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대교체의 기대를 모았던 이준석, 1년여 만에 사면초가의 처지로 추락”
“물가와 경제위기 와중에 벌어지는 여당 내부의 권력투쟁 볼썽 사납다”
​​​​​​​“당 구성원들의 신뢰 잃은 이준석, 징계 승복하고 성찰하며 물러나는 것이 큰 정치”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국회 대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국회 대회의실을 나서며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집권 여당 대표에 대한 당의 징계라는 초유의 사태는 결국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에 대한 중징계로 결정이 내려졌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8일 새벽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받는 이 대표에 대해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당 대표로서는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받는 치욕스러운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이 대표는 이번 윤리위 징계로 앞으로 반년 동안 직무 수행이 어렵게 되면서 사실상 대표직 유지가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다. 

이양희 윤리위원장은 징계 결정 사유에 대해 "이준석 당원은 김철근 당 대표 정무실장이 지난 1월 대전에서 장모씨를 만나 성상납과 관련한 사실확인서를 작성받고 7억원 상당 투자유치약속 증서를 작성해준 사실에 대해 알지 못했다고 소명했으나, 윤리위가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위 소명을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위원장은 "징계 심의 대상이 아닌 성상납 의혹에 대해선 판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사유는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과 관련한 품위 유지 의무 위반'에 대한 것이고, 윤리위는 ‘성상납’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린 것은 아니었다. 수사기관도 아닌 당 윤리위가 성상납 여부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기에, 윤리위는 제반의 정황들을 놓고 판단할 수 있는 증거인멸 교사 부분에 대해서만 판단을 내린 것이다.

그동안 뚜렷한 증거도 없이 의혹만 갖고 징계를 밀어붙이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도 국민의힘 안팎에 존재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번에 이 대표의 최측근인 김 실장이 장씨를 만나 성상납이 사실이 아니라는 확인서를 받고 7억원 상당 투자유치약속 증서를 작성해준 일은, 이 대표를 곤경으로 몰아가는 결정적 정황이 됐다. 상식적으로 이 대표의 뜻에 따라 장씨를 만난 김 실장이, 이 대표와 상의도 없이 그런 증서를 작성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대표가 이번 징계 결정에 반발하여 불복 입장을 밝힘에 따라 국민의힘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극도의 혼돈 상황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징계 결정 후 방송에 출연해 ‘당 대표에서 물러날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럴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윤리위원회 규정을 보면 윤리위원회의 징계 결과 징계 처분권이라고 하는 것이 당 대표에게 있다"면서 "납득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면 우선 징계 처분을 보류할 그런 생각"이라고 대응 방침을 밝혔다. 

이 대표가 불복의 행동에 들어가게 되면, 국민의힘은 그의 대표직 수행 문제를 놓고 정치적 대결은 물론이고 법정 대결까지 치러야 하는 극도의 혼미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은 이준석의 위기로 끝나지 않고 윤석열 정부의 여권 세력 전체의 위기로 치달을 가능성이 열려 있다. 

물론 국민의힘 안팎의 전반적 여론은 이 대표에게 매우 불리한 것으로 파악된다. 갈등 사태가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면, 이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될 가능성도 크다. 이번 징계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타난 특이 현상은, 당 대표에 대한 징계라는 이례적 조치에 반대하는 당내 움직임을 거의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사실 ‘가로세로연구소’가 주장한 성상납의 사실 여부도 가려지지 않은 상태인지라, ‘무리한 징계’라며 반대하는 목소리들이 당내에서 확산될 법도 한 일이었다. 그러나 소수의 몇몇을 제외하면 이 대표의 지원세력은 찾아보기 어려웠고, 그는 외롭게 고립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하고 말았다. 

