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P연합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AP연합

시중금리가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에 연일 요동을 치고 있다. 그 결과 한때 미국 국채(TB) 10년 금리가 5%를 상회했던 급박한 흐름에서는 벗어났지만, 여전히 금리의 절대적인 변동성이 큰 상황들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0월 30일~11월 1일(현지시각) 양일간 열린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5.25~5.50%로 유지했다. 이는 2001년 1월 이후 22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해당 결정은 만장일치로 이뤄졌다.

그런데 회의를 앞두고 금융시장의 관심은 연준의 기준금리 결정보다는 현 시장금리 수준에 대한 언급과 향후 통화정책 기조를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에 이목이 더욱 집중됐다. 당장 11월 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연방기금선물 등 사전적인 지표들로 인해 동결 전망이 압도적으로 우세함에 따라 쟁점 자체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고 보는 것이 오히려 적절할 것이다.

반면 10월 중순 이후 높아진 시중금리 수준으로 인해 금융 여건이 긴축적으로 변했다는 통화 당국자들의 발언들이 쏟아지며 FOMC 직전 발언이 금지되는 '블랙 아웃' 기간 동안 시장은 금리보다는 파월 의장의 발언 내용에 이목을 집중했다.

이에 연준은 성명서에서 최근 국채 금리 상승에 대해 금융 여건의 변화를 체감하고 있음을 명시적으로 공개했다. 종전 회의에서 신용 여건이란 표현에서 “더 긴축된 금융과 신용 여건”이라고 밝혀 최근 금리 상승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사실 상당수 시장 참가자들은 어떤 형태로든 금리 동향에 대한 연준의 입장 표명이 가능하겠지만, 성명서 문구가 변화할 정도로 활자화된 내용을 기대하진 않았다. 그만큼 구속력이 있는 문서 상의 변화이기 때문이다.

시중금리 상승에 대한 견해는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에서 거듭 확인됐다. FOMC 이전 뉴욕 클럽 연설에서 “최근 금리 상승에 대해 더 높은 금리가 당장은 더 긴축된 금융환경을 만들고 있다. 그것이 통화정책이 정책이 작동하는 방식”이라며 통화정책에 대한 원론적인 견해까지 피력했던 상황에서 당연히 예상됐던 답변이었다.

이에 파월 의장은 뉴욕 클럽 연설에서의 발언과 거의 동일한 톤을 유지하며 “장기 국채 수익률 상승에 대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며 “이는 지난 여름 이후 광범위한 금융 여건을 긴축시키는 데 기여해 오고 있다”고 평가했다.

높은 금리가 긴축적인 금융 여건을 이끌어낸다면 현재 자신들의 기준금리 인상이 충분히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는 반응으로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그는 “긴축 여건이 지속적이어야 한다”며 섣부른 정책 선회 기대를 경계했다.

파월 의장의 이와 같은 발언을 통해 금융시장은 2022년 3월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 단계에 진입했으며, 지난 7월 5.50%(상한 기준)로 인상된 이후 금리 인상이 종료됐다는 쪽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앞서 급등했던 미국 국채 10년 금리 역시 빠른 속도로 안정을 찾았다.

하지만 문제는 시중금리가 안정을 보인 이후 파월 의장의 발언 톤이 또 다시 달라졌다는 것이다. 금리가 뛸 때는 가파른 상승을 경계하고 반대로 금리가 빠질 때는 금융시장을 상대로 경계감을 유지할 수 있는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사실상 금리 수준에 맞춰 발언 수위나 내용을 조절하는 통화당국 차원의 시장금리에 대한 개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9일 국제통화기금(IMF) 연설에서 파월 의장은 추가적인 긴축이 적절하다고 판단되면 주저하지 않겠다고 발언했다. 또 정책 당국은 인플레이션을 목표치(2%)까지 떨어뜨리는데 노력을 다하고 있지만, 아직 그러한 수준에 도달했다는 확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통화정책을 계속해서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나 과도한 긴축 혹은 최근 수개월 동안의 양호한 경제 지표에 의해 오류를 범하는 위험 등을 모두 피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결과 연방금리선물과 같은 기준금리 결정과 관련된 주요 선행 지표들은 또 다시 요동을 쳤다.

여전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는 전망이 주류를 이뤘지만 12월에 비해 내년도 1월에 금리 인상을 전망하는 비율이 조금 더 높은 묘하고, 불확실한 상황들이 반복됐다.

과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평가가 주류를 이룰 때 채권시장의 반응은 한동안 동결 전망이 대세를 이룬 이후 인하 시기를 모색하는 단순 전망 경로를 나타내곤 했다. 그러나 최근 나타난 동향은 곧바로 인하 전망이 유입되는 것과 동시에 인상 사이클 종료가 명확하지 않다는 전망들이 다양하게 서로 혼재된 흐름이 반복 중이다.

당연히 이러한 통화정책에 대한 전망이 혼선을 보임에 따라 시중금리 역시 들쭉날쭉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추세적인 금리의 변화 혹은 변화 가능성을 타진하려는 금융시장의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국면들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연준 역시 이처럼 시장의 갈팡질팡한 반응을 자신들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에 따른 결과로 보고 있어 당분간 파월 의장 등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에 따른 금리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미국의 장기 신용등급을 ‘AAA’ 로 유지하면서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조정했다. 신용등급전망 하향은 해당 주체의 신용등급이 ‘중장기적’으로 조정될 가능성이 있음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6개월 이내 등급 리뷰 의무가 존재하는 '부정적 관찰대상'에 비해서는 시간을 두고 주시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따라서 당장에 등급 변화 가능성을 시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근 금리 변동성의 확대가 연준의 통화정책 행보에 대한 반영일 뿐만 아니라 재정건전성 문제와 결부된 채권 물량에 대한 부담까지 동시에 프라이싱되고 있는 과정임을 감안할 때 금리에 미치는 영향력은 과거보다 커질 가능성도 어느 정도는 부각될 수 있다.

한국 금리는 당분간 미국 시중금리 동향에 연동하는 흐름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가 한국의 경우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미국 금리 동향이 다른 국가들에 매우 큰 영향력을 발휘함에 따라 한국은행의 통화정책과 같은 국내적인 이슈에 대한 반응은 오히려 크게 제한된 국면들이 반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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