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웨스트 컬럼비아의 기업을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과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6일(현지시간) 사우스캐롤라이나 웨스트 컬럼비아의 기업을 방문해 바이든 행정부의 경제 성과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제공)

7월 4일 미국 독립 기념일을 계기로 내년 미국 대선을 향한 조 바이든 대통령의 행보와 공화당 잠룡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당의 대선 경선은 의미가 없어졌다. 현직 대통령 프리미엄을 지닌 바이든을 대신할 후보를 찾기는 어렵다. 후보가 난립하고 있는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에서 출마 선언이 나오지 않고 있는 이유다. 바이든은 '인베스트 인 아메리카' 투어에 나서며 재선 운동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바이든의 인기가 재임 기간 내내 두드러지지 않고 있지만, 현역 대통령의 출마 의지를 꺾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민주당의 가장 고민거리는 바이든의 나이다. 연이은 말 실수와 고령의 나이는 재선 성공 시 바이든이 무사히 임기를 마칠 수 있을 것인지에 쏠린다. 차기 대선 승리 시 바이든의 임기는 86세에 끝난다. 바이든의 건강을 우려하는 여론도 높다.

이 때문에 민주당 내에서는 바이든과 짝을 이룰 부통령 후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미국 헌법은 혹시라도 발생할 수 있는 대통령 유고 상황 시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맡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존 F. 케네디 대통령 사망 시에는 린든 존슨 부통령이, 리처드 닉슨 대통령 사임 시에는 제럴드 포드 부통령이 국정을 이어갔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는 부통령이지만 바이든이 고령이다 보니 부통령의 존재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민주당 주변에선 부통령 후보 선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고 있다. 민주당 진보진영의 대표주자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는 긍정적이었지만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조지 F. 윌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는 지난해 중간선거를 앞두고 인기가 없는 해리스가 바이든의 자리를 대신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 힐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가 바이든의 러닝메이트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한 칼럼도 소개했다.

현직 해리스 부통령을 두고 왜 이런 말이 나올까. 해리스는 여성인데다 흑인과 아시아계 혈통을 가지고 있다. 2020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꺾기 위한 필승 카드로 부족함이 없었다. 대선 후보 경선에서 바이든을 거칠게 몰아붙이던 해리스가 낙점된 이유다. 검찰 출신에 소수민족과 여성을 대변하는 해리스 발탁 당시 호평이 쏟아졌다.

상황은 달라졌다. 이제는 바이든이 수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공세에 나서야 할 때와는 선거 전략이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해리스가 바이든과 함께 부통령 후보로 나서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해리스에 대한 반감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정치 경력이 많지 않은 젊은 아시아계 흑인 여성 부통령에 대한 기대는 실망으로 둔갑했다. 바이든은 취임 직후 해리스에게 중남미 이민 문제를 맡겼다. 해리스는 해법을 찾기보다는 설화만 자초했다.

"미국에 오지 마라. 우리는 국경을 지킬 것이다. 국경에 도달하면 돌려보내질 것이다"는 해리스의 발언은 소수민족과 이민자들의 지지로 정권을 창출한 바이든에게 큰 부담이 됐다. 여론도 해리스에 대해 돌아섰다. 

바이든이 트럼프와 리턴 매치를 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전력에 보탬이 되기보다는 부담이 커진 러닝메이트로 선거전을 치르는 것은 선거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공화당도 바이든-해리스 캠프가 꾸려질 경우 해리스에 대한 공세를 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치 매체 폴리티코는 "역사는 부통령을 공격 표적으로 삼는 것이 대선에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지만 이번에는 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바이든이 해리스와 함께 재선에 성공할 경우에 대해서도 우려가 남는다. 바이든이 임기를 무사히 마치면 해리스는 2028 대선의 가장 강력한 후보다. 통상 재임한 대통령과 함께한 부통령은 다음 대선 후보 자리를 이어받을 가능성이 크다. 사실상 다음 대선 후보 자리를 예약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경우 해리스가 공화당 후보에 승리를 거둘 수 없다는 의심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고령의 바이든이 재임 기간 중 국정을 수행할 수 없는 경우는 더 문제다. 바이든 유고 시 해리스는 즉시 대통령직을 물려받는다. 이 경우에도 해리스는 대통령으로 재선에 도전할 것이다. 당연히 해리스는 선거에서 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민주당 주변의 인식이다.

부통령 후보를 교체한 사례도 드물지만 있다. 프랭클린 루스벨트는 1944년 대선 후보 동반자로 헨리 A. 월리스 당시 부통령 대신 해리 트루먼을 선택했다. 닉슨 사임으로 대통령이 된 제럴드 포드는 다음 대선에서 넬슨 록펠러 부통령 대신 밥 돌을 파트너로 택했다. 결과는 1승 1패다. 루스벨트-트루먼 콤비는 승리, 포드-돌은 패배였다.

부통령 후보를 교체한다면 다음 타자는 누구일까.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이 유력하다는 분석이 많다. 부티지지는 2020년 경선 당시 초반 돌풍을 일으켰지만 바이든 지지를 선언하며 경선을 포기한 바 있다. 부티지지는 성소수자다. 바이든이 부티지지를 동반자로 재선한 후 대통령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되면 최초의 성소수자 미국 대통령이 탄생한다는 뜻이다.

해리스가 각종 설화를 일으켰다고는 하지만 흑인과 여성, 아시아계 지지를 무시하고 함부로 해리스를 교체하는 것도 부담이다. 바이든도 여성과 흑인의 지지를 돌려세울 수 있는 선택을 하기는 쉽지 않다. 바이든의 입장에서는 민주당과 달리 당장의 승리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와의 리턴매치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바이든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을 부통령 후보로 선택해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온다. 오바마의 인기를 이용하자는 전략이다.

미국 헌법은 한 사람이 대통령에 세 번 선출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미 재선을 했던 오바마가 부통령이 되는 것은 헌법상 문제가 없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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