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알고 싶다' 편파 방송 이후 거센 역풍...연예계 ‘탬퍼링 방지법' 마련 논의

그룹 피프티 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 간 재판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어트랙트 앞. ⓒ연합뉴스
그룹 피프티 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 간 재판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어트랙트 앞. ⓒ연합뉴스

[주간한국 장서윤 기자] 걸그룹 피프티 피프티(FIFTY FIFTY)의 전속계약 분쟁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 가운데 연예계 ‘탬퍼링'(Tampering, 전속계약 기간 중 사전 접촉) 방지법 마련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나오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K팝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소속사와 연예인 간 관계를 기존처럼 소속사가 우위에 있는 ‘갑을 관계’로 해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른바 ‘피프티 피프티 사태’가 지난 6월부터 이어지면서 K팝 생태계를 건설적으로 만들기 위한 엔터테인먼트업계의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관련 입법을 서두르는 상황이다.

피프티 피프티, 전속계약 가처분 신청

법원 기각 결정에 ‘즉시 항고’ 소송전

그룹 피프티 피프티가 소속사 어트랙트와 법적 다툼을 이어가기로 했다. 법원이 최근 피프티 피프티가 소속사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을 정지해달라’며 낸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가운데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은 즉시항고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법원은 피프티 피프티 멤버 4명이 소속사 어트랙트를 상대로 제기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이들의 갈등은 지난 6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지난 6월 23일 어트랙트는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을 빼가려는 외부 세력이 있다며 같은 달 27일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 외 3명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 어트랙트는 그동안 피프티 피프티 관련 프로젝트 업무를 진행해온 더기버스가 업무방해 행위 및 피프티 피프티의 히트곡 ‘큐피드’의 저작권을 사들이는 행위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피프티 피프티 멤버 4명은 ▲수익항목 누락 등 정산자료 충실 제공 의무 위반 ▲신체적·정신적 건강관리 의무 위반 ▲연예 활동을 위한 인적·물적 자원 보유 및 지원 능력 부족 등을 이유로 어트랙트를 상대로 전속계약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배신의 아이콘'에 들끓는 여론

역풍 맞은 '그알' 체면만 구겨 

이들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여론의 향방은 이전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기존 갈등은 소속사가 연예인에 대해 부당 처우를 하거나 노예 계약을 통해 연예인을 일방적으로 갈취하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이번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소속사가 수십억 원을 투자해 키워놓은 신인 그룹을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세력이 탈취하려는 정황들이 속속 드러나면서 여론이 들끓기 시작한 것이다. 이른바 '배신의 아이콘'이 대중을 자극했다는 점에서 궤를 달리했다.

비판 여론은 SBS 시사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의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다룬 방송이 편파적이라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들끓기 시작했다. 지난달 19일 방송에서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다룬 ‘그것이 알고 싶다’는 시청자들의 기대와는 달리 객관적인 사실 확인이 부족했고 피프티 피프티 측을 일방적으로 옹호하는 듯한 내용만 주로 다뤄졌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방송에서는 피프티 피프티와 소속사 어트랙트, 그리고 외주업체 더기버스 간의 법적분쟁에 대한 쟁점보다는 피프티 피프티 멤버들이 연습생 시절 고충 등을 중심으로 담았다. 사태의 핵심 쟁점인 더기버스 안성일 대표에 대한 내용이나 멤버들의 부모에 의한 개별 상표권 출연 신청 등의 내용은 빠져 있었다. 어트랙트 측이 전달한 관련 자료들은 아예 거론되지 않았다.

이에 국내 주요 연예계 단체들은 제작진의 공식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한국매니지먼트연합은 “제작진은 사건의 쟁점과는 다른 피프티 피프티 측의 일방적인 주장, 감성에 의한 호소, 확인되지 않은 폭로에 대해 정확한 사실관계 유무조차 파악하지 않은 채 보도했다”며 “현재 법적 분쟁 중인 사건에 대한 왜곡된 인식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들은 특히 한국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한탕탕주의' 도박판으로 비유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그것이 알고 싶다’ 제작진은 지난달 24일 “제작진의 의도와 달리 K팝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많은 분들과 K팝을 사랑하는 팬들의 마음을 상하게 한 점에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 연예계 단체 등 시청자분들이 보내주신 말씀과 비판 무겁게 듣겠다”라고 사과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 "템퍼링 근절 제도 개선할 것"

하태경 "피프티 피프티법 개정안 논의"

이처럼 방송 이후 성난 여론의 역풍이 거세지자 정부도 나섰다. 피프티 피프티의 전속계약 분쟁으로 촉발된 연예계 탬퍼링 문제를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이다.

유인촌 대통령실 문화체육특별보좌관(문체특보)는 지난달 28일 한국매니지먼트연합·한국연예매니지먼트협회·한국연예제작자협회 등 관계자들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은 탬퍼링 문제 및 연예계 제작 환경을 논의하자는 유 특보의 제안으로 마련됐다.

이들 연예 단체들은 유 특보에게 ▲연예기획사 전속 표준계약서 수정 ▲연예계 FA(Free Agent·자유 계약) 제도 도입 ▲탬퍼링 시도 제재 강화 등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프티 피프티 사태는 지난달 25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 대한 현안 질의에도 등장했다.

이날 이용 국민의힘 의원은 박 장관에게 피프티 피프티 사태에 대해 질의하면서 K팝 탬퍼링 실태조사를 촉구했다. 이 의원은 “피프티 피프티는 역대 최단기간에 미국 빌보드 차트에 오르며 ‘중소 아이돌의 기적’이라고 불렸지만 멤버 빼가기인 탬퍼링 논란에 휘말렸다”며 “연예인 한명 한명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귀중한 자산인데 템퍼링은 중소기업 기술탈취와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은 “피프티 피프티 사태를 공정성의 잣대로 상황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대중문화예술 표준계약서 수정과 연예계 탬퍼링 근절 제도개선책 마련을 약속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관련 입법을 마련하고 나섰다. 하 의원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중문화예술 분야에서도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제도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대중문화예술발전법’ 개정안을 문화체육관광부와 논의하고 있다”면서 “중소기획사가 안전하게 사업을 영위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보호와 지원 내용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K팝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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