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피셔섬. 미국 남부 멕시코만의 이상 고온 현상 탓에 플로리다주 산호초 지대 수온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라갔다. (사진=AFP 연합뉴스 제공)
미국 플로리다 마이애미의 피셔섬. 미국 남부 멕시코만의 이상 고온 현상 탓에 플로리다주 산호초 지대 수온이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라갔다. (사진=AFP 연합뉴스 제공)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시 퀸즈의 라커웨이 해수욕장에서 여인의 비명 소리가 울려퍼졌다. 한 여성이 상어에 물렸다. 해변은 즉각 폐쇄됐다.

뉴욕시에서 사람이 상어에 물리는 일은 1950년대 이후 처음 발생했다. 뉴욕시 공원국 대변인은 “라커웨이 해변에서 상어에 물리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지만, 시민들은 쉽게 두려움을 감추지 못했다.

여성이 부상을 당한 현장에선 다음날에도 어린 백상아리가 목격됐다. 라커웨이 해변에서 지척인 뉴욕주 롱아일랜드 해변에서도 여러 차례 상어가 포착됐다. 상어의 출몰이 늘어나면서 당국은 드론으로 해변을 감시하고 나섰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에서도 이제 상어는 흔하게 볼 수 있다.

미국 동부와 북부는 물론 남부에서까지 상어가 관측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다. 일각에서는 환경오염이 사라지면서 먹잇감이 늘며 상어가 돌아온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수온 상승이 상어가 나타난 이유라는 해석도 힘을 얻고 있다.

최근 한국 동해에서도 상어가 자주 등장하는 현상 역시 수온 상승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수온이 평소보다 따뜻하다 보니 상어들이 서식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지구 온난화 탓에 바닷물의 온도는 연일 상승 중이다. 38도 이상의 해양열파(MHW)가 곳곳에서 관측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해양 열파는 일명 '바다 폭염'으로 불리며 해수 온도가 평상시보다 극단적으로 높은 상태로 상당 기간 지속되는 것을 뜻한다.

미국 국립 데이터 부표 센터(NDBC)는 최근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남쪽으로 약 64㎞ 떨어진 매너티 베이의 수심 1.5m에 있는 한 부표에서 화씨 101.1도(섭씨 38.4도)의 수온이 측정됐다고 발표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는 체온보다 더 높은 온도다. 욕조에서 목욕을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이다. 

지구 표면의 약 70%를 차지하는 바다는 인간이 유발한 에너지의 90% 이상을 흡수한다. 지난 수십년간 인간이 원인을 제기한 온난화의 에너지가 거대한 저장고인 바다에 축적되고 있다. 바다가 없었다면 대기 온도는 더욱 치솟았을 것이다. 그러면서 해수면 온도는 지속해서 상승 중이다.

그레고리 존슨 미국 국립해양대기국(NOAA) 해양학자는 올해의 해수면 온도 상승 추세가 놀라울 정도라고 전했다. 과학자들은 해수면 온도 상승이 계속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해수면 온도는 과학자들의 향후 예상치 안에 있었다. 당연히 예상됐던 일이라는 뜻이다.

이상 대기 고온 현상 역시 곳곳에서 목격된다. 해마다 벌어져 온 일이지만 그 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 7월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온도를 기록했다는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의 발표는 지구촌의 더위가 어느 한 곳, 일시적인 현상이 아님을 확인시켜 준다.

7월의 지구 평균 기온은 섭씨 16.95도로 기존에 가장 따뜻한 달이었던 2019년 7월보다도 0.33도 상승했다. 해수면 온도 역시 신기록이었다. 7월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는 섭씨 20.96도였다. 기존 기록인 2016년 3월 20.95도를 넘어선 기록이다.

지금은 겨울인 남반구의 기온 급상승도 염려되는 대목이다.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 등 남미 국가들이 겪고 있는 여름 같은 겨울은 충격적이다. 겨울 온도가 한창 여름인 북반구의 수준을 넘어선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칠레의 중부 산간 도시 비쿠냐와 치긴토에서는 기온이 38.7도까지 올라갔고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30도를 넘는 더위가 엄습했다. 8월 평균 기온 14도에 비하면 두 배나 높은 더위였다. 안데스산맥의 고지대에서도 37도가 측정됐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해양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수온 상승으로 상어는 늘었지만, 대구는 급속도로 줄고 있다. 대구는 낮은 수온을 찾아 이동한다. 미국 동부에서 흔하게 볼 수 있던 대구가 점차 줄어드는 이유다. 한국에서 명태가 자취를 감춘 것처럼 대구도 같은 신세다.

상어가 늘어난 북대서양의 해수면 온도는 7월에 평균 대비 1.05도나 높았다. 최근 온도는 이전 기록보다도 0.5도나 높았다. 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서맨서 부르게스 부국장도 "지구 대기 온도와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면서 우리는 더 많은 기후 변화를 겪을 것이고 인류와 지구 모두에게 끔찍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미 두렵게 진행 중인 기후 변화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는 조언이다.

해수면 온도 상승은 또 다른 기상 이변으로 이어진다. 더 많은 열대 저기압과 태풍이 발생해 인류를 위협하게 된다.

EU 기후변화 감시기구의 발표 후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UN) 사무총장은 "지구 온난화 시대가 끝나고 끓어오르는 시대(the era of global boiling)가 왔다”고 말했다. 이제 일상이 된 기후 변화가 불러올 미래 위기에 대한 새로운 의미의 경고였다.

유엔이 주도한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파리협정은 세기말까지 지구 평균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상승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만 실현 여부는 불투명하다. 구테흐스 총장은 "파리협정의 요구대로 지구의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까지 제한하는 일은 여전히 가능하지만 적극적이고 즉각적 행동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면서 기후변화 대응 동참을 호소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미국인들을 폭염에서 보호하기 위한 정부 대책을 내놓은 것도 이런 상황을 대변한다. 애리조나주 피닉스 기온이 43도까지 올라가는 등 미국 전역을 덮친 폭염은 미국 사망원인 1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후변화 대응을 강조해 온 바이든 대통령도 화석연료 사용 중단과 같은 조치를 언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는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