이는 이 대표에 대한 징계가 단순히 성상납 증거인멸교사 의혹 때문만은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어쩌면 그동안 이준석을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트러블 메이커’로 생각하며 마땅치 않게 생각해왔던 당 안팎의 여론이 이번 기회를 통해 분출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만약 그가 당내에서 지켜주고 싶은 젊은 리더로 안착했다면 당내 여론도 달랐을 것이고, 윤리위의 심의 결과도 달랐을지 모른다. ‘차라리 이번 기회에 이준석을 당 대표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는 게 낫겠다’라는 이심전심의 공감대가 이미 당내에 광범하게 확산되어 있던 결과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가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대체 어떻게 하다가 이준석은 이토록 당내에서 미움을 받는 ‘밉상’ 당 대표가 된 것일까. 

지난해 6월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이 대표가 선출되었을 때, ‘30대 제1야당 대표’에 대한 기대는 절정에 달했다. 보수정당의 주류를 이루었던 장년 정치인들을 단숨에 꺾어버린 ‘이준석 돌풍’은 우리 정치의 변화를 고대하던 사람들에게 통쾌함마저 안겨주었다. 

물론 그의 언행에 대한 불안감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래도 우리 정치의 숙원인 세대교체를 이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격려사들이 줄을 이었다. 그러나 불과 1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 이준석은 당내에서 중징계의 수모를 겪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이를 이 대표의 주장처럼 자기를 내치고 혁신을 가로막으려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의 음모로만 설명하는 것은 설득력이 약해 보인다. 이준석의 리더십을 탓하며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들은 윤핵관들 말고도 사방에 존재하는 것이 국민의힘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정치인 이준석이 그동안 드러낸 문제는 크게 두 가지 영역의 것으로 요약된다. 하나는 정치적인 노선에 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기 싫어하는 개인의 독특한 성격에 기인하는 것이다. 

먼저 이준석의 정치적 주가가 지난해에 상한가를 쳤던 것은 2030 세대의 지지를 받는 차세대 리더라는 기대가 실려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 대표로 선출되기 이전까지만 해도 이준석은 비교적 여러 세대로부터 지지를 받는 인물이었다. 지금은 등을 돌려버린 20대 여성들, 장년과 노년층들도 이준석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다. 

보수정당이 갖고 있던 노년층 지지에다가 2030의 지지를 더해, 민주당의 지지층인 40대를 포위하겠다는 ‘세대포위론’도 나름 귀를 솔깃하게 하는 대목은 있었다.

하지만 그가 당 대표가 된 이후로 특히 대선 정국을 거치면서 ‘올인’하다시피 했던 ‘이대남’(20대 남성) 전략은 우리 사회에서 격한 논란 거리가 됐다. 이 대표는 남초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논리와 주장들을 여과없이 보수정당을 통해 제기하는 구심이 됐다.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의 사퇴 직후인 지난 1월, 윤석열 당시 대선 후보는 ‘여성가족부 폐지’라는 일곱 글자를 페이스북에 올리면서 이준석의 이대남 전략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행보에 들어갔다. 이대남들은 여성가족부 폐지, 성폭력 무고죄 신설 등의 공약에 환호했고, ‘페미’라고 낙인 찍은 이수정 교수와 신지예 대표 등의 선대위 합류를 강하게 반대했다. 이준석이 앞장서고 윤석열이 그의 손을 잡으면서 국민의힘은 여성은 버리고 이대남들의 손을 들어주는 정당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막상 지난 3월 9일 밤 개표함을 열게 되었을 때, 이준석발 이대남 전략은 실패한 것으로 판명나고 말았다. 정권교체 여론이 그토록 일관되게 우위를 점했던 대선이었음에도, 윤석열과 이재명 두 후보의 득표율 격차가 0.73%포인트에 불과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게다가 국민의힘의 이대남 전략에 반발한 ‘이대녀’(20대 여성)들이 대거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지지로 결집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당시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를 보면, 윤 후보는 20대 남성에게서 58.7%의 득표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준석이 선도했던 이대남 전략이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게 된 것은, 그만큼의 이대녀들이 이 후보에게로 가버려서 58.0%의 표를 몰아준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흔한 말로 ‘쌤쌤’이 되어버린 것이고, 국민의힘과 윤 후보는 공연히 젠더갈등을 조장했다는 비판만 자초했던 셈이었다. 이준석이 윤석열과 손잡고 나서면 이대남들의 환호 속에 2030표가 모일 것이라던 기대는 일종의 착시 현상이었을 뿐이고, 이대남 전략은 결국 요란하기만 했던 빈수레로 끝나고 말았다.

