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데일리한국 김정우 기자] “목표와 꿈은 LG에너지솔루션이 세계 최고의 회사가 되는 것. 재임기간 내 이를 반드시 달성하겠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을 이끄는 권영수 부회장이 최근 타훈홀 미팅 ‘엔톡’을 통해 밝힌 포부다. 권 부회장은 “이를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가 어떤 자세로 ‘세계 최고’라는 큰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자 하는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엔톡은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이 권 부회장에게 질문, 건의사항, 의견 등을 직접 전달하고 답을 들을 수 있는 온라인 소통 채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을 제외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명실상부한 ‘글로벌 톱티어’ 기업이다. 폭스바겐, 현대자동차,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BMW, 혼다, 테슬라 등 글로벌 10대 완성차 기업 중 8곳이 LG에너지솔루션으로부터 전기차용 배터리를 공급받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의 이 같은 시장 입지는 2020년 LG화학의 배터리 사업부문 물적분할을 통해 독립한 이후 2021년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한 권 부회장의 강력한 실행력 아래 착실하게 다져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LG그룹에서 주요 계열사 사령탑 역할을 두루 경험한 권 부회장은 빠르고 과감한 의사결정으로 회사의 미래 경쟁력을 확보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권 부회장은 1979년 LG전자에 입사해 43년간 LG그룹에 몸담으면서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통신 등 LG의 주력 사업을 모두 경험한 ‘정통 LG맨’이다.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의 재무적 역량과 사업적 감각을 모두 갖춘 경영인으로 재계선 통한다. 1988년 32세 나이에 LG전자 해외투자실 부장직을 맡아 글로벌 사업 감각을 키웠으며 2003년 LG전자 CFO, 2006년 총괄사장으로 쾌속 승진했다.

능력을 인정받은 권 부회장은 이후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 등 핵심 계열사 사령탑 역할을 맡으며 가는 곳마다 ‘구원투수’ 역할을 해왔다. 2007년 적자 늪에 빠져있던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를 맡아 당해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과감한 시설투자로 애플 ‘아이폰’에 디스플레이 패널을 공급하는 성과까지 달성했다. 

이후 2012년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던 권 부회장은 2015년 3위 통신사 LG유플러스 수장을 맡아 가입자 1300만명 달성을 통한 시장 점유율 상승, 콘텐츠 신사업 등을 통한 매출 다변화 등 성과를 내며 회사 체질을 강화했다. 업계 최초로 화웨이 스마트폰을 들여오는 등 과감한 시도를 보여줬고 케이블TV 1위 사업자 CJ헬로(현 LG헬로비전) 인수도 추진했다.

일련의 성과로 ‘권영수 매직’이라는 찬사까지 받은 권 부회장은 2021년 LG에너지솔루션 사령탑에 앉아 LG화학에서부터 인연을 맺었던 배터리 사업에 다시 뛰어들었다. ‘배터리 사업을 세계 최고로 키워달라’던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다시 받들게 된 것이다.

권 부회장은 취임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의 기업공개(IPO)를 성공적으로 이끌며 약 10조2000억원의 투자금을 확보했다. 상장을 통해 마련한 자금은 한국을 비롯해 북미, 유럽, 중국 등 국내외 생산기지 확대를 위한 투자, 차세대 제품 연구개발(R&D)과 신규 사업 개척, 품질 안전성 강화 등에 쓰였다.

연이은 굵직한 해외 생산기지 설립 계획, 수익성과 강화에도 박차

정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26일 서울 여의도 LG에너지솔루션 본사에서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정재훈 현대차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 부회장이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있다. 사진=LG에너지솔루션

탄탄한 체력을 바탕으로 LG에너지솔루션은 연이어 굵직한 해외 생산기지 설립 계획 발표를 이어갔다. 지난해 GM과의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통해 총 투자액 3조원, 연산 50GWh에 달하는 제3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 앞서 투자한 1~2공장까지 총 연간 생산능력 145GWh을 확보하기로 했고 이어 스텔란티스, 혼다 등과의 합작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하는 등 굵직한 투자 계획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현대차그룹과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 계약을 체결했다. 조지아주에 5조7000억원을 투자해 연산 30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합작공장을 건설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투자 재검토에 들어갔던 애리조나주에는 7조2000억원을 투자해 원통형 배터리 공장과 ESS용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북미 지역에 위치한 글로벌 배터리 단독공장 중 최대 규모로 지난해 발표보다 4배 이상 규모를 확대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글로벌 배터리 생산능력 확대를 위해 진행한 시설투자 규모는 약 6조3000억원 수준에 달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시설투자 규모를 50% 이상 늘려 지난해 말 기준 200GWh 수준이던 글로벌 생산능력을 300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수주 잔고는 385조원에 달하며 격전지인 북미에서 글로벌 배터리 기업 중 가장 많은 8곳의 공장을 구축 또는 가동 중이다.

대규모 투자를 통한 수익성과 제품 경쟁력 강화에도 박차를 가한다. 권 부회장은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를 하기 위한 노력으로 ‘수익성 개선’과 ‘스마트 팩토리’를 강조했다.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메탈 수급과 원자재 가격 변동 상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원재료 공급 업체들과 장기 공급 계약, 전략적 지분 투자를 확대 진행해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함과 동시에 가격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원재료 공급망 효율화를 위한 TF(태스크포스)도 가동 중이다.

글로벌 전 생산 거점에서는 자동화·정보화·지능화 기반 스마트팩토리 구축 작업을 통한 원가 절감·제조 경쟁력 강화에 속도를 낸다. 권 부회장은 “스마트 팩토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조직문화 개선과 사내 임직원 소통에도 힘써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임직원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과 임직원들. 사진=LG에너지솔루션

권 부회장은 시장에서의 빠른 외연 성장에 발맞춰 조직문화 개선을 통한 내실 다지기에도 집중해 왔다. 

취임사에서 “‘이청득심(以聽得心)’의 자세로 경청하겠다”고 밝힌 권 부회장은 직원들과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고 의견과 애로사항을 상시 청취할 수 있도록 사내 소통 채널 엔톡을 구축했고, 수평적 조직문화를 위한 조직 내 호칭개편 등을 추진했다.

특히 육아 휴직 등 여성 임직원을 위한 사내정책 관련 변화도 이끌어냈다. 엔톡에 “육아 부담을 덜고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달라”는 여성 임직원들의 요구가 게시되자 권 부회장은 ‘모성 보호제도의 획기적 개선’을 약속했다. 이후 육아휴직을 기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하고 임신 휴직과 난임 휴직을 도입했다.

권 부회장은 ‘모든 답은 고객과 현장에 있다’고 임직원들에게 강조해왔다. 취임 후 첫 행보 또한 대전·오창 현장으로 택해 현장의 목소리를 먼저 챙겼다. 지금까지도 대전이나 오창에 주 1~2회 찾아가 현장의 애로사항과 진척 사항을 수시로 확인하고 있다고 한다.

권 부회장은 끊임없이 도전하는 경영자로 알려졌다. 제조 지능화와 스마트팩토리를 추진하며 배터리 제품의 품질 역량을 높이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무섭게 확장되는 글로벌 수요에 대응한 전략으로 전고체 배터리 등 미래 기술 준비 등에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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