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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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중동 사태가 심상치 않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연일 지속되고 있는 탓이다. 두 달 전 발생했던 팔레스타인 하마스의 기습에 대한 보복성 공격이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전투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를 괴멸해 대 팔레스타인 전쟁에서 승리할 때까지 적들과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과거 이스라엘이 겪었던 여러 차례의 중동 전쟁을 감안하면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빈 말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번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과 관련해 국제사회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양측 간 갈등을 중재하기 위한 대책은 현실적으로 부재하다. 실제로 지난 8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제출한 휴전 결의안은 부결됐다.

유엔 상임이사국인 미국이 거부권을 행사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휴전이 하마스에게만 이익이므로 민간인 보호, 인질 석방 등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영국도 표결에 기권하며 간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밝혔다.

그러다 보니 팔레스타인을 옹호하는 중동 국가들의 반발이 심해졌다. 종파를 막론하고 이슬람권 국가들 대부분이 이번 결정에 반대했다. 일부는 폭력과 같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시리아를 비롯해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예멘 후티 반군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은 아랍권의 반발을 무시하듯 전선을 계속해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알아둘 게 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점이다. 후티 반군의 홍해 통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들은 예맨 서쪽 지역을 점령하고 있어 주요 해상 운송로인 홍해를 통제권에 두고 있다.

그 예로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을 명분으로 민간 선박에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요 해운사도 홍해 운항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글로벌 해운사 순위 1, 2위인 덴마크 머스크와 스위스 MSC를 비롯해 국내사인 HMM도 홍해에 진입하지 않기로 했다. 그 결과 해상 운송은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한 기존 경로보다 거리가 9,000km나 더 먼 희망봉 경유 경로로 전환되고 있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물류 비용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알다시피 전세계로 유통되는 상당량의 물자는 대부분 해상으로 운송된다. 당장 홍해를 지나 수에즈 운하를 통해 움직이는 컨테이너 물동량만 전체의 30%에 육박한다.

과거 경험상 이 근처에서 일시적인 병목만 발생해도 물류비 급등에 따른 전방위적 물가 상승 압력이 발생했던 사례가 적지 않다. 그런데 지금처럼 운송로가 언제 열릴 지도 모르는 상황이라면 물가는 다시 상승 압력에 노출될 공산이 크다.

이는 협의적 측면에서 해상 운송 비용의 상승에 불과하나 광의적 측면에서 본다면 가까스로 잡혀가고 있는 기대 인플레이션이 다시 올라갈 여지가 생겼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즉, 실물 경제뿐만 아니라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는 뜻과 동일하다.

올해 11월 이후 우리가 지켜본 주식시장 반등에는 알다시피 금리 하락이 크게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시장금리가 낮아진 배경에는 기대 인플레이션의 하향 조정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를 비롯한 중앙은행의 정책 기조를 통해 확인된 사실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지정학 리스크로 인해 물가가 다시 오르고 기대 인플레이션이 상향 조정된다면, 시장금리도 낮게 유지되는 게 아니라 재차 올라가는 궤적이 그려질 수 있다.

이것은 주식시장 조정을 야기할 수 있는 부분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과도 같다. 12월 13일 미국 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이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언급했던 내용, 즉 적절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가 되돌려질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그동안 연준은 데이터에 기반한 통화정책 시행을 계속해서 강조했는데, 만약 지정학 리스크 확산으로 각종 비용이 상승한다면 정책 기조 역시 달라질 수 있다. 이와 같은 비관적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 주식시장은 기존 상승분을 일부 반납해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결국 주식시장이 안정적으로 상승하기 위해선 기업 실적과 같은 펀더멘털 요인도 중요하지만 매크로 환경과 지정학 이슈도 시장에 우호적으로 남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후자에서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있다. 이미 시장에는 금리와 관련된 낙관론이 팽배하기에 혹시라도 반대 흐름을 자극할 변수가 나온다면 좋았던 분위기는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 지금 당장은 주가가 오르더라도 그동안 매번 시장의 폭탄으로 작용했던 중동 리스크가 잔존한 상황이라 투자자들은 신중한 태도를 한 켠에 묻어둘 필요가 있다.

올해 연말은 분위기가 과거와 사뭇 다르다. 한 해의 마지막을 앞두고 거래가 감소하는 계절성이 예년보다 심하지 않다. 양도세 완화와 관련된 부분도 있지만 주식시장 상승세가 좀 더 이어질 것이란 낙관론에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전술했듯이 중동에서 꺼지지 않고 있는 전쟁의 불씨와 그에 따른 물가 상승 및 금리 반등이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 주가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다가올 수 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신중에 신중을 기하더라도 큰 손해가 없는 시점이다. 언제나 그렇듯 불확실성 대비가 최종 승리 확률을 높여주는 가장 좋은 방법이란 걸 기억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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