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통해 유튜브에 익숙한 세대다. 사진은 최신 스마트폰을 살펴보는 젊은 고객들.ⓒ연합뉴스
알파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통해 유튜브에 익숙한 세대다. 사진은 최신 스마트폰을 살펴보는 젊은 고객들.ⓒ연합뉴스

신(新) 인류, 완전히 새로운 세대라는 의미의 ‘알파세대(Generation Alpha)’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알파세대는 2010년 이후 태어난 세대로, Z세대(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의 다음 세대이자 밀레니얼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사이 출생한 세대)의 자녀 세대다. 태어날 때부터 태블릿 PC가 있었고, 온라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 유튜브 등이 있었던 디지털 환경에서 자란 인류 최초의 세대, 즉 '디지털 온리(Only)세대'라 할 수 있다.

스마트폰의 대중화와 유비쿼터스 사회의 영향을 직접 받은 알파세대는 기존의 인류와는 다른 생활 방식에서 자라고 성장했다. 새롭게 등장한 미래 세대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개척해 살아갈 세대이며, 2025년이 되면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게 될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세대이기도 하다.

알파세대는 태어날 때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통해 유튜브를 친구삼아 자랐으며, 희망 직업으로 유튜브 크리에이터, 인플루언서를 꼽는다. 알파세대는 유아 시절부터 초미세먼지, 황사와 폭염, 폭우 등 기후 위기를 온몸으로 겪으며 자란 데다, 메르스와 코로나19 팬데믹까지 거치며 지속가능한 미래와 건강한 지구환경을 만드는 일에 어느 세대보다 더 적극적이다. 이러한 이유로 ‘환경 운동가 세대’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의 교육학자 존 듀이(John Dewey)는 “오늘의 아이들을 어제처럼 가르치면 그들의 내일을 빼앗는 것이다. 교육은 과거의 가치 전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미래의 새로운 가치 창조에 있다.”고 말했다. 즉, 새로운 세대를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미래 청소년 활동은 시작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청소년 활동이 맞이한 새로운 시대와 미래 청소년 활동을 이해하기 위해 알파세대에 대한 실천적이고 질적인 연구를 진행했다. 특히 연구 대상인 알파세대가 처음부터 끝까지 주체적으로 참여하도록 연구과정을 설계해 '청소년 활동을 재정의하는 세대, 알파세대 연구'를 추진하고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이 연구에서 주목할 점은 알파세대 청소년이 재미에서 취미, 취미에서 의미로 자신과 타인, 세상을 탐험해 나가도록 촉진하기 위한 미래 청소년 활동의 3가지 핵심 아젠다로 ‘메타인지(Meta-Cognition), 공감능력(Empathy), 실험정신(Experimental Spirit)’을 꼽았다는 점이다. 메타인지는 나를 아는 힘이며, 공감능력은 관계 맺고 연결되는 힘이고, 실험정신은 세상을 탐험하는 힘이다. 좀 더 자세하게 각각의 개념에 대해 알아보자.

나를 아는 힘 : 메타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무엇을 할 수 있고 없는지, 스스로의 강점과 약점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에서부터 청소년의 변화와 성장이 시작된다. 나를 아는 힘은 혼자서는 기를 수 없으며 타인과의 관계와 공동체 속에서 발견되고 자란다. 지난해 청소년 통계에 의하면, 한국 청소년 10명 중 4명이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고 있으며 10명 중 3명은 우울감을 경험한다고 응답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청소년들로부터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을 만나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 사회화 과정을 빼앗아 갔다. 오랜 시간 관계와의 단절을 겪은 아이들에게 ‘나를 알기 위해 남과 연결되는’ 관계성 및 공동체성의 회복이 사회 전반적으로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청소년들에게 '충조평판(충고, 조언, 평가, 판단)' 하지 않으면서 롤모델보다 레퍼런스가 되어 주고, 곁에서 성장과 변화를 촉진시켜주는(가르쳐주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찾아가는) 어른이 필요한 시점이다.

