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고령화에 요양사업 미래 먹거리로
시장 규모 늘면서 관련 투자도 확대
아직 높은 진입장벽 규제 완화로 낮춰야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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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저출산·고령화로 인한 업계 불황에 시름 중인 보험사들이 '고령화'를 '미래 먹거리'로 이용하는 역설적인 방안을 내놨다. 일부 보험사가 치매·간병 등 '시니어 케어' 시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기존 상품과 접목하기 좋고 성장 잠재력도 큰 요양 산업을 두고 보험사 간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다만 일각에선 보험사의 공격적인 투자와 더불어 시니어 산업에 대한 금융당국의 규제 완화가 선행되어야 요양산업이 '미래 먹거리'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에 금융당국은 비급여와 도덕적 해이 등 실손보험의 문제점을 '시니어 케어' 시장에서 답습하지 않도록 확실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3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재 요양산업에 가장 적극적인 보험사는 KB라이프생명이다. KB라이프는 KB손해보험이 요양산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KB골든라이프케어를 지난해 10월 자회사로 편입하고 본격적으로 요양사업 확장에 나섰다.

2019년 위례에 요양시설을 개소한 KB라이프는 2021년 서초에도 추가로 시설을 개소했으며 지난해 12월에는 실버타운인 평창카운티를 열었다. 내년에는 강동과 은평, 광교 등 3곳에 요양시설을 추가로 개소할 예정이다.

신한라이프도 내년부터 2028년까지 노인의료복지시설(요양시설) 4곳과 노인주거복지시설(실버타운) 2곳 등 총 6곳을 설립하는 등 본격적으로 요양사업 확장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앞서 신한라이프는 1월 요양 사업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시니어 사업 전담 자회사인 신한라이프케어를 출범했다. 출범식에는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이 참석, 그룹 차원의 시니어 사업에 대한 관심을 보여줬다.

우석문 신한라이프케어 대표는 출범식에서 "새롭고 차별화된 시니어 주거 문화를 구축하고 고객의 편안한 노후 라이프를 제공하는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향후 전국적인 네트워크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삼성생명은 기획실 산하 요양산업 태스크포스(TF)를 신설한 이후 꾸준히 관련 사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을 통해 경기 용인에 실버타운 '삼성노블카운티'를 운영하고 있는 삼성생명은 신규 요양시설 설립을 비롯해 시니어 관련 서비스 출시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NH농협생명도 요양산업 진출을 위해 경영기획부 내 신사업추진단과 신사업추진파트를 신설한 상태다. DB손해보험 역시 현재 요양시설 설립을 위해 수도권 부지를 물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신한라이프는 부지 확보에만 수백억원이 들어가고 전문 인력과 서비스 등 관련 사업 생태계를 새로 구축하는 데 대규모 투자를 하고 있다"며 "타 보험사들도 앞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갈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초빌리지. 사진=KB손해보험.
서울 서초구 우면동 서초빌리지. 사진=KB손해보험.

◇ 고령화 시대에 발맞춘 '미래 먹거리' 각광

보험사들이 연이어 '시니어 케어' 산업에 진출하는 이유는 요양 산업이 고령화 시대에 발맞춘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요양 시장 규모는 2018년 8조원에서 2022년 14조4000억원으로 연평균 15.6% 성장하는 추세다. 이용자 수도 같은 기간 103만명에서 167만명으로 증가했다.

이에 보험사들은 '시니어 케어' 사업이 기존 상품과 접목하기 좋고 성장잠재력도 큰 시장으로 보고 있다. 실제 국내 5대 손해보험사의 작년 치매·간병보험 신계약 건수는 7만9288건으로 전년보다 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보험사가 가입자로부터 거둬들인 보험료도 전년보다 18% 증가한 1조1619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일부 보험사들은 요양시설이나 가정 돌봄(재가 서비스)에 대해 한도 내에서 쓴 비용을 모두 보장하는 형태의 '실손 보장형' 요양 보험상품도 추진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서비스의 범위를 놓고 실손의료비 보험의 폐해를 답습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도 이러한 문제를 인지하고 자기 부담률과 적정 보장 한도, 보장 범위 등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협회 차원 지원도 확대될 전망이다. 생명보험협회는 초고령화, 베이비부머 노인세대 진입, 1인 가구 증가 등 급속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라 헬스케어·요양·실버주택 등 다양한 수요 증가에 따라 국민 눈높이에 맞는 토탈라이프케어 서비스 제공을 위해 헬스케어, 실버주택, 요양서비스 분야를 중심으로 다각적 사업모델 발굴 지원할 예정이다.

◇ 높은 초기 비용 넘기 힘든 규제는 걸림돌

다만 높은 초기 비용과 각종 규제는 보험사의 요양 산업 진출을 막는 걸림돌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상 10인 이상 요양시설 사업자는 토지와 건물을 직접 매입해 소유권을 확보해야 한다. 이에 보험사들은 관련 인허가를 받기 위해 최소 3년 이상의 시간은 물론 수도권 등 부지 매입에 수백억원을 써야 한다. 이에 일각에선 이러한 규제들이 완화되어야 보험사 등 기업들의 사업 확대가 이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8월 '제3차 장기요양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부족한 요양 인프라 개선을 위해 '요양시설의 건물과 토지 소유' 등과 관련한 규제 완화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시민단체 등은 과도한 시설화, 요양 분야에 금융자본 진입 등 심각한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 요양시설 영세사업자들 역시 '골목상권 침해'를 주장하며 규제 완화에 반대하고 있다.

설립 주체별 공급 불균형도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이 설립한 요양시설 비중은 2022년 기준 84.4%로 10년 새 9.7%포인트 늘었지만 법인이 설립한 요양 시설 비중은 같은 기간 23.3%에서 14.5%로 줄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투자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어가는데 보험사의 수익성이 어느 정도 보장되지 않으면 투자는 더 이뤄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미래 먹거리 확보 차원에서 관련 규제를 완화해 진출을 독려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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