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K이노엔·아이엠·와이바이오 공동개발 이중항체 신약 기술이전

HK이노엔 사옥 전경. 사진=HK이노엔 제공
HK이노엔 사옥 전경. 사진=HK이노엔 제공

[데일리한국 최성수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신규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로 떠오르는 이중항체 치료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본격적인 기술이전 성과가 나오는 가운데 임상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20일 시장조사기업 스트레이츠 리서치(Straits Research)에 따르면 전세계 이중항체 시장 규모는 지난해 82억 달러(약 11조원)에서 연평균 성장률(CAGR) 44.4%를 기록해 2032년에는 2246억 달러(약 31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중항체는 두 가지 서로 다른 항원을 동시에 인식하고 결합할 수 있는 항체를 말한다. 예를 들어 하나의 항원은 암세포에, 다른 항원은 면역 세포에 결합, 이를 통해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보다 효과적으로 공격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이중항체는 동시에 여러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치료 효율성을 높인다는 게 큰 장점이다. 다양한 표적을 동시에 공격함으로써 질병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효과적으로 제어할 수 있다.

이중항체는 주로 암 치료에 사용되지만, 최근 들어서는 자가면역 질환과 염증성 질환 등 다양한 질환에서도 그 적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국내에서도 이중항체를 활용한 치료제 개발이 활발하다. 기술이전 성과를 내는 기업도 나왔다. 

HK이노엔과 아이엠바이오로직스와 와이바이오로직스 등 3사가 공동 개발한 이중항체 신약 후보물질 ‘IMB-101’이 이달 1조3000억원 규모의 글로벌 기술수출 잭팟을 터뜨렸다.

기술 도입 상대기업은 미국의 ‘내비게이터 메디신’으로 미국의 대형 벤처캐피탈인 RA 캐피털매니지먼트의 투자를 받은 바 있다.

계약 규모는 계약금 2000만 달러(약 276억원)를 포함해 총 9억4000만 달러(약 1조 3000억원)이며, 이번 기술이전 계약은 아이엠바이오로직스 주도 아래 성사됐다.

계약 지역은 아시아를 제외한 글로벌(일본 포함) 지역이다. HK이노엔은 계약조건에 따라 총 계약 규모의 일정 비율 수익금을 수령하며, 총 계약 규모 외 출시 후 매출에 따른 로열티도 별도로 받는다. 

IMB-101은 OX40L항체와 TNF-α(종양괴사인자-α)를 동시에 타깃해 주요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T-세포를 동시에 제어하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용 이중항체 후보물질이다.

2016년 착수한 HK이노엔과 와이바이오로직스의 공동연구로 확보했다. HK이노엔은 2020년 8월 해당 과제를 당사의 항체 연구팀이 창업한 아이엠바이오로직스에 이전했다. 아이엠바이오로직스는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IMB-101 임상 1상 연구 승인을 받았다.

에이비엘바이오도 조단위 기술수출에 성공한 바 있다. 에이비엘바이오는 2022년 파킨슨병 등 퇴행성뇌질환 치료 이중항체 후보물질 ‘ABL301’에 대해 사노피와 10억6000만 달러(약 1조5000억원) 규모의 공동개발 및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ABL301은 에이비엘바이오의 ‘그랩바디-B’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서 파킨슨 발병 원인인 알파-시뉴클레인의 축적을 억제하는 항체를 뇌 안으로 효과적으로 전달해 치료효과를 높인 후보물질이다.

에이비엘바이오는 이외에도 이중항체 플랫폼 ‘그랩바디’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임상 및 비임상 파이프라인을 개발하고 있다. ABL301를 비롯해 △ABL001 △ABL111 △ABL503 △ABL105 △ABL202 △ABL103 등 7개 이상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이중 ABL301·ABL001·ABL105·ABL202 등 4개 파이프라인이 기술이전에 성공했다.

국내 제약사들의 임상도 속속 진행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북경한미약품과 공동으로 이중항체 플랫폼 기술 ‘펜탐바디’를 적용한 항암 신약 ‘BH3120’을 개발 중이다.

BH3120은 면역글로불린(lgG)과 유사한 형태의 이중 특이 항체로, PD-L1과 면역세포 표면의 4-1BB를 동시 타깃 하며 PD-L1에 대한 편향된 결합 친화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BH3120의 디자인은 종양 미세환경(TME) 내 PD-L1이 과발현된 종양 조직에서 강력한 항종양 활성을 유도하는 동시에 정상 조직에서 과도한 면역 활성화를 최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BH3120은 현재 임상 1상 단계로, 우리나라와 미국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4월에 MSD와 BH3120의 병용 임상 연구를 위한 ‘임상시험 협력 및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진행성 또는 전이성 고형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와 BH3120의 병용요법에 따른 안전성 및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해서다.

종근당은 현재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CKD-702’의 임상 1상 파트2를 진행하고 있다.

CKD-702는 고형암 성장에 필수적인 간세포성장인자 수용체(c-Met)와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를 동시에 저해하는 항암 이중항체다. 각 수용체에 결합해 암세포 증식 신호를 차단하고 수용체의 수를 감소시켜 암을 치료하는 기전이다.

셀트리온은 HER2와 CD3을 표적하는 이중항체 면역항암제 ‘ABP-102’를 미국 바이오테크 에이비프로와 공동개발 중이다. 2022년 9월 에이비프로와 글로벌 공동개발 및 판매 권리 계약을 맺었다.

HER2 양성 암세포와 T세포를 연결시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기전으로, T세포 활성능 조절로 정상세포에 대한 독성을 최소화하면서 암세포에 대한 특이성을 극대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전임상 단계로, 조만간 연구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여러 제약사들이 서로 협력하면서 이중항체의 개발과 상용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추세”라면서 “앞으로 적용 범위와 중요성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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