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그로우 김하수 기자] 지난 4월 검단의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부실시공으로 인한 붕괴사고 이후 무량판 시공 아파트에 대한 공포여론이 확산됐다. 이른바 ‘무량판 포비아(공포증)’라는 신조어까지 나왔으니 말이다.

최근 국토교통부는 지난 8월 3일부터 9월 말까지 2개월간 전국 민간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 대한 전수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번 전수 조사 대상은 지난 2017년 이후 준공된 단지 139곳과 현재 시공 중인 단지 288개를 합쳐 총 427개 대상으로 진행됐다. 조사 결과 준공된 아파트 가운데 보강 철근이 빠진 곳은 단 1곳도 없었고, 콘크리트 강도도 기준치를 모두 충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LH가 발주한 무량판 구조 아파트에선 전단보강근이 누락된 2개 현장이 추가로 확인됐다.

이번 조사는 민간 아파트뿐만 아닌 서울주택도시공사(SH), 경기주택도시공사(GH) 등 지자체 소관 공공기관 시행 아파트까지 포함된 것으로, LH 외에 지자체 공사가 지은 공공 아파트에서도 부실시공이 없었던 셈이다.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이후 해당 아파트가 무량판 구조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무량판 공법에 대한 불신은 공포감으로까지 확산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본인이 입주한 단지가 무량판 구조인지 묻는 글이 쏟아지는가 하면,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일부 단지의 경우 관리사무소가 직접 나서 “우리 단지는 벽식 구조 설계를 적용했다”며 거짓 공지를 내는 등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졌다.

무량판은 보 없이 기둥만으로 천장을 지탱하는 것을 말한다. 수평구조 자재인 보가 없는 상태에서 기둥이 직접 슬래브(콘크리트 천장)를 지지하기 때문에 층 사이가 높고, 건설비용과 기간이 단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기둥과 슬라브 접합 면에 보강이 충분히 이뤄져야 하는 만큼 보강근이 필수적이다.

정부가 조사에 나서기 전 건설업계는 붕괴 등 사고가 잦지 않다는 점에서 무량판 구조를 이미 검증된 공법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적절한 설계와 시공, 알맞은 관리감독이 있다면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국토부의 전수조사 결과는 무량판 구조 공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대변한다. 달리 말하면 단순히 공법의 문제가 아닌 발주사인 LH부터 설계, 감리, 시공사까지, 또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파트 철근이 누락돼 붕괴사고가 일어난 것은 고질적인 업계 관행이 빚은 참사였다. ‘무량판 포비아’ 극복은 아파트 주민의 몫이 아닌 철저한 감독을 소홀히 했던 국가의 몫이어야만 했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내외부적으로 만연한 건설 카르텔과 설계와 시공, 감리 전 단계에서 관리 감독이 소홀한 총체적 부실 문제를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특히 입주민의 안전을 담보로 한 불법 행위에 대해서는 가차 없이 엄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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