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2022년 12월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2022년 12월 이도현(사망 당시 12세)이 숨진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 재판과 관련, 원고 측이 진행한 재연 시험 결과에 대해 피고인 KG모빌리티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며 반박했다. 

원고 측은 법원이 지정한 전문 감정인 참관 아래 지난 4월 재연 실험을 시행했고, 그 결과 '도현이 할머니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10일 KG모빌리티는 이 시험에 대해 가속 상황과 운행 차량의 상태, 도로 상황 등 제반 조건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결과 및 확인된 데이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입장문을 냈다.

가속 상황의 경우 원고 측은 약 35초에 걸친 모든 주행구간에서 운전자가 가속페달을 100% 밟은 상황을 전제로 시험했지만, KG모빌리티는 사고기록장치(EDR) 기록은 5초에 불과하며 앞서 법원에서 지정한 감정인의 감정 결과도 운전자가 모든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100% 밟았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EDR은 일정 크기 이상의 물리적인 충격 신호가 발생되는 경우 충돌 5초 전부터 충돌 시점까지 정보를 저장하는 장치다.

지난 4월19일 강릉서 진행된 급발진 의심사고 원인분석을 위한 재연 시험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4월19일 강릉서 진행된 급발진 의심사고 원인분석을 위한 재연 시험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또 원고 측이 시험에서 나타난 속도 증가 폭이 사건차량의 EDR에 기록된 것보다 크다는 점을 근거로 차량에 결함이 있거나 운전자가 브레이크를 밟았다고 주장한 것과 관련 “사건 차량은 EDR 데이터가 기록되기 이전에 다른 차량을 추돌하는 등 큰 충격이 있었기 때문에 정상 차량과 동일한 수준으로 가속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했다.

시험 장소도 문제가 있었다고 회사 측은 지적했다. 사건 차량이 시속 100㎞로 주행한 구간은 오르막인데, 시험은 평지에 가까운 도로에서 이뤄져 데이터 차이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KG모빌리티는 “감정인이 주행 시험 결과와 사건 차량의 변속 패턴이 상이하다는 해석을 한 것은 주행 시험 시 도출됐던 일부 데이터 및 변속 패턴 해석 방법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일어난 일로, 보완 감정을 신청해 제대로 된 감정 결과를 받을 예정”이라고 했다.

이어 “원고 측의 시험과 별개로 사고 당시 조건에 따라 (KG모빌리티가) 제안한 추가 주행 시험이 감정인에 의해 실시됐으며, 감정인은 국과수 사고조사 보고서와 유사한 패턴을 보였다고 분석했다”고 덧붙였다.

지난 2022년 12월 강릉시 회산동 내 한 도로에서 68세 운전자가 몰던 티볼리 에어 차량이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과 추돌한 뒤 600m 가량 질주하다 왕복 4차선 도로의 경계석을 들이받고 지하통로에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고로 운전자인 할머니는 큰 부상을 입었고, 동승한 손자가 사망할 정도로 큰 사고였다. 유족 측은 차량 결함에 따른 급발진 의혹을 제기했고, 지난해 5월 첫 재판이 열렸다.

지난 4월 재연 시험에서는  블랙박스 분석 결과 차에서 굉음이 났던 시점에서 가속페달을 100% 밟아 가속 정보를 확인했다. EDR 기록에선 사고 발생 직전 5초 간 차 속도가 시속 110㎞에서 116㎞까지 올라갔는데, 재연 시험에선 시속 120㎞를 기록했다.

이어 추락 전 다른 차와 추돌하는 상황, 추돌 수 가속페달을 100% 밟았을 때 상황 등에서 속도 변화도 재연했다. 그 결과 국과수 분석자료 및 EDR 기록과 속도 차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 원고측 주장이다.

이를 두고 원고 측은 EDR 기록 자체가 잘못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을 냈다.

지난달 29일 강릉서 진행된 AEB 작동 재연 시험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9일 강릉서 진행된 AEB 작동 재연 시험 현장.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편 KG모빌리티는 원고 측이 지난달 27일 자체적으로 진행한 AEB 작동 재연 시험에 대해선 “법원을 통하지 않은 사적 감정은 객관성이 담보된 증거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AEB는 충돌 위험이 있을 때 일정 속도(시속 8~60㎞)에서 자동으로 차가 멈춰 피해를 줄이거나 회피하는 기능이다. 하지만 운전자가 기능을 끄거나 속도가 시속 60㎞를 초과하는 경우, 스티어링 휠이 순간적으로 30도 이상 돌아가는 경우, 변속 레버가 P(주차) 또는 R(후진)에 위치하는 경우, 가속 페달을 60% 이상 밟는 경우 등에선 작동하지 않는다고 한다.

원고 측은 사고 당시 전방 추돌 경고음이 울렸지만 AEB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차량 결함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추돌 당시 운전자가 가속 페달을 60% 이상 밟은 상황이어서 긴급제동이 작동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선 변론에서 국과수는 다른 차량과 추돌하기 전 변속 레버가 N(중립)에서 가속 페달을 깊게 밟고, 이후에 D(주행) 상태로 전환된 것이라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이는 AEB 작동 해제 조건에 해당한다고 회사측은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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