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 풍경. 사진=픽사베이
미국 뉴욕 맨해튼 도심 풍경. 사진=픽사베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공공 기관과 기업의 재택근무 명령이 내려졌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현재 상황은 어떨까? 세계적 도시개발협회인 어반랜드 인스티튜드(ULI)의 관련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의 도시는 오피스 근로자 복귀율이 여전히 낮은 상태에 머물러 있다.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 기간이 길어지면서 직원들은 원격 및 하이브리드 근무에 이미 익숙해졌다. 이 때문에 오피스 출근을 놓고 고용주와 직원 간의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는 계속되고 있다.

직원들은 출퇴근 시간과 복장 비용의 절감, 탁아소 이용 등을 재택근무의 장점으로 꼽고 있다. 반면 고용주들은 사람과의 교류가 줄어든 상태에서 생산성, 혁신, 멘토링이 유지될 수 있을지에 대해 의심을 품는다.

이런 상황에서 도심이 팬데믹 이전처럼 혁신과 생산성의 중심지로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플레이서닷에이아이(Placer.ai)의 휴대폰 데이터에 따르면, 현재 미국 26개 대도시 중 도심 복귀율이 가장 높은 곳은 내슈빌, 산호세, 샌디에이고, 멤피스 등이다. 작년 2분기 복귀율이 2019년 2분기에 비해 크게 개선된 곳들이다.

이들 도시는 대면 경험에 의존하는 산업이 밀집해 있다. 엔터테인먼트, 접객업, 레저, 음식 서비스 등이 이런 산업에 해당한다. 반면 복귀율 하위권에 속하는 샌프란시스코, 포틀랜드, 덴버 등은 2020년 이전부터 원격 근무에 익숙한 도시들이다. 이들 도시는 정보 기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특징으로, 현재 주당 평균 2.55일의 재택근무를 시행하고 있다.

복귀율은 도심 거주자, 근로자, 방문객이 많은 것이 중요하다. 도심 아파트에 거주하거나 인근 혹은 외곽에서 매일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도심 복귀율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원격 근무가 어려운 금융 및 비즈니스 서비스 업종이 집중된 뉴욕 맨해튼의 경우, 직장에서 2마일 이내에 거주하는 근로자는 복귀율이 100%에 달한 반면, 10마일 이상 떨어진 곳에 거주하는 근로자의 복귀율은 61%에 불과하다. 샌프란시스코 도심도 2마일 이내 거주자 복귀율은 80%, 10마일 이상의 거주자는 40% 미만이었다.

도심 복귀율은 대중교통 이용 수준과도 관련이 깊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은 아무래도 대중교통이 불편해 도심 복귀율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승용차로 출퇴근하면 시간이 많이 소요되고 피곤하다.

이 때문에 빠르고 광역적인 대중교통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처음부터 지나치게 도시의 외연을 확산을 하지 말고, 기존 도시를 고밀화했더라면 광역 교통망 문제는 도시 내로 국한할 수 있었다는 반성론도 커지고 있다.

재택근무 선호도는 도시 근로자의 연령대와도 관련돼 있다. 도심 복귀 선호는 20대 초반이 가장 높고, 30대가 가장 낮은 편이다. 20대 젊은 직장인은 도심에서 전문가 네트워킹, 실무 교육, 대면 멘토링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는다. 또한 자녀가 없는 이들은 퇴근 후 직장이나 인근 시설에서 더 많은 사교 활동을 한다. 이들은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기에 재택근무 매력을 덜 느낀다.

30~40대 초반의 직장인 대부분은 재택근무를 선호한다. 이들은 자녀와 함께 거주해 긴 출퇴근 시간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고령 근로자는 거주지역에 따라 재택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달라진다. 도심에 자가가 있는 고령 근로자들은 자녀들이 독립해 떠난 ‘빈 둥지족’이 대부분으로 도심 접근성 이점을 최대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2011년부터 2019년까지 많은 도시에서 도심에 거주하는 취업자 수가 전체 취업자 수보다 더 빠르게 증가했다. 필라델피아, 샌프란시스코, 시애틀, 워싱턴 DC, 보스턴, 덴버, 맨해튼 미드타운, 포틀랜드는 모두 도심 노동 인구의 20% 이상이 도심 2마일 이내에 거주하고 있다. 즉 도심 거주자 비율이 증가하는 추세다.

도심 복귀율을 높이려면 사무실을 풍요로운 교류의 장으로 만들어야 한다. 회사의 명령과 통제만으로 도심 복귀율은 올라가지 않는다. 협업, 사교, 멘토링은 상호 귀를 기울이고 직접 대면해야만 가능한 활동이다. 회사 경영진과의 소통 기회를 늘리고, 통근 혜택이나 근무 일수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면 직원 만족도가 높아진다. 이런 활동들이 직원 참여도, 수익률, 생산성을 더 높이며, 특히 복합으로 밀집된 도심에 의존할수록 더 강해진다.

‘걸어 다니는 도심’으로 변신한 도시일수록 복귀율이 높다. 도심 5~10개 블록에 거주와 업무가 가능하면서,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한 도시들은 높은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그만큼 도심에서의 공공 건강과 안전이 중요하다. 교통체증과 대기질, 교통사고, 노숙자, 정신질환자, 중독자, 높은 생활비와 음식값 등은 도심 복귀의 장벽이다. 이런 장애물을 낮추는 것이 도시 회복 전략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코로나19 대유행, 최근의 금융위기와 경기침체 등을 겪으면서 성공적인 도시가 되기 위해서는 공공 건강과 안전, 적절한 가격의 주택 공급, 직장 문화, 출퇴근 시간 단축 등을 재구성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를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방법은 승용차 이용을 줄이고 도시 대중교통 이용을 늘리며, 고밀도 복합화·다양화와 걷고 싶은 거리 만들기를 잘하는 것이다. 신도시 같은 도시의 외연적 확장을 막아 재정지출과 탄소배출을 줄여야 한다. 그래야 도심 복귀율이 높아지면서 기존 도시 활용, 재정 절약, 환경 개선, 에너지 절약, 삶의 질 개선, 도시경제 발전 등이 이루어진다.

 

● 최민성 델코리얼티그룹 회장 프로필

▲한양대 도시대학원 겸임교수 ▲건설주택포럼 명예회장 ▲ULI 코리아 명예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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