관계 맺고 연결되는 힘 : 공감능력

새로운 시대를 이끌어 나갈 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또 하나의 힘은 나와 세상을 연결하고 그에 맞게 스스로를 전환할 수 있는 역량이다. 바꿔 말하면, 세상의 다양한 사람들, 세계의 다양한 이슈에 공감하는 힘이다.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Jeremy Rifkin)은 ‘공감은 단지 정서적인 것이 아니라 세상을 하나로 묶는 접착제’라고 표현했다. 공감이 동정과 다른 점은 구체적인 행동이 따르는 사회적 책임이기 때문이다. 요즘 사회적 이슈인 학교 폭력, 혐오, 갈등, 차별, 편견 등의 사회 문제도 공감의 결여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

공감은 사회 혁신을 이끌어 내는 시작점이 되는 동시에 미래 사회의 핵심 아젠다가 될 것이다. 미래 세대가 공감하는 힘을 가진, 사회 속의 책임 있는 어른으로 자라도록 그들의 성숙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청소년 기관 및 청소년 지도자의 역할일 것이다. 청소년 활동의 주요한 주제로 공감 교육을 다루며, 공감 인재 양성에도 힘을 실어야 하는 이유다.

세상을 탐험하는 힘 : 실험정신

무엇보다 유연한 사고와 대응이 필요해진 시대에 호기심으로 도전하고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실험정신은 탐험가 세대의 기본 정신이고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중요한 원동력이다. 요즘처럼 불안정함과 변화로 가득한 세상을 잘 헤쳐나가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능력은 청소년기에 다양한 경험을 시도해 보고 실패하기도 하면서 자유롭게 탐색하고 탐험하면서 향상시킬 수 있다.

청소년 시설을 중심으로 청소년들이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참여해 실험할 수 있는 청소년들만의 만만한 공간이 필요한 이유다. 미래 세대를 바라보는 관점과 청소년들을 임파워링(empowering·힘돋우기) 하기 위한 청소년 지도자의 역할 및 기관의 활동 체계, 운영 방식들도 새롭게 전환되어야 할 필요성을 인지하고,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학습해야 한다.

미래 학자들은 다가올 새 시대에는 청소년들에게 무언가를 주입하기보다는 그들이 이미 가진 것을 밖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말한다. 연구 과정을 통해 만난 알파세대들은 주도적으로 관심사를 선택해 활동하기를 원했다.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만족감도 높고, 실패했을 경우라도 후회가 적다. 알파세대는 콘텐츠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이기도 하며, 직접 기획하고 의미가 있는 콘텐츠를 생산하기를 원한다. 미래의 개척자 세대인 알파세대에게 '주도성(agency)'은 본능적이고 필수적인 역량이라고 볼 수 있다.

연구에서 제시한 미래 청소년 활동의 핵심 역량인 ‘나를 알고, 사회 속에서 공감능력을 갖추며, 삶을 주체적‧주도적으로 이끌어가면서 마주치는 어려움에 유연하게 대처한다는 것’은 비단 알파세대 뿐만이 아니라 오피스 빅뱅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부분이다.

최근 캘리포니아 대학의 교수이자 미래학자인 자마이스 카시오(Jamais Cascio) 교수는 '부서지기 쉬울 정도로 취약하고(Brittle), 불안하고(Anxious), 비선형적이며(Non-linear), 이해하기 어려운(Incomprehensible) 혼돈의 상황(BANI)'에 대해 경고했다. 오래된 기준이 흔들리는 ‘노마드(Nomad) 시대’ 속에서도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키워 자신만의 중심을 잡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2024년을 보낼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 손연기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

1958년 강원도 강릉 출신으로,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했다. 그 후 미국 유타주립대에서 사회학과 학사를 거쳐 텍사스 A&M 대학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학과장을 거쳐 한국정보문화센터에서 소장으로 근무했다. 특히 한국정보문화진흥원(현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원장을 연임한데 이어 ICT 폴리텍대학 학장과 행안부 산하 한국지역정보개발원 원장도 역임했다. 청소년보호위원회 위원장, 서울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초빙교수, 강릉영동대학교 부총장을 거쳐 현재는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 이사장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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