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한국] 냉장고 문을 열고 멍하니 서 있듯 혹시 내가 그린에 올라서 할 일을 잊지 않는가. 골프 고수의 공통된 특징은 많은 연습량과 경험이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체력이나 체격, 나이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오히려 50~60대가 힘과 체력을 무기로 덤벼드는 젊은 사람들에게 패배를 안겨줄 수도 있는 게 골프다. 누적된 연습과 경험의 힘이다. 그러나 아무리 잘 배우고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은 골퍼라도 60대에 접어들어서도 높은 집중도를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많은 노력과 쌓인 구력으로 지켜온 스코어가 60대에 접어들면서 퇴행
[골프한국] 평소에는 골프채를 잡지 않다가 라운드 직전 벼락치기 연습을 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라운드 하루 전날 연습장에 가서 근육이 지치도록 연습하는 사람, 골프장에 와서 장시간 퍼팅 연습을 하는 사람, 심지어 라운드 직전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땀에 젖도록 드라이버를 휘두르는 사람 등이 바로 벼락치기의 전형들이다. 그러나 벼락치기 연습을 해서 재미를 봤다는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오히려 벼락치기 연습을 했다가 골프를 망쳤다는 소리를 더 많이 듣는다. 학창 시절 당일치기나 시간 치기 등의 벼락공부로 몇 문제를 운 좋게 맞힌
[골프한국] 서양화엔 여백이 없다. 틈이 있으면 미완성이라는 인식에 화면은 모두 물감으로 채워진다. 동양화는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여백이 많다. 특히 수묵화의 경우 절반 이상이 여백이다. 화면을 꽉 채운 그림보다는 적절한 여백을 남겨둔 그림이 사랑을 받는다. 골프는 그림에 비유하면 동양화다. 4시간 남짓 걸리는 한 라운드에서 골프의 가장 핵심적인 동작인 스윙에 소요되는 시간은 고작 15분을 넘지 않는다.한 샷을 하기 위한 어드레스에서 피니시 동작까지 소요되는 시간은 길어야 10초 이내다. 90타를 치는 사람이라면 한 라운드
[골프한국] 15년 넘게 신은 골프화가 드디어 명을 다했다. 꽤 비싼 가격에 구입한 ‘F’사 제품으로 라운드 때마다 애용하다 가죽 외피 색깔이 바래 2년 전부터 연습장에서만 신었다. 내가 골프의 밀림을 헤매며 별난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는 데 혁혁한(?) 기여를 한 이 골프화가 몇 달 전부터 바닥 여기저기 금이 가더니 며칠 전 완전히 내장을 드러냈다. 질 좋은 가죽인 데다 워낙 꼼꼼하게 바느질이 되어 낡기는 했으되 부서지지는 않아 그런대로 신을 만했으나 합성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바닥 여기저기에 균열이 생기더니 금이 점점 깊어지고 넓어
[골프한국] 6월 23일 경기 포천 포천힐스CC에서 열린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 최종 라운드에서 4차 연장전 끝에 박현경(24)이 윤이나(21)를 꺾고 우승했다. 박현경, 박지영(27), 윤이나는 12언더파 동타를 이뤄 18번 홀(파5)에서 연장전에 돌입했다. 3차 연장전에서 박지영이 탈락하고 4차 연장전에서 박현경이 버디를 성공시켜 윤이나를 꺾었다. 3명이 연장전에 들어가기까지의 과정과 4차 연장전까지의 팽팽한 대결이 볼 만했지만 현장을 찾은 갤러리들과 중계방송을 지켜본 골프 팬들은 윤이나의 매력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2년 전
[골프한국] ‘어차피 남들은 나에게 관심이 없다’ 우연히 이런 제목의 책을 읽었다. ‘쇼펜하우어의 인간관계 철학’이란 부제가 붙어 있다. 글쓴이 강산은 대학 법학과를 졸업해 직장을 다니며 독학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이자 ‘16년 차 엄마’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태어나자마자 생모에 의해 보육원에 버려져 기구한 인생을 살며 우울증과 공황장애를 겪다 염세주의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쇼펜하우어의 인생철학’과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을 읽고 머리가 번쩍 하는 깨달음을 얻은 뒤 내친김에 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스토아학파 철학자이기도 한 마르쿠스
