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수목원 전경
국립수목원 전경

경기도 포천 일대는 숲을 연결하는 길이 아늑하다. 더위를 벗어낸 초가을의 사색이 길목을 채운다. 국립 수목원이 속한 광릉숲은 우리나라에서 으뜸가는 산림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져 있다.

숲에서의 하루는 탐스럽다. 더위가 내려앉는 계절일수록 들꽃들은 귀한 자태를 뽐낸다.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등재된 광릉숲은 540여 년간 보전된 숲 생태계를 고스란히 간직한 곳이다.

숲 산책 부추기는 초가을 야생화

늦더위를 털어낸 국립수목원(광릉숲)은 모처럼 고즈넉한 숲의 면모를 선사한다. 아이들이 재잘 거리는 소리. 잎새들이 사각거리는 소리. 전나무숲 사이로 선명한 윤곽을 드러내는 파란 하늘. 이 모든 것들이 오후를 단장하는 매개들이다.

광릉숲의 발걸음을 더욱 더디게 만드는 주인공은 야생화다. 정원 옆에, 숲 산책길에 소담스럽게 핀 야생화는 봄꽃처럼 화려하지 않아도 다소곳하게 길손을 반긴다. 솔체꽃, 묏미나리, 버들잎엉겅퀴, 물달개비 등 일상에서 흔히 만나기 힘든 야생화들을 숨은 그림 찾듯 수목원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광릉숲을 걷는다는 것은 숲에 대한 사연까지 덧씌워져 발길을 채운다. 조선왕실은 세조의 능인 광릉을 중심으로 인근 숲을 능 부속림으로 지정해 조선 말기까지 철저히 보존했다. 그 숲에 5800 분류군의 생물이 둥지를 틀며 우리나라에서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생물종이 서식하는 터전을 만들어냈다.

전나무숲길
전나무숲길
솔체꽃
솔체꽃

20여 개 식물원과 ‘쉼’이 깃든 육림호

광릉숲에 속한 국립수목원은 걸어서 둘러보는 데 3시간 남짓 소요된다. 양치식물원, 수생식물원 등 다양한 테마의 식물원들이 20여 개에 이른다. 수생식물원 주변으로 펼쳐진 수목원 풍경은 평화롭다. 한반도 모양으로 수련, 부들, 마름 등의 200여 종의 수생식물을 식재해 놓았는데 연못과 하늘이 어우러져 깊은 전경을 만들어낸다. 연못 주변에 자라는 물달개비는 청보랏빛 수줍은 모습으로 고개를 떨군다. 깊은 산에 핀다는 솔체꽃은 풍성한 연보랏빛 꽃잎을 뽐낸다.

난대식물온실과 소리정원 주변에는 구절초류들이 흐드러지게 피어난다. 바람이라도 한 줄기 흐르면 꽃잎은 출렁이며 몸을 뒤척인다. 산림박물관 야외에는 두메부추, 솔잎금계국, 용담 등의 들꽃들이 희고, 노랗고, 자주빛 색깔을 자랑한다.

하늘을 가릴 만큼 울창한 전나무 숲길을 지나치면 수목원의 휴식터인 육림호가 모습을 드러낸다. 쉼터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에는 숲향이 담뿍 배어난다.

광릉숲과 함께 포천 일대는 ‘쉼’의 공간들이 옹기종기 들어서 있다. 신북면 허브 아일랜드는 20여 개 허브 테마로 구성된 향기로운 마을로 180여 종의 이색 허브가 식재돼 있다. 포천 아트밸리는 화강암 웅덩이인 천주호의 광경이 독특하며 야외공연이 주말에 열린다.

육림호
육림호
수생식물원
수생식물원
용담
용담

여행메모

교통: 광릉숲까지는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다. 1호선 의정부역이나 의정부 버스터미널에서 21번 버스(20분 간격) 탑승, 국립수목원 입구에서 하차한다. 4호선 진접역에서도 버스 이용이 가능하다.

음식: 내촌면의 ‘함병현 김치말이국수’는 시원한 김치국수가 별미다. 신북면 허브아일랜드에서는 허브빵, 허브꽃밥을 맛볼 수 있다.

기타: 국립수목원에서는 테마별 산책길 코스를 갖추고 있으며 산새탐험, 노거수 등에 대한 숲해설을 들을 수 있다. 수목원은 월요일 휴관이며, 차량 입장은 사전예약이 필요하다.

허브 아일랜드
허브 아일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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