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반도체 소재기업에 2년치 물량 주문
미국의 대중국 제재 강화 전 물량 확보 나서

SMIC의 중국 상하이 사업장 전경. 사진=SMIC 홈페이지 캡처
SMIC의 중국 상하이 사업장 전경. 사진=SMIC 홈페이지 캡처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중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 SMIC가 상당한 양의 반도체 소재를 대만 기업에 주문했다는 소식입니다. 이는 보통의 경우라면 이 회사가 2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SMIC는 7나노 공정으로 화웨이 스마트폰에 들어갈 프로세서를 생산해 논란의 중심에 선 기업입니다. 이 업체는 화웨이로부터 주문을 받아 7나노칩인 '기린 9000s'를 생산했는데요. 이 칩은 화웨이의 스마트폰 '메이트 60프로'와 폴더블폰 '메이트X5'에 들어갔습니다.

업계에선 SMIC가 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심자외선(DUV) 장비를 통해 7나노 칩 양산에 성공했다고 보고 있는데요. 하지만 미국은 SMIC가 EUV 장비를 사전에 확보했을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어쨌든 SMIC가 조급하게 반도체 소재를 대량 주문한 것과 관련해 여러 추측이 나옵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기 전 위험을 회피하기 위한 움직임이라는 겁니다. 간단히 말해 "사둘 수 있을 때 사두자"라는 것이죠.

미국은 SMIC가 7나노칩을 만든 것에 대해 제재를 위반했는지 조사한다는 방침입니다. SMIC는 화웨이와 함께 미국 정부의 블랙리스트에 포함돼있는 기업입니다.

화웨이의 '메이트60 프로'. 사진=화웨이 제공

SMIC가 상당한 양의 원재료 주문을 한 것을 두고 한편으로는 부상하고 있는 화웨이와 밀월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앞서 대만의 TSMC는 미국의 제재로 중국 화웨이와 거래를 끊었는데요.

만약 화웨이가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에 힘입어 과거와 같은 입지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다면 SMIC에 득 될 것이 많다는 판단입니다. 현재 화웨이는 파운드리 기업을 선택할 때 자국 기업인 SMIC 말고는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입니다.

화웨이는 한 때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삼성전자를 위협했던 기업입니다. 2019년 화웨이는 2억4100만대의 스마트폰을 팔며 업계 1위 삼성전자(2억9500만대)를 바짝 추격했습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츠는 올해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을 약 3500만대로 예상했는데요. 지난해와 비교하면 35% 증가할 것이란 전망입니다.

한편 일본의 포말하우트테크노솔루션스라는 시장조사업체는 SMIC의 기린 9000s가 7나노 공정으로 생산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는데요. 이 업체는 SMIC가 14나노 공정에다 현재로선 정확히 알 수 없는 특수한 기술을 써서 미세회로의 선폭을 7나노에 가깝게 구현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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