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분담금은 빙산의 일각, 인니 KF-21 48대 도입 불확실성 커져 

지난해 5월 첫 비행에 성공한 KF-21 시제5호기. 인도네시아가 인수해야할 시제기 이지만 분담금 문제로 경상남도 사천의 KAI 격납고에 보관중이다. 사진=방위사업청
지난해 5월 첫 비행에 성공한 KF-21 시제5호기. 인도네시아가 인수해야할 시제기 이지만 분담금 문제로 경상남도 사천의 KAI 격납고에 보관중이다. 사진=방위사업청

지난 8일, 방위사업청(방사청)은 브리핑을 통해 KF-21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가 미납된 분담금과 관련해 2026년까지 6000억원을 내는 조건으로 분담금 조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에 맞춰 우리 정부는 조정된 분담금 규모에 맞게 인도네시아로의 기술이전 등 이전가치 규모도 조정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인도네시아는 개발 분담금과 함께 KF-21 48대를 구매할 계획이다.

개발분담금 문제, 일단 봉합은 됐지만...

KF-21 보라매 개발의 공동개발국인 인도네시아는 KF-21의 체계개발과 관련에 1조 6000억원의 개발비를 분담하기로 약속했다. 체계개발이란 설계 및 시제품을 제작, 개발시험 평가와 운용시험 평가를 거쳐 양산예정인 무기 체계를 개발하는 단계를 말한다. 현재 시제기들이 시험비행을 하고 있는 KF-21은 체계개발 단계에 있다. KF-21의 체계개발비는 총 8조 1000억원으로 우리 정부가 4조 9000억원, 인도네시아가 1조 6000억원, 개발 및 양산을 담당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1조 6000억원을 부담한다. 하지만 지난 4월까지 인도네시아가 납부한 금액은 4000억원에 불과하다. 그 결과 인도네시아가 본국으로 가져가야 할 출고된 KF-21 시제 5호기는 현재 경상남도 사천의 KAI 격납고에 보관중이다.

이 사람 때문에 모든 것이 뒤집어졌다

일단 우리 정부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 인도네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일 예정이다. 우선 인도네시아측의 분담금 미납지속으로 개발일정에 영향을 준다는 점과 인도네시아의 분담금 관련 의사결정이 지연되면 KF-21 전력화에도 차질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부족한 개발분담금은 정부와 업체의 노력을 통해 확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는 왜 KF-21 개발 분담금 납부에 소극적일까? 이유는 하나다. 바로 제8대 인도네시아 대통령 당선인이자 현 국방부 장관인 프라보워 수비안토가 등장하면서 모든 것이 꼬여버렸다. 2019년 10월 23일 인도네시아의 신임 국방장관으로 프라보워가 임명되면서 그 동안 동반자 관계였던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방산협력은 파국으로 치닫게 된다.

한국산 잠수함 퇴짜 놓고 프랑스 잠수함 채택

프라보워 국방장관 취임과 함께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은 것은 인도네시아 해군이 과거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에 주문한 국산 잠수함 나가파사급(DSME1400)이었다. 나가파사급은 2011년 3척이 주문됐고 2019년 추가로 3척이 발주됐다.

하지만 2020년부터 추가 도입 예정인 3척의 계약파기설이 돌면서 계약금 입금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2022년 2월 10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국방장관과 플로랑스 파를리 프랑스 국방장관이 참관한 가운데, 인도네시아 국방부 청사에서 라팔 전투기 6대 구매 계약 체결과 함께, 인도네시아 국영 PAL조선소와 프랑스 국영조선업체 네이벌 그룹 간에 연구개발 MOU도 체결됐다. 프라보워 장관은 해당 양해각서와 관련해 "무기와 부품, 훈련을 포함해 공기불요추진(AIP) 시스템을 갖춘 스코르펜 잠수함 두 척 구매로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팔 구입에 F-15 전투기 구매나서

그 결과 지난 3월 28일 프랑스의 나발그룹과 인도네시아 최대의 조선 및 방산기업인 PT PAL은 스코르펜 잠수함 두 척의 건조계약을 체결했다. 국산 잠수함 추가 3척의 인도네시아 수출은 그렇게 물 건너갔다. 지난 1월 8일, 라팔 전투기를 만드는 프랑스 닷소사는 보도자료 배포를 통해 인도네시아가 2022년 9월과 2023년 8월에 발효된 라팔 전투기 1차 6대와 2차 18대에 이어 3차로 18대 추가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이로써 인도네시아는 42대의 라팔전투기 도입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라팔전투기 42대의 도입예산은 81억 달러로 약 12조원에 달한다. 재원은 인도네시아 국가 개발부와 재무부가 발행한 채권 발행으로 조달한다. 사실상 나라 빚을 내서 산 셈이다.

인니 KF-21 도입에 빨간불 들어오나

여기에 더해 미 보잉사의 F-15ID 전투기 24대도 살 예정이다. 미 국방부 국방안보협력국(DSCA)이 밝힌 36대 기준의 도입 금액은 139억 달러로 약 19조원에 달한다. 비록 F-15ID는 24대에 불과하지만 라팔전투기와 합해 보면 적게는 20조원, 많게는 30조원 이상의 예산이 들어갈 예정이다. 전 세계적 사례를 보아도 인도네시아 전투기 구매는 비상식적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수십조 단위의 전투기 사업을 동시에 2개씩이나 진행하는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일머니가 풍부한 중동국가들도 이렇게는 안한다. 물론 전투기 도입 예산은 한 번에 내는 것이 아니라 다년간에 걸쳐 지불한다. 문제는 인도네시아 공군에 할당된 전투기 예산 대부분이 향후 10년간 꾸준히 라팔과 F-15ID 전투기에 들어간다는 것.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가 약속한 KF-21 48대 도입이 예산상의 문제로 쉽지 않을 전망이다.

희망고문에서 빠져나와야

만약 도입을 결정하더라도 우리 정부에 100% 수출금융지원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KF-21의 알려진 대당 목표 가격은 700억~800억원.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주요 항공기 부품의 가격 상승으로 방산업계에서는 대당 가격을 1300억원으로 추정하기도 한다. 만약 대당 1000억원 기준으로 48대를 계산해보면 4조 8000억원에 달한다. 이 돈을 국민세금으로 지원해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의 방산협력은 '희망고문' 상황이다. 과거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 방산수출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다. 국산 유도탄 고속함 및 잠수함 그리고 초음속 고등훈련기 T-50 수출까지 첫 수출에는 항상 인도네시아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적어도 방산수출에 있어서 안 될 것을 알면서도 될 것 같다는 희망을 주어서 고통스럽게 만드는 나라로 변해버렸다. 인도네시아는 우리나라에게 외교적으로 중요한 나라지만, K-방산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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