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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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느끼지만 주식시장은 살아있는 생물과 같다. 일정한 흐름이 반복되지 않고 때에 따라 속도와 방향이 달라진다.

알다시피 시장 분위기는 10월까지 상갓집과 다름없었다. 코스피는 8월 1일 장중 2,668.21포인트로 연고점을 달성했으나 좋은 순간은 잠시였다. 이때부터 10월 31일까지 3개월 연속 주가가 흘러내리면서 비관론이 득세했다. 시장에서 떠나야 한다는 투자자들의 볼멘 소리도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하지만 분위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급변했다. 11월 코스피는 3개월간의 약세장을 뒤로 하고 보기 좋게 반등에 성공했다. 코스피는 11월 21일 2,510.42포인트로 마감하며 10월 31일 종가인 2,277.99포인트 대비 10.2% 상승했다. 2023년만 놓고 보면 월간 수익률 1위다. 시간을 좀 더 확장하면 2020년 12월 이후 처음 나온 두 자리 수 상승률이었다.

주가 급등에는 다양한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그동안 약세 압력을 높이는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미국 국채 금리가 하락 반전했다. 한국 경제의 맥을 잡고 있는 수출도 개선됐다.

금융당국의 갑작스런 공매도 금지도 증시 부양에 기여했다. 공매도잔고가 많은 종목의 숏커버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지수 레벨이 같이 올라갔다. 과거 세 번의 공매도 금지 기간 중 증시가 강했다는 점이 투자심리 회복에 기여했다.

다만 서두에 언급했듯이 우리는 시장이 살아 움직인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혹시라도 지금과 다른 환경이 조성되면 증시는 언제든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연말에는 더욱 그런 흐름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가장 껄끄러운 부분은 코스피의 이익 추정치가 내려가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코스피 순이익은 114조원으로 예상되는데, 4분기 이익 변동성을 감안하면 전망치가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4분기마다 비용을 일시에 털어내는 기업 관행 때문이다. 4분기 실적 발표까진 아직 시간이 남았으나 투자자들은 학습효과를 토대로 12월엔 이익 모멘텀이 강해지기 어렵다는 사실을 투자에 반영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부분에 집중해야 할 것인가? 결론은 시장보다 기업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코스피는 기업의 집합체다. 시가총액을 합쳐 지수화한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일단 코스피의 이익 전망치가 내려가면 지수에 속한 기업들 대부분도 이익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

하지만 개별 기업의 이익 전망치가 시장 전체의 이익과 항상 같이 움직이는 건 아니다. 전체 이익과 달리 방향이 다를 수 있다. 이처럼 개별 특성을 보이는 종목에 집중하는 게 투자 승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현재 이익 전망이 양호한 업종은 반도체와 자동차로 확인된다.

한편 연말을 지나 내년이 되면 고민은 더욱 깊어질 수 있다. 만약 코스피가 2,500포인트를 넘어 바로 3,000포인트까지 도달한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이다. 상승장에서는 모두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한다.

그러나 내년엔 그럴 가능성이 희박하다. 내년 이익 추정치의 방향은 위보다 아래를 향한다. 올해 11월부터 시작된 상승세가 12월 또는 내년 1월까지만 진행되고 이내 지수가 횡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과정에서 코스피는 2011년부터 2016년까지 나타났던 박스피(박스권 내 코스피)를 나타낼 수 있다.

미래를 보수적으로 본다면 대안을 미리 생각해야 한다. 당장 연말까진 올해 이익 추정치가 개선되는 종목에만 집중하면 되지만, 내년부터는 주가가 단순 횡보보다 뚜렷한 상승세를 보일 기업을 찾는 게 수익률 창출의 핵심이 될 것이다. 일정 범위에서 지수가 등락을 반복하는 장세에선 상승 탄력이 강한 종목을 찾는 게 성공 투자의 키가 된다.

이와 관련해 두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실적이 예상을 크게 상회하는지, 그리고 성장 스토리가 확실히 그려지는지에 대한 것이다. 과거에도 이런 특징을 보였던 종목이 매우 뛰어난 성과를 기록했다.

2011년부터 연도별로 보면 줄기세포치료제 기업인 메디포스트가 연간 300% 이상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2012년엔 ‘미샤’와 ‘나이트앰플’로 대박을 터뜨린 에이블씨엔씨가 주인공이었고, 2013년엔 대형주로 성장한 네이버가 '라인' 활성화에 힘입어 강세를 기록했다.

2014년엔 화장품 장세가 크게 열린 가운데 게임주도 강했는데, 컴투스는 ‘낚시의 신’ 해외 흥행과 ‘서머너즈워’의 국내 인기로 400% 이상 상승했다. 2015년과 2016년은 다시 바이오 장으로 신약개발 모멘텀을 등에 업은 한미사이언스와 영진약품이 시장을 견인했다.

다가오는 2024년에도 이들 종목처럼 상승 동력이 존재하는 기업이 각광을 받을 것이다. 다만 이전과 다른 점은 이익 기대가 예상보다 크지 않을 수 있기에 성장 스토리에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 성장 스토리를 써 줄 주체가 존재한다. 이번에는 민간이 아닌 정부가 그 역할을 할 것이다.

정부는 올해 8월 2024년 예산안을 공개했는데, 그중 'ABCD' 산업에 약 4조 40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2023년 예산대비 22.1% 증가한 수치다.

ABCD는 AI(인공지능), Bio(바이오), Cyber(사이버 보안), Digital(디지털 플랫폼)을 나타내는데, 해당 산업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재 1년 이상 지속된 통화긴축으로 산업 성장을 위한 마중물이 부족한 상황인데, 정부가 추후 그 역할을 해준다면 관련 산업은 성장 경로를 밟아 나갈 수 있다.

주가도 이런 움직임에 부합할 것이다. 내년에는 개별 산업과 기업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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