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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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금융시장은 지난해부터 시작됐던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이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를 키울 수 있었다.

금융 여건의 긴축적인 변화를 언급하며 그간 높아진 기준금리에 부합하게 시장금리가 동반해서 상승한다면 굳이 더 금리를 올릴 필요는 없는 것이 아니냐는 취지를 밝힌 통화당국의 발언은 그야말로 금리 및 금융시장이 안정될 수 있는 촉매였다. 그 결과 시중금리는 빠르게 안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런데 문제는 시중금리의 하락이 단순히 인상 사이클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란 안도를 넘어 기준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기대까지 함께 끌어왔다는 점이다. 끊임없이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확대 재생산하던 금융시장의 속성을 볼 때 행태 상으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능한 대목이나 정작 현재까지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주체인 연준의 입장에서 인하는 아직 선택지에 포함되지 않은 듯하다.

당장 미국의 견조한 고용 지표가 이처럼 거칠었던 기준금리 인하 기대를 차단하는 강력한 억제기로서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8일(현지시각) 미 노동부가 집계·발표한 11월 비농업부문 일자리는 19만 9000건으로 월가의 예상치 19만건을 상회했다.

실업률은 3.7%로 전월의 3.9%에 비해 0.2%포인트 낮아졌고, 노동시장 참가율은 62.8%로 10월과 동일했다. 시간당 임금상승률은 전월비로는 0.35%로 예상치 0.3%를 웃돈 반면에 전년동월비로는 예상치 4.0%보다 소폭 낮은 3.96%를 기록했다.

이번 고용은 앞선 10월에 집계된 비농업부문 일자리, 실업률 등 주요 헤드라인 지표들이 일제히 부진한 동향을 보임에 따라 추가적인 둔화 여부를 놓고 크게 주목을 받았다. 또 FOMC 이후 불거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 이후 빠르게 확산됐던 금리 인하에 대한 단서를 찾으려는 움직임도 상당했다.

더구나 월간 고용의 선행 지표로 불리는 신규실업수당청구건수, 구인구직보고서(JOLTs)가 부진함에 따라 고용 둔화가 확산될 수 있다는 전망 역시 인하 기대에 대한 설득력을 강화했다.

그러나 비농업부문 고용은 예상치를 웃돌았고 실업률 역시 낮아졌다. 실업률은 지난해 3월부터 올해 7월까지 대체로 3.4~3.7%에서 매우 제한적인 등락을 유지했는데, 10월에 3.9%까지 상승한 직후 불과 1개월 만에 기존의 안정권으로 복귀했다. 이는 미국 고용의 견조함을 확인한 것과 동시에 향후 미국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급격하게 위축되는 쪽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실제 이번 고용에 앞서 발표된 JOLTs에 따르면 미국 기업들의 구인 수요(채용공고)는 10월에 전월대비 61만 2000건 감소한 873만 3000건을 기록했다. 반면 구직자는 14만 6000건 증가했는데, 그 결과 구직자 대비 구인 건수의 격차는 전월에 비해 감소한 222만 7000건을 기록했다.

기업들의 채용이 종전에 비해 위축됐고 그 결과 고용시장의 활황이 주춤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여전히 노동에 대한 초과 수요는 이어지고 있었다.

이처럼 여전히 노동에 대한 초과 수요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은 그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료에 대한 기대와 함께 동시에 불거졌던 인하 기대가 다소 과도했음을 간접적으로 입증하는 증거일 가능성이 높다.

FOMC 역시 금융시장이나 금리 동향에 그다지 우호적인 변수는 아닐 확률이 높다. 종전 FOMC에서 금융 여건을 언급하며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부담을 제거했으나 이는 그동안 가파르게 상승했던 시중금리 수준에 대한 진단과 함께 이뤄진 행보였다.

이후 빠르게 하락한 금리 수준을 감안할 때 11월과 같은 비둘기파적 발언이나 행보를 기대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더구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인해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하락했다는 사실을 통화당국이 이미 인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통화당국의 견제는 충분히 예견될 수 있다.

실제로 최근 가파른 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의 공포 지표인 MOVE 지수는 반등했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하락(상승)하면 MOVE는 하락(상승)한다. 채권 가격 상승이 이뤄지면 채권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낮아진다는 의미인데, 최근에는 채권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은 공포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금융시장에서 형성 중인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지난해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을 개시된 이후 연준은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렸다는 사실에 기인한다. 당연히 그 밑바탕에는 높은 물가에 따른 부담이 절대적인 영향을 차지한다.

따라서 급격한 경기 둔화가 없더라도 물가 안정에 대한 확신만 있다면 인하 기조로의 전환이 가능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른바 중립금리에 비해 현재의 금리 수준이 높다는 정상화 관점에서의 인하 논의다. 즉 '금리 수준이 절대적으로 높으니 물가 안정 만으로도 인하 가능'이란 기대가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각종 컨센서스 데이터들을 집계해 볼 때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적어도 2%대 영역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2024년 2분기는 경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역시 2%대로의 진입일 뿐 연준의 물가 목표인 2%와는 적잖은 괴리를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당장 인하 논의를 활성화하기에는 앞뒤가 맞지 않는 기대인 셈이다.

정상화 및 너무 높은 금리 수준을 조금씩 조정한다는 시각에서도 인하를 곧바로 단행하기가 쉽지 않은 배경은 인플레이션 여건이다. 따라서 최근 가파르게 불거진 기준금리 인하 기대는 FOMC 등과 같은 주요 정책 이벤트나 고용 등의 경제 지표가 확인될 때마다 크게 후퇴할 확률이 높다.

한편 미국에 비해 시중금리에 미치는 영향력 자체는 제한적이지만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정상화 기대 역시 현재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통화정책 기조가 아직은 거리 상으로 인하보다는 인상에 가깝다는 인식을 강화해줄 것이다.

최근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일본은행(BOJ)이 연말과 내년 연초 더 많은 도전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시장에서는 이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폐지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에 비해 확연히 더딘 통화정책 정상화 및 긴축 기조 전환이라는 측면이 있지만 일본 역시 서서히 기존 완화적 행보에서 서서히 벗어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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