이준석의 정치가 ‘차별과 혐오’의 정치라는 비판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벌인 지하철 투쟁에 대한 비판 과정에서도 분출됐다. 

이 대표는 지난 3월 전장연이 주도하던 서울지하철에서의 시위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왜 3ㆍ4호선으로 출퇴근하는 서울 시민이 투쟁의 대상이 돼야 하느냐"면서 "서울경찰청과 서울교통공사는 안전요원 등을 적극 투입해 정시성이 생명인 서울지하철의 수백만 승객이 특정 단체의 인질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공권력을 통한 대응까지도 촉구하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지금은 전장연의 장기화된 지하철투쟁 방식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크게 늘어서 여론지형이 변했지만, 그 때만 해도 이 대표가 굳이 전장연이라는 장애인 단체와 대립각을 세우는데 대한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많이 제기됐다. ‘왜 이 대표가 싸우는 상대는 언제나 약자들인가’라는 볼멘소리들이 나왔다.

전장연의 지하철 시위가 아직도 계속되는 가운데 이 대표는 당시 자신의 주장이 옳았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대표는 "무릎 꿇고 전장연과 연대하자던 분들이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기를 기대한다"는 야유 섞인 입장을 내놓는가 하면,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보다는 인수위 시절부터 추상적이고 감정적인 방식으로 대응을 시도하다 이제 이 문제가 장기화되고 있다”는 비판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 대표의 그런 항변에도 불구하고, 새로 정권을 담당하게 된 정당의 대표가 시작부터 장애인단체와 날선 대립각을 세우는 것이 적절했는가에 대한 지적이 달라질 이유는 없다. 정치란 힘들더라도 갈등을 조정하려 하고, 그것을 위해 대화하는 것이 본령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기 때문이다.

이 대표가 드러낸 또 다른 문제는 개인의 성격과 관련된 것들이다. 아주 단순화시켜 표현하자면, 이 대표는 ‘누구에게든 싫은 소리를 듣고는 참지 못하는 성미’를 가진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왔다. 뒤끝도 오래가고, 자신이 옳다는 것을 어떻게든 인정받으려 한다. 

그러다 보니 말이 많아지고 본질을 둘러싼 논쟁이 아닌 말싸움에 매달리게 된다. 집권 여당 대표로서의 무게감이나 포용력 같은 것은 찾아보기 어렵고, 사사건건 같은 당 내부 사람들과 싸우는데 열심이다. 야당이었을 때도, 여당이 되어서도, 어째서 민주당도 아닌 같은 당 사람들과 싸우는데 그토록 열과 성을 다하는지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났다.

이제는 같은 당 식구가 된 안철수 의원을 향한 이 대표의 일관된 조롱과 야유는 그의 정치가 얼마나 협량한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였다. 물론 이 대표와 안 의원은 과거 같은 지역구에서 경쟁을 벌였던 악연이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런 사연에 따른 감정이 남아있다 해도, 중앙 무대에서의 큰 정치를 위해서는 통 큰 화해와 포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정치인의, 더욱이 큰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의 필수적인 덕목이다. 그런데 이준석은 안철수 앞에만 서면 강해지는, 거의 ‘스토커’를 방불케 하는 언행을 보여왔다.

지난해 이 대표가 선출된 이후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표와의 합당 논의가 있었지만, 결국 8월에 결렬되고 말았다. 두 당이 공언했던 합당이 결렬된 데는 “합당할지 말지 ‘예스냐, 노냐’로 답하라”고 야유하는가 하면, 자신의 휴가 시작일까지로 협상 시한을 통첩하며 안철수를 자극한 이준석의 책임이 컸다는 지적이 당내에서도 많았다. 대선이 끝나고 가까스로 합당이 된 이후로도 안철수를 향한 이준석의 조롱은 계속되고 있다.

