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아리콩으로 만든 패티.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병아리콩으로 만든 패티.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푸드테크 중 하나로 꼽히는 ‘3D 식품 프린팅’은 분말이나 액체 형태의 식용 원료를 층층이 쌓아 식품 형태로 만드는 기술이다.

식품 원료 구성 비율과 영양학적 데이터 등을 반영해 프린터가 종이에 잉크를 뿌려 그림을 그리듯이, 먹을 수 있는 잉크를 3차원으로 쌓아 식품을 만든다. 가열방식이 아니라 프린팅을 통해 음식을 만드는 탓에 새로운 질감과 형태가 구현된다.

3D 식품 프린팅 기술은 여러 방식이 있으나, 그중에 압출 적층 제조 방식은 가장 많이 사용된다. 고온과 고압을 통해 액화 상태로 재료를 추출하는 방식이다. 한국농촌경제원은 푸드테크를 3D 식품 프린팅 외에도 ▲식물공장 ▲대체식품 ▲물류 유통 분야의 블록체인 ▲키오스크 ▲조리 서빙 로봇 ▲배달 등으로 구분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3D 식품 프린팅 시장 규모는 2018년 7890만달러에서 연평균 46.1%씩 성장해, 2023년에는 5억 3000만달러 수준에 달할 전망이다.

제품 유형별 시장 점유율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FIS(식품산업통계정보) 집계에서 과자류와 반죽류가 합산 약 61%를 차지해 가장 비중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예상 연평균 성장률도 과자류가 48%, 반죽류가 46%로 많은 편이다. 세계 지역별 시장 점유율은 북미가 36.2%, 유럽이 29.5%, 아시아 23.3% 순이다.

3D 식품 프린팅 중에 대체육 프린팅이 가장 큰 의미가 있다. 국제통계사이트 아워월드인데이터에 따르면 전 세계 육류 생산은 1961년 이후 50년 동안 4배 이상 증가했다. 소고기 생산량은 2배 이상 증가해 2021년 기준으로 7677만 톤이다. 2050년쯤에는 지금보다 다시 2배 가까이 증가할 전망이다.

하지만 소고기는 지구온난화의 주범 중 하나다. 세계 여러 국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자고 나섰지만 실제 온실가스 배출원인 소고기 생산은 늘고 있는 셈이다.

소는 소화 과정에서 잦은 트림과 방귀로 온실가스인 메탄을 내뿜는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전 세계 가축이 연간 온실가스 7.1기가톤(71억톤)을 배출하며, 이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배출량의 14.5%에 해당한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가축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65%는 소에서 나온다. 그래서 수년 전부터 기후 환경과 가축 윤리를 생각해 소 사육을 줄이고 육식을 하지 말자는 채식주의 주장이 유행처럼 번져왔다.

요즘 개발되는 대체육은 겉보기뿐 아니라 맛과 향, 그리고 씹거나 삼킬 때의 식감마저 진짜 소고기와 비슷해지고 있다. 마블링을 그대로 구현한 것도 있고, 곰팡이로 만드는 치즈도 나오고 있다. 이런 대체 식품들을 개발하는 데 3D 프린팅과 미생물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3D 프린팅을 이용해서 소고기를 최대한 구현할 수 있다.

이스라엘의 대체육 제조업체인 ‘리디파인 미트’는 소고기 조직의 형태 중에서도 지방인 마블링에 집중하고 있다. 3차원 설계도에 따라 한 층씩 찍어내 실제 소고기가 흡사한 ‘뉴미트’를 만들었는데, 소비자 반응이 좋다.

미국 스타트업 네이처스파인드가 곰팡이에서 생산한 단백질은 닭고기와 비슷한 질감을 가지고 있다. 이 단백질로 고기 패티와 크림 치즈를 만든다. 독일 버거킹에서 판매하는 버거의 약 20%는 식물성 패티다.

바이오잉크로 동물의 줄기세포와 혈액 등을 이용하면 3D 프린팅으로 배양육도 만들 수 있다. 배양육은 가축을 직접 키우는 대신, 실험실에서 세포배양액에 줄기세포를 키워 만든다. 배양육은 미국과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개발 중이다. 하지만 아직은 실제 소고기보다 향미가 부족하고, 다진고기 모양으로만 만드는 한계가 있다. 일부 업체는 해조류나 식물성 재료로 만든 스펀지(스캐폴드)에 세포를 쌓아 고깃덩어리로 만들기도 한다.

이미 싱가포르와 미국 등에서는 배양육 닭고기가 식탁에 오르고 있다. 싱가포르는 2020년 세계 최초로 미국 잇저스트가 개발한 닭고기 배양육을 생산, 판매토록 승인했다. 미국도 작년 11월부터 닭고기 배양육 판매를 승인했다. 소고기보다 닭고기 배양육이 먼저 시판되는 이유는 닭 세포가 대량 생산하기에 기술적으로 쉽기 때문이다.

배양육은 무균 상태에서 세포를 배양하기 때문에 생산 기간이 훨씬 짧고 광우병 같은 질병이나 항생제 남용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단백질이나 비타민 강화 고기 등 기능성 고기로도 개발할 수 있다. 하지만 배양육이 당장 나오더라도 진짜 고기보다는 아직 비싸다. 기술적으로 세포가 먹고 사는 영양분인 배양배지와 배양육 전용 배양기가 개발돼 대량생산이 되어야 한다.

국내에선 식품위생법상 3D 식품 프린터를 통한 식품 생산과 판매가 제한된 상황이라 연구용 제품이 대부분이다.

중소기업인 탑테이블이 연구용 3D 식품 프린팅 장비인 ‘푸디안 프로 ’ 개발에 성공해 제품을 출시했다. 배양육 제조업체인 ‘팡세’는 인공 장기를 연구하던 노하우를 살려 젤 성분으로 바이오잉크를 만들어 고기 전체의 형태, 고깃결 등을 3D 프린팅으로 제어해 실제 고기와 닮은 식감을 만들었다. 여러 개를 쌓을 수 있는 3D 프린터를 개발해 대량생산에 도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작년 말에 인공지능(AI) 기반 3D 식품 프린팅 기술을 농림식품신기술로 인증했다. AI 기술을 통해 식재료를 특정 식품에 알맞은 모양으로 가공할 수 있다. 향후 메디푸드, 고령 친화식품 등 특수 목적형 식품에도 활용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도시는 대체육 생산, 유통 인프라, 소비 선호도에 따라 다양한 대체육을 공급하는 3D 식품 프린팅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대체육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임파서블푸즈와 비욘드미트 같은 기업은 뉴욕과 LA 같은 대도시 시장에서 다양한 대체육 제품을 3D 프린팅으로 생산하고 도소매업체, 베이커리, 레스토랑, 푸드 서비스 업체를 통해 유통하고 있다. 베지테리언 부처와 비베라 같은 기업은 런던에서 비건 햄버거, 소시지, 닭고기 등 대체육을 공급한다. 파리와 스톡홀름 같은 대도시에서도 대체육 3D 프린팅 기업들이 활동하고 있다.

우리도 3D 식품 프린팅 산업이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할 수 있다. 도시형 신산업으로 시장과 일자리 확대도 가능하다. 식품위생법과 도시계획법의 개정을 통해 도시 내 성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프로필

▲한양대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ULI 코리아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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