[골프한국] 오래 전 몽골을 여행한 적이 있다. 몽골 북쪽의 사막지대에 인접한 마을의 게르에 하룻밤 묵으면서 밤하늘에 취한 기억이 생생하다. 별들이 보석처럼 촘촘히 박힌 밤하늘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것 같았다. 밤새 별구경을 한 다음 날 일행들이 털어놓은 ‘몽골 밤하늘 체험 소감’은 모두 시의 한 구절이 될 만했다. “내 치마에 별들이 쏟아져 내렸다” “내 가슴에 보석들이 알알이 맺혀진 듯했다.” “아침에 일어나 남편에게 내 눈을 자세히 보라고 했다. 내 눈에 들어와 있는 보석을 보라고.” “몽골의 밤하늘은 유성과 혜성들이 경연
[골프한국] 경기 광주시 곤지암에 있는 도자기박물관을 구경할 기회가 있었다. 도자기의 문외한이라 해도 한번 돌아보면 도자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역사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는지를 알 수 있다. 흙으로 빚어 600~800℃의 불에 구운 조악한 수준의 토기(土器)에서부터 800~1,000℃의 온도로 구운 도기(陶器), 1000℃ 내외의 온도로 구운 석기(炻器), 1,100℃ 이상의 고온에 구운 것을 자기(瓷器)라 부른다. 총칭해서 도자기(陶瓷器)라 한다. 청자는 1,100℃, 백자는 1,400℃의 고온에서 굽는다. 좋은 도자기를 만들
[골프한국] 미국의 장타자 렉시 톰슨(29)이 지난 달 29일 US여자오픈 대회장에서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겠다고 밝힌 1주일 뒤 호주의 살아있는 전설 캐리 웹(49)은 미국 뉴저지주 갤로웨이의 시뷰 베이코스에서 열린 LPGA투어 샵라이트 클래식에 출전했다. 한창나이의 한 선수는 은퇴를 얘기하는데 그보다 20세나 많은 노장은 현역에 복귀한 것이다. 톰슨은 US여자오픈 공식 기자회견에서 “계속 카메라 앞에 서고 열심히 연습해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하고 비판받아 힘들었다. 골프선수로 산다는 것은 많은 것을 요구하며 외롭기까지 하다.
[골프한국] 최상호 선수(69)는 내가 직접 인사를 나누고 한 테이블에서 식사한 프로선수 2명 중 한 명이다. 다른 한 명은 최경주 선수(54)로 관훈클럽 토론회를 계기로 인사를 나누었다. 2002년 초로 기억된다. KPGA(한국프로골프협회) 시즌 개막 직전 선수들을 모아 원활한 투어 활동을 위한 교육을 겸한 교양 강좌에 외부 강사로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골프에 입문한 지 10여 년이 지났지만 기량 면에선 사실상 초보나 다름없었던 내가 강사로 초청받은 것은 졸저 ‘달마가 골프채를 잡은 까닭은’ 덕분이었다. 지인의 권유로 골프에 발
[골프한국] ‘Baby Elephant Syndrome’(아기 코끼리 증후군)이란 말이 있다. ‘코끼리 사슬 증후군’이라고도 한다. 6톤이 넘는 거구로 정글을 누비는 모습에서 코끼리는 자유를 누리는 무적의 상징처럼 보인다. 그러나 어릴 때 사람에게 붙잡혀 서커스단에 팔려 가면 조련사의 지시에 복종하는 애완용 동물로 전락한다. 서커스단의 조련사는 어린 코끼리를 길들이기 위해 뒷다리를 쇠사슬이나 밧줄로 묶어 말뚝에 매어 둔다. 코끼리는 도망치려 몸부림치다 스스로 쇠사슬을 끊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쇠사슬 끊는 것을 포기하고 만다. 시
[골프한국] 6월 3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랭커스터CC에서 끝난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US여자오픈에서 한국 선수들은 바닥으로 떨어졌다. 출전선수는 일본과 함께 20명으로, 미국(48명) 다음으로 많았으나 거둔 성적은 참담했다. 일본의 경우 2021년 필리핀 국적으로 출전해 우승한 사소 유카가 이번에는 일본 국적으로 우승하는 등 톱10에 3명, 톱20에 5명이 이름을 올렸다. 이에 비하면 한국선수의 성적은 초라하기 그지없다. 김세영, 전인지, 최혜진, 양희영, 이소미, 주수빈 등 6명이 기권 또는 컷 탈락했고
[골프한국] 태극낭자 21명이 31일부터 나흘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랭커스터의 랭커스터CC에서 열리는 제79회 US여자오픈에서 금맥 채굴에 나선다. 역대 최다 출전 기록이다. 이 대회는 LPGA투어 메이저 중 한국 선수가 11번이나 우승, 한국선수와 인연이 깊다. 메이저 대회 중 미국을 제외하고는 한국이 최다 우승국이기도 하다. US여자오픈은 우리나라가 외환위기로 시련을 겪던 1998년 박세리가 맨발의 투혼을 보이며 극적인 연장전 우승을 차지하며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준 대회다. 당시 연장전 상대는 태국의 아마추어 추아시리폰.