안 의원이 ‘친윤’(친윤석열)계인 정점식 의원을 최고위원 몫으로 추천한 데 반발하던 이 대표는, 지난 6월 “이제 다음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거 같습니다”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여기서 '간장'은 안철수 의원을 비하하는 '간철수' 와 장제원 의원의 이름을 지칭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는데, 안 의원이 친윤 핵심인 장 의원과 함께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고 공세를 편 것이었다.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중앙윤리위원회에 출석해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소명한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지난 8일 국회를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준석의 싸움은 늘 그런 식이었다. 물론 정치인들 사이의 견해 차이로 인한 갈등은 언제나 있는 일이다. 누구에게든 비판받는 것이 정치인의 숙명이기도 하다. 그런데 한시도 참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들을 다 꺼내 놓아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스타일은, 여당 대표가 가져야 할 큰 품의 리더십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얼마 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지나치게 당내 인사들과 정치적 싸움을 많이 한다는 지적도 있는데, 정치 스타일을 바꿀 의향은 없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좋은 게 좋은 거다’라는 스타일은 매우 하기 쉽다. 김종인 어르신이 저한테 말씀하신 것이 있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바뀌면 정치꾼이고,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세상을 바꾸는 것이 진짜 정치인이다’ 이 말씀이었다.” 

하지만 그동안 이준석의 정치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그가 원하는 방향의 세상이 어떤 것인지 전혀 알지 못한다. 그는 야당 대표 시절에도, 여당 대표가 된 지금도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는 비전 같은 것을 보여준 일이 없었다. 

대신 우리가 지켜보아야 했던 것은 다른 정치인들과의 끊임없는 다툼과 말싸움이었다. 집권 여당의 대표가 보였어야 할 미래의 비전 대신에, 피곤한 말싸움과 정치적 잔기술들만 국민들은 지켜봐야 했다.

이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문에서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빔밥이 가장 먹음직스러운 상태는 때로는 10가지가 넘는 고명이 각각의 먹는 느낌과 맛, 색채를 유지하면서 밥 위에 얹혀 있을 때"라고 비유했다. 

말은 너무도 훌륭했지만, 정작 이 대표가 1년이 넘게 보여준 언행은 그와 정반대였다. 그의 모습에서는 ‘공존’을 추구하는 리더십을 읽기 어려웠다. 이 대표는 비빔밥의 재료들을 잘 비벼서 조화로운 맛을 내는 리더십은 보여주지 못했다.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재료가 눈에 띄면 참지 못하고 비빔밥 그릇을 헝클어 놓았다. 

이준석은 3.9 대선과 6.1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당 대표다. 두 개의 큰 선거에서 연승을 거둔 당 대표를 향해 징계와 퇴진의 여론이 당내에서 팽배했던 장면도 이례적인 일이다. 

그래서 억울했던 것일까. 이준석은 징계를 앞둔 지난 5일, "’손절’이 웬 말이냐. ‘익절’이지"라는 말을 페이스북에 남겼다. 두 개의 선거를 승리로 이끈 자신을 내치는 것은 '손해를 감수하고 파는 일'이 아니라 '이익을 보고서 파는 일'이라는 의미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대표의 생각과는 달리, 두 개의 선거에서 연승한 것이 ‘이준석 덕분’이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워낙 정권교체 여론이 우위였던 선거였기에 승리한 것이었지, 특별히 이준석 덕분에 질 선거를 이겼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 당 안팎의 대체적인 분위기로 파악된다. 

물론 자신이 2030의 지지를 이끌었기에 승리했다고 믿을 이 대표의 입장에서는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떠오를 정도로 억울하고 분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함께 선거를 치렀던 윤석열 대통령조차도 사면초가에 처한 이 대표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있다. 

