만들어내는 것이 쉬웠다고 할까. 하고 싶은 역할은 에너지를 막 분출할 수 있는 역할이 더 재미있기는 한 것 같다. 캐릭터들에 다 대소사가 있기에 에너지의 총량만 다를 뿐인것 같기는 하다. 평소의 저는 에너지를 뿜어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연기를 할 때 캐릭터의 도움을 받아 에너지를 표출하기도 하고 낮춰보기도 하고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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