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연합뉴스

한글날을 앞둔 주말, 주식시장을 뒤흔들 소식이 전해졌다. 현지시간 지난 7일 새벽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하마스가 각종 미사일과 대규모 침투조를 통해 이스라엘을 기습했다는 소식이었다.

중동의 화약고에 다시 불이 붙으면서 금융시장도 빠르게 냉각됐다. 지난 8일 일요일 이스라엘 TA-35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6.47% 급락했다(중동 증시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휴장). 사우디 타다울지수와 이집트 EGX-30 지수도 각각 1.57%, 2.60% 하락했다.

짧은 연휴를 끝내고 개장한 한국 주식시장도 흔들리긴 마찬가지였다. 지난 10일 코스피는 장중 2450포인트를 탈환하기 위해 반등에 나섰지만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이 쉽사리 해결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에 2400포인트 초반으로 재차 밀려났다.

중동에서 분출된 갈등이 빠르게 봉합될 것이라고 확신하지 못한 결과였다. 오히려 전쟁이 지속되어 시장이 더 큰 불확실성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주가에 반영됐다.

그도 그럴 것이 50년 전 발발했던 욤키푸르 전쟁(4차 중동전쟁)도 20일간 지속됐다. 유엔(UN)이 중재에 나서기 전까지 양측은 격렬한 전투를 이어갔다. 그런데 이번이 그때랑 다르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고 본다. 오히려 당시보다 상황이 나쁘다. 알다시피 경제적 이해관계에 따른 갈등이라면 협상을 통해 언제든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처럼 역사와 종교가 분쟁의 시발점이라면 평행선과 같은 양측의 관계가 일시에 개선될 리는 만무하다.

이번 사태가 더 심각하게 발전된 배경에는 이스라엘의 내부 사정도 자리잡고 있다. 특히 정치가 가장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다. 2022년 11월 이스라엘은 총선을 치룬 바 있다. 정치제도는 우리와 다른 의원내각제로 연정을 구성한 제1당 당수가 총리직을 수행한다. 현재는 전체의석 120석 중 32석을 차지한 리쿠드당의 베냐민 네탸나후가 의회를 이끌고 있다.

알다시피 네탸나후 총리는 2021년 개인 비리로 실각한 인물이다. 그래서 재집권에 성공한 현재도 부패 정치인이란 꼬리표를 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의 적이 일으킨 소란은 내부에 존재하는 불만을 일거에 잠재울 수 있는 재료가 될 수 있다. 정치 전략 상 팔레스타인 공격을 강행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네탸나후 총리는 팔레스타인에 전쟁을 선포했다.

게다가 이타마르 벤그비르 공안부장관 등 극단적인 시오니즘을 표출하는 정치인이 내각에 있다는 점도 문제다. 벤그비르 장관은 군대 외 공권력을 통솔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그는 이번 사태가 발생하기 전에도 팔레스타인과 매우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향후에도 팔레스타인 대응과 관련해 적대적인 태도를 취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위 관료의 성향은 어떤 형태로든 안보정책에 영향을 끼친다.

대외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팔레스타인을 옹호한 부분도 전쟁 장기화를 자극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가자지구에 고립된 하마스의 경우, 전쟁 무기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하지만 이슬람교의 맹주라고 할 수 있는 사우디가 자금과 무기를 암묵적으로 지원한다면 하마스의 대 이스라엘 강경 모드도 상당 기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4분기 주식시장을 마주하고 있는 투자자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고금리와 강달러라는 약세 압력에 중동 불안까지 겹친 현 상황을 어떤 방식으로 헤쳐 나갈 수 있을까?

가장 먼저 할 일은 투자 포트폴리오를 방어적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특히 가격 부담이 없고 시장 대비 방어력이 강한 종목을 선택하는 게 대응책이 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주가수익비율인 PER과 시장 민감도인 베타(beta)가 낮은 산업을 중점적으로 살펴야 한다. 현재 한국 증시에서 선택할 수 있는 대상은 은행, 보험이 속한 금융과 통신, 유틸리티 등을 들 수 있다.

전쟁으로 반사이익이 예상되는 산업에 투자하는 것도 불확실성을 피할 수 있는 대안이다. 대표적인 게 정유업이다. 동 업종의 주가는 유가 상승으로 재고평가이익이 늘어나면서 방어된다.

실제로 유가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상승 압력에 노출된 상황이다. 설상가상 사우디나 이란 등 아랍권이 분쟁에 본격적으로 관여하게 될 경우, 원유의 공급 부족 현상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정황 상 충분히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다. 이를 고려하면 정유 산업은 주가가 크게 꺾일 가능성이 낮다.

방산업도 주목할 만하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1년 이상 지속된 가운데 중동 지역에서도 군사 충돌이 발생했다. 해당 영향권에 속한 국가들이 잠재적으로 군비 증강 압력에 노출된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유럽에 이어 중동에서도 방산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과 관련해 한국산 전쟁 물자가 선택되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다. 이미 우크라이나에 상당량의 군수품을 공급한 미국이 한국에 군사 재원을 요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방산기업의 매출 증가 기대로 연결되어 관련 종목의 주가 방어에 요긴한 재료가 될 수 있다.

전쟁처럼 발생해서는 안 되는 사건을 앞에 두고 경제적 이해관계를 따져보는 현 상황은 현대사회의 비정한 일면인 게 틀림없다. 하지만 안타까운 사실이 생겼다 해서 넋 놓고 있지 못하는 것도 우리의 숙명이다. 미래의 삶이 경제적 선택에 의해 좌우되는 작금의 환경에서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라면 더욱 그렇다.

당분간 보수적으로 시장에 대응하면서 수익을 지키는 것에 집중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