새로 출범한 여당의 내부가 어수선할 때면 대통령은 ‘당 대표를 중심으로 단합해 달라’는  메시지를 통해 당 대표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문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했다. 

물론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계속 하락하는 책임을 이준석에게 돌릴 일은 아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 이 대표를 둘러싸고 벌어진 권력갈등도 지지층의 이탈을 낳은 한 요인이기는 하겠지만,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본인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상식이다. 출근길의 도어스테핑에서 인사 실패 논란을 묻는 기자들에게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느냐”며 날을 세워 반문하는 모습으로는, 이준석이 물러난들 윤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윤석열 정부의 중심세력이 윤핵관들이라는 점은 굳이 이 대표가 거론하지 않았어도 국민들 눈에 단단히 박혀 있는 사실이다. 과거 정치를 상징하는 윤핵관들이 새로 들어선 정권의 중심세력으로 자리하면서 윤석열 정부의 한계는 구조적인 것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이준석 체제로도 여당을 이끌어 갈 수 없지만, 그렇다고 윤핵관들에 기대어 정권을 운영하는 윤석열 정부의 모습도 구태의연하기는 그 이상이다. 결국은 새 술을 새 부대에 담을 생각을 애당초 하지 못했던 윤 대통령이 낳은 딜레마이다. 

그러니 이준석이 거세된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기대가 다시 회복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대표가 아직도 자신의 문제가 무엇인지를 객관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듯이, 윤 대통령도 자신의 난맥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지 못하다면 아무리 이준석을 정리한들 달라질 것은 없어 보인다. 그러니 지금 여권세력의 문제는 이준석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윤석열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아무리 이 대표가 당 구성원들에게 밉상이 되었다고 해도, 없는 죄를 만들어서 징계를 하고 대표직에서 물러나도록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러면 정당하지 못한 정치적 음모이며 박해가 된다. 

이 대표는 그동안 그 점을 부각시키려 해왔다. 이번 징계를 앞두고도 이 대표는 “윤리위를 앞두고 가장 신난 분들이 윤핵관”이라며 “윤핵관은 익명의 뒤에 숨어 당내 분란을 일으키는 분들”이라고 직격했다. “남의 번호판 달아서 무책임하게 운전하듯 대포차 같은 정치”라고도 윤핵관들을 비판했다. 

자신에 대한 징계의 배후에 윤핵관들이 있음을 주장하는 권력투쟁의 프레임을 제기하곤 했던 것이다. 물론 당내 친윤계 의원들이 이 대표에 대해 대부분 비판적인 입장에 서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들이 당 윤리위를 뒤에서 움직였다는 정황은 확인된 것이 없다. 

결국 국민의힘 내부 상황은 당분간 정치적 난타전으로 치달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 국민의힘 내에서는 이 대표를 따르는 의원들이 많지 않아 보인다. 

그는 이미 당을 이끌어갈 지도자로서의 신뢰를 많이 잃었다. 하지만 이 대표는 물러설 생각이 없다고 한다. 결국 국민들에게는 권력투쟁으로 비쳐질 수밖에 없는 집권 여당의 혼란 상황은 더욱 격하게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국민들은 하나같이 물가와 경제위기를 걱정하는 마당에, 이런 집권 여당의 모습은 민망하기 이를 데 없다. 이준석도 윤핵관도 모두 국민의 눈에는 마땅치 않은데, 자기들끼리 싸우는 이 광경은 볼썽사납기만 하다. 

그래도 이미 사람들의 신뢰를 잃은 당 대표는 이쯤에서 물러서는 것이 큰 정치이며 순리이다. 이준석은 이런 상황까지 오게 된데 대한 자신의 책임을 성찰할 수 있어야 훗날의 권토중래를 기약할 수 있다. 

누구의 편을 들려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이준석의 대안이 윤핵관들이 되어서도 안 될 일이기 때문이다. 여당이 된지 두 달 만에 자중지란의 위기를 맞은 국민의힘은 밑바닥에서부터 다시 태어나야 한다. 세상에 이런 집권 여당이 어디 있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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