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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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한국] 골프장에선 누군가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때가 많다.

 

첫 홀 티 박스에 올라 드라이버를 들고 셋업 자세를 취하고 있는데 누군가가 한마디 던진다. “왼쪽은 OB지역이야. 조심하라고.”

 

OB는 염두에 두지도 않고 드라이버 샷을 부담 없이 날릴 참이던 이 사람은 동반자가 던진 한마디로 OB 걱정을 하게 된다. 머리는 ‘혹시 OB를 내면 어떻게 하나, 첫 홀부터 OB를 내지 말아야 할텐 데’하며 엉뚱한 조바심으로 혼란스러워지고 근육도 경직되고 만다. 결국 OB를 내고 말거나, 너무 OB를 의식하다 보증동작을 하는 바람에 반대편 러프지역으로 볼을 날리든가 톱핑을 하는 등 미스 샷을 내기가 십상이다.

 

핀과의 거리가 2m도 채 안 되게 온을 시킨 뒤 버디를 노리고 퍼트를 하려는 순간, 동반자가 한마디 던진다. “은근히 라인이 까다로워 보이는데. 자칫하다간 쓰리 퍼트도 나올 수 있어.”

 

이 말을 듣는 순간 퍼트를 준비하던 사람의 머리는 혼란에 빠진다. 다 읽어 놓은 홀에 이르는 길에 의문이 생기고 퍼트의 강도를 어떻게 조절할까 헷갈린다.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면서 머리나 근육은 극도의 혼란에 빠져 거의 실신상태에 이른다. 이런 상태에서 나온 퍼트는 거의 성공확률이 없다고 보면 틀림없다. 버디는 고사하고 파를 세이브 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같은 상황에서 한마디를 던지더라도 “OB 걱정은 할 필요가 없겠군.” “충분히 버디를 낚을 수 있을 것 같은데”라는 내용이라면 오히려 자신감과 확신을 불어넣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는 동료의 샷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데 그치지 않고 그 사람의 라운드 전체를 망가뜨린다. 실수를 연발하는 동료에게 누군가가 “아무래도 골프하고는 인연이 없는 것 같군”하고 말했다고 가정해보자. 당사자가 불쾌해지는 것은 물론이고 정말로 자신은 골프를 잘 칠 가능성도 능력도 없다는 자괴감에 빠지고 만다. 땀 흘려 연습을 해도 그 효과에 의문을 품게 되고 실수를 할 때마다 “역시 나는 안 돼.” 하며 자학하게 된다.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한 사람의 골프를 망쳐버리는 것이다.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어떤 동반자가 이런 말을 던졌다고 가정해보자. “성공은 실패가 모여 만들어내는 작품이라네. 미스 샷에 겁먹을 필요 없어. 미스 샷이 없으면 골프가 존재하지 않을 걸.” “기본은 잘 되어 있으니 걱정 말게. 연습장에서 조금만 다듬으면 멋진 샷이 만들어질 거야.”

 

이 말을 들은 사람은 미스 샷에 대한 강박관념이 없이 연습에 열중하고 잘못된 스윙을 고치는 데 열중할 것이다. 이 사람의 골프가 어떻게 변할 것인가는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스스로에게 내뱉는 말 한마디는 남이 던지는 한마디보다 더 무서운 주술의 힘을 갖고 있다. 남의 말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거부할 수도 있고 편리하게 해석할 수 있지만 자신이 내뱉는 말 속엔 자기최면 성분이 들어있다.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한 마디는 좋은 방향으로 작용해 최면효과를 발휘, 좋은 결과를 이끌어 내게 하지만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한 마디는 부정적인 최면효과로 자학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다. 골프장에선 동반자에게는 물론 자신에게도 함부로 내뱉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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