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아이브 장원영.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그룹 아이브 장원영. ⓒ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스포츠한국 신영선 기자]

그룹 아이브의 장원영이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가운데 연예계를 둘러싼 고질적 병폐를 양산해온 사이버렉카들의 악질적 행태의 고리를 끊는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크다. 

지난달 17일 서울중앙지법은 장원영이 지난해 12월 탈덕수용소 운영자 A씨를 상대로 낸 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탈덕수용소 운영자 A씨에게 “장원영에게 1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 장원영 측 "사이버렉카 향한 민형사상 책임, 끝까지 물을 것"

장원영과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가 탈덕수용소를 향해 제기한 소송은 총 3건이다. 1억원 지급 판결을 받아낸 해당 민사소송은 장원영 본인이 제기한 것이다. 장원영과 소속사 측은 2022년 10월부터 민형사 소송과 해외에서의 소송을 진행했다. 장원영 측은 "탈덕수용소는 지속적인 허위사실 유포로 심각한 명예훼손을 하고 이로 인해 당사 업무를 방해했을 뿐 아니라 아티스트와 팬에게 심각한 고통을 주었다. 당사는 현재 진행 중인 소송을 통해서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탈덕수용소 운영자 A씨는 법률대리인을 통해 장원영이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1심 판결에 불복하는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이어 해당 소송 결과에 대한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했다. 

A씨 측은 "허위 사실인 줄 몰랐다. 연예인에 대한 알 권리 등 공익적 목적이었다"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원영 측은 A씨 측의 주장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입장이다. 

앞서 A씨가 운영하는 탈덕수용소는 장원영과 관련된 다수의 영상을 만들어 악성 루머를 유포했다. 장원영과 걸그룹 멤버와 싸워 고소를 당했다거나, 인성에 문제가 있다는 등 악성 허위 루머를 퍼뜨렸다. 이에 장원영은 소속사와 합심해 탈덕수용소 운영자의 신원을 특정하고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캡처
유튜브 채널 '탈덕수용소' 캡처

◎ 스타쉽, 탈덕수용소 신원 특정 어떻게 해냈나. 

사이버 렉카는 이슈에 반응하는 모습이 교통사고 현장으로 향하는 사설 견인차(렉카)와 유사하다는 의미로 붙여진 표현이다.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 등 유명인들을 주로 노리며 사이버 공간에서 근거 없는 비방과 악의적인 루머를 형성한다. 특히 유튜브 시장이 커지며 영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는 이들 사이버 렉카의 양산을 부추겼다.

이중 장원영 측이 소송전을 벌이고 있는 탈덕수용소는 아이돌 팬들, 일명 '덕판'에서 유명세를 떨쳤다. 지난 2021년부터 2023년 6월쯤까지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며 아이돌 중에서도 소위 잘 나가는 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아이브, 에스파, 뉴진스 등을 타깃으로 삼아 허위 루머 등을 양산해왔다. 

탈덕수용소를 고소한 아이돌 그룹은 장원영이 처음이 아니다. 이미 2022년 에이티즈 소속사 KQ엔터테인먼트가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모욕, 업무방해, 저작권법 위반 등의 혐의 등으로 탈덕수용소를 고소했다. 방탄소년단 뷔 또한 2021년 12월 열애설 루머를 퍼뜨린 탈덕수용소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다. 

수많은 아이돌 그룹과 유명인들이 사이버렉카들로 인해 허위 루머와 비방에 시달리면서도 법적인 처벌은 쉽지 않았다. 최근까지 사이버렉카를 제지할만한 마땅한 법과 규제가 없을뿐 아니라 이들의 활동 근거지인 유튜브의 본사가 미국에 있기에 신원 특정 자체가 불가능했기 때문.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는 장원영과 스타쉽의 강경한 의지는 법무법인을 통해 미국 법원에 직접 정보 제공 명령 신청에까지 나서게 했고 결국 탈덕수용소 운영자 A씨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었다. 

장원영 측 법률대리인 정경석 변호사는 지난 8일 유튜브 채널 'POPKORN'에 출연해 탈덕수용소 운영자와의 소송 과정 일부에 대해 공개했다. 정 변호사는 "우리는 탈덕수용소 채널 운영자라는 것 외에 이름도 주소도 몰랐다. 그래서 접수를 해도 소장을 송달할 수 없다. 수사기관에 고소를 하더라도 수사 기관이 더 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 신원 정보가 구글 해외 서버에 저장돼 있기 때문이다. 해외에 대해서 압수수색을 진행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기소중지로 중단된다"며 기존 사이버 렉카 관련 소송이 진행될 수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탈덕수용소의 채널이 폐쇄된 과정에 대해 "구글을 관할하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 지방 법원에 직접 정보 제공 명령 신청을 해서 받아낼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곳에 고소장을 신청했다. 법원에서 정보 공개 명령을 발령하고 구글에서 탈덕수용소 운영자에게 법원의 명령을 받았다는 사실을 통지한 날 탈덕수용소가 채널을 폐쇄했다"고 구체적 과정에 대해 밝혔다. 

탈덕수용소와의 소송을 통해 장원영 측이 촉발해낸 사이버 렉카를 향한 강한 철퇴가 타 아이돌과 소속사들의 법적 대응에도 강력한 연쇄 작용을 불러일으킬지 귀추가 주목되는 부분이다. 

◎ SM '광야 119'→하이브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소속사들의 대처법

장원영과 스타쉽의 사이버 렉카를 향한 철두철미한 소송전 못지 않게 타 기획사들도 소속된 연예인들을 각종 비방, 루머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각기 다른 방안을 마련하고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광야 119'를 개설, 소속 아티스트의 권익을 보호하는 활동에 본격적으로 발 벗고 나섰다. 광야 119는 아티스트 명예훼손 신고를 비롯해 불법 티켓·저작권 침해 신고를 받는다. 특히 아티스트 명예훼손 신고 게시판에는 팬들이 직접 허위 사실 및 비방 게시물, 가짜 뉴스 등을 신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이브는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용 중이다. 하이브는 지난해 말 소속 아티스트를 향한 상습·악플 등 위법행위 근절을 강조하며 백호, 황민현, 방탄소년단, 세븐틴, 프로미스나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엔하이픈, 르세라핌, 뉴진스, 앤팀 등 총 10여 개 팀이 공지문을 올렸다. 이어 "레이블 전담 팀이 명예훼손·모욕·성희롱·허위사실 유포·악의적 비방에 해당하는 내용을 찾아내 아티스트 권익을 보호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브에 따르면 자체 구축한 모니터링 시스템은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 모든 채널을 망라해 익명으로 작성한 뒤 삭제한 게시물까지 채증하고 있다.

한 하이브 관계자는 "아티스트들은 공인으로서 비판과 감시의 대상이지만, 그 이전에 한 사람의 자연인이자 인격체로서 존중 받고 보호돼야 한다"고 말했다.

장원영과 소속사인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초강경한 의지가 사이버렉카의 악질적 루머 유포 사태를 막을 첫 단추를 성공적으로 뀄다. 연예인, 유명스타를 목표로 한 악의적인 행태를 끊기 위한 더욱 날카로운 결단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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