[골프한국] ‘다윗과 골리앗’은 성경에만 나오는 얘기가 아니다. 24~27일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의 콜로니얼CC(파70)에서 열린 PGA투어 찰스 슈와브 챌린지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이 벌어졌다. 물론 1대1 맞대결은 아니었지만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27)와 무명의 데이비스 라일리(27)의 경쟁이라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다. PGA투어 통산 10승의 스코티 셰플러는 2022년 3월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뒤 무려 80주 넘게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PGA투어 최강자다. 올 시즌에만 벌써 RBC 헤리티지, 마스터스, 더 플레
[골프한국] 구력 20여년의 S는 스스로 어떤 골퍼와도 어울려 라운드할 수 있다고 믿고 있었다. 40대 중반이라 아래위 15세 정도의 차이는 자연스럽게 극복하며 어울릴 수 있고 기량 면에서도 80대 초반을 치니 싱글이나 90대를 치는 사람과도 즐겁게 라운드할 수 있었다. 골프 품격을 따지자면 2등 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규칙을 엄수하고 동반자를 배려하는 습관이 몸에 배어 누구나가 동반하기를 원하는 골퍼임을 자부했다. 중소기업을 알차게 경영하는 그는 기업경영 측면에서는 물론 골프에서도 폭넓은 스펙트럼을 갖고 있음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
[골프한국] 마스터스 토너먼트, PGA챔피언십, US오픈, 디오픈을 세계 골프의 4대 메이저라 일컫는다. 여기에 상금이 가장 많은 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더해 5대 메이저라 부른다. 프로 골퍼라면 누구나 메이저 대회에서 한 번이라도 우승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한 해에 4대 메이저를 석권하면 그랜드 슬램이라 한다. 구성(球聖) 바비 존스(1902~1971)만이 한 해에 당시의 4대 메이저(US오픈, US 아마추어 챔피언십, 디오픈, 브리티시 아마추어 챔피언십)를 모두 석권하는 진정한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다. 평생에 걸쳐 4대 메
[골프한국] 최경주가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 골프클럽에서 생애 가장 감동적인 생일 파티를 열었다. 최경주는 54번째 생일날인 19일 제주 서귀포시 핀크스GC에서 열린 KPGA투어 SK텔레콤 오픈 4라운드에서 박상현(41)과의 연장 접전 끝에 우승했다. 최경주는 5타 차 단독 선두로 마지막 라운드를 시작했으나 3타를 잃으면서 박상현과 동타를 이뤄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 홀(파4)에서 열린 연장 첫 경기에서 최경주는 두 번째 샷을 그린 옆 개울로 보냈다. 기적적으로 공은 개울 가운데 지름 2m 크기의 작은 섬에 살아 있었다. 최경주는
[골프한국] ‘연습 외에는 왕도가 없다.’골프를 잘 치기 위한 비결을 묻는 사람들에게 하는 고수들의 말이다. 많은 주말 골퍼들이 라운드 후 간단한 팁을 기대하기도 하고 골프에 임하는 자세 같은 고차원의 골프 철학을 듣고 싶어 하지만 실천이 없는 ‘귀로 듣는 골프 비법’은 바람처럼 사라지기 마련이다. 아무리 단순명료한 팁이라도 스스로 실천해 육화(肉化)하지 않는 한 약발은 금방 사라진다. 고수의 손에 끌려 골프의 밀림을 구경한다고 해도 밀림을 벗어나면 영화를 보고 난 뒤처럼 아득할 뿐이다. 그러나 골프연습장의 풍경을 보면 ‘연습 외에
[골프한국] 스윙은 지문과 같아서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고 한다. 누구나 선수를 닮은 기량을 꿈꾸며 이상적인 스윙을 가진 선수를 모델로 삼아 연습에 몰두하지만 비슷할지는 몰라도 결코 같은 스윙을 터득할 수는 없다. 사람마다 타고난 성정과 신체조건, 운동 습관, 성장배경 등이 같지 않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카르마(Karma·業)가 다르기 때문이다. 스윙만이 아니라 골프를 하는 스타일도 천차만별이다. 비슷한 연령대에 같은 레슨프로의 지도를 받으며 연습을 했어도 실제 라운드에서는 차이가 난다. 초기엔 비슷하게 보여도 라운드 횟수가 늘어나면
[골프한국] 5월 3~6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1)에서 열린 PGA투어 더 CJ컵 바이런 넬슨 대회에는 많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 우리 골프팬들의 관심이 높았다. 최근 들어 소식이 감감한 한국 선수 우승 기대감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유일하게 아마추어로 출전한 영국 국적의 17세 한국교포 크리스 김(한국이름 김동한)에 대한 기사가 많이 쏟아졌다. 캐나다의 테일러 펜드리스가 마지막 홀에서 버디를 하며 합계 23언더파 261타로 벤 콜스에 한 타 차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김성현 안병훈이 20언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