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연합뉴스

 

한때 5%에 육박했던 미국 국채 10년 금리가 4%대 중반 이하 수준까지 낮아졌다. 그 결과 채권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됐던 공포감은 크게 진정됐고 채권 이외 다른 금융시장들 역시 안정감을 찾고 있다.

단순하게 기간 만을 놓고 보면 불과 한달 남짓한 시간에 주요 가격 변수들이 크게 안정을 찾은 셈이다. 높아진 금리 수준이 오히려 금융 여건을 긴축적으로 전환하게 만들었다는 통화 당국의 발언으로 금융시장은 숨을 돌릴 여유를 찾고 있다.

그렇다면 채권시장의 빠른 안정은 과연 어떤 경로를 통해 작동되고 있는 것일까?

무엇보다 기준금리 결정 경로에 대한 전망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9월말과 10월초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시중금리의 가파른 상승과 함께 주식 등 금융시장 전반에 큰 충격을 줬다면, 현재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은 지난 7월 5.50%로 25bp 인상된 것이 마지막이었다는 공감대가 강하게 형성되고 있다.

실제 연방기금금리선물과 같은 선행 지표들의 동향을 볼 때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은 끝났다는 의견들이 지배적이다. 또한 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는 곧바로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예상을 자극하며 자연스럽게 채권 랠리로 이어졌다.

하지만 항상 끊임없이 인하에 대한 기대를 확대 재생산하는 채권시장의 속성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인하 전망은 다소 과도하고 성급해 보인다. 다만 현재 형성되고 있는 인하 기대는 과거와는 다른 내러티브(채권 가격을 움직이는 요인)를 보유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나름대로 저변이 넓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음은 최근 채권시장에서 확산 중인 인하 기대에 대한 논리적인 경로들에 대한 서술 및 이에 대한 시장의 반응이다.

흔히 기준금리를 변경할 때 인상 국면에서는 물가, 인하 국면에서는 경기가 가장 핵심 요인으로 인식된다. 이를 지난해 1분기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과 현재의 상황에서 대입해 볼 때 그간의 금리 인상은 당연히 물가를 견제하기 위한 조치들이었다. 그리고 지난 7월 인상을 마지막으로 통화정책과 관련해 일종의 휴지기에 돌입한 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금리 인상에 대해서는 논거가 확실한 반면 인하에 대해서는 근거가 그 자체로 취약해 보인다. 더구나 3분기까지 미국 경기가 크게 호황을 보임에 따라 현재 일부 경제 지표들의 부진을 근거로 금리 인하를 논한다는 것은 정황상으로 그리 타당하지 않다. 다시 말해 침체나 경기 위축을 명확하게 단언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 인하를 기대한다는 것은 과하다고 평가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현재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단순히 경기에 국한된 이슈로만 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즉 금융위기 이후 대체로 낮은 금리 수준이 유지되는 과정에서 금리를 인하하려면 침체와 같은 명확한 징후가 드러날 필요가 있겠지만, 지금은 절대적으로 금리의 수준 자체가 높아졌기 때문에 인하의 필요성은 굳이 경기에서만 찾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인상 사이클을 개시한 이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2022년에 425bp, 2023년에 100b씩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매우 가파른 속도였고 금리를 올릴 때마다 경기가 올해 3분기와 같이 항상 확장적이지는 않았다. 즉 연준은 이번 인상 사이클에서는 경기 요인을 크게 배제하고 교과서적인 물가 대응에 주력하며 금리 인상을 진행한 것이다.

따라서 향후 기준금리 인하는 과거처럼 경기 요인에만 맞춰 논의가 진행되기보다는 중립금리를 큰 폭으로 상회할 정도로 금리를 올렸던 핵심 논거인 물가에 대한 논의가 선행될 필요가 있다. 즉 물가에 대한 명확한 시그널이 감지된다면 경기 침체와 같은 급격한 지표 부진이 확인되지 않더라도 인하 논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바로 중립금리에 비해 현 금리 수준이 높다는 '정상화' 관점에서도 인하 논의가 공론화될 수 있다는 것인데, 현재 채권시장의 피봇(pivot·정책 전환) 전망들 가운데 상당 부분이 “금리 수준이 절대적으로 높으니 물가 안정 만으로도 인하 가능”이란 기대가 강하게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정상화 관점에서의 인하 논의 역시 현 시점에서는 너무 이르다는 반박들이 지배적이다. 즉,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후 높은 물가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이뤄진 고금리 상황을 정상 부근으로 전환하는 과정 자체가 굳이 침체라는 급격한 경기 하강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가능하다는 정상화 관점과 인상 종료 직후 곧바로 빠른 인하로의 전환과는 매우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연준은 코로나19 이후 뒤늦은 물가 대응으로 이른바 시장의 기대에 뒤처져 움직이는 '비하인드 더 커브'(Behind the Curve)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그 결과 이번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이후 피봇 전환은 매우 신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블룸버그를 통해 확인된 글로벌 IB들의 내년도 미국 기준금리에 대한 전망은 중간값을 기준으로 4회 인하(기준금리 4.50%)로 컨센서스가 형성되고 있다. 이를 인하 개시 시점으로 환산하면 상반기 말이나 하반기 초반 정도라는 계산이 나온다. 또한 IB들 중에는 2024년 연말 기준금리가 최대 2.7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는 기관들도 있어 내년 1분기 정도부터 인하를 예측하기도 한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하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는 전제 조건으로 물가 전망에 대한 확인이 이뤄질 경우 해당 시점에서의 인하 기대는 너무 빠르다는 결론이 불가피하다.

역시 블룸버그를 기준으로 형성된 컨센서스는 적어도 2024년 1분기까지는 3%대 물가 전망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2분기 역시 2%대로의 진입 정도이지 안착은 어려워 보인다. 동시에 경기 관점에서 인하 논의가 본격화될 시기로 추정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유의미하게 하회하는 시기는 역시 내년 2분기 이후 정도였다. 여러모로 지금 채권시장에서 형성되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너무 빠르고 성급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한편 한국의 기준금리 결정 역시 현재의 시점에서는 미국 연준의 동향에 연동할 수 밖에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비록 올해 1월 기준금리 인상 이후 사실상 추가 인상이 중단된 만큼 이미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됐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매번 미국의 기준금리 결정이나 기대 변화를 예의주시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에 대한 반영인 셈이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