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15X 준공 목표 내년 11월→내년 중순 변경
HBM 수요 고성장 속 삼성전자‧마이크론과 격차 유지

SK하이닉스의 신규 팹인 'M15X' 건설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신규 팹인 'M15X' 건설 조감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SK하이닉스가 충북 청주에 짓고 있는 D램 팹(생산공장) 'M15X'의 준공 시기를 앞당긴다. 당초 내년 11월 준공 목표에서 같은 해 중순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이다. 고대역폭메모리(HBM) 양산 시기도 그만큼 더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청주 M15 의 확장 팹 M15X를 내년 중순에 준공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난 4월 이사회 결의를 거친 뒤 밝힌 내년 11월 준공 계획보다 빠르다. 삼성전자, 마이크론 등 경쟁사가 HBM 공급을 공격적으로 확대하려는 상황에서 속도전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팹은 반도체 업황 악화로 지난해 4월 공사가 중단됐다가 올해 4월에 재개됐으며, SK하이닉스가 청주에 최초로 D램 전용 팹을 구축하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경기도 이천을 D램 생산을 위한 곳으로, 청주는 낸드플래시 생산 기지로 활용했다.

하지만 여러 개의 D램을 쌓아서 만드는 HBM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낸드플래시 생산을 목적으로 M15X를 지으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회사는 M15X를 D램 팹으로 바꾸고 이를 건설하는 데 약 5조3000억원을 투자한다. 미국 증권사 번스타인은 내년 매출 기준 전 세계 HBM 시장 규모가 올해보다 2배 이상 커진 약 2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중순 M15X를 준공한 뒤 이르면 내년 안으로 HBM 양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M15X 가동 효과로 HBM 생산능력(캐파)이 올해 대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신규 팹 'M15X'가 건설되는 청주캠퍼스 단지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의 신규 팹 'M15X'가 건설되는 청주캠퍼스 단지도. 사진=SK하이닉스 제공

올해 말 SK하이닉스의 전체 HBM 캐파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커질 것이란 점을 감안하면 2년 연속 크게 확대된다. M15X는 복층 구조로, 기존 청주에 있는 'M11', 'M12' 2곳을 합한 것과 비슷한 대규모 팹으로 지어진다.

다만 M15X에서 HBM 중 몇세대 제품을 양산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업계에선 SK하이닉스가 HBM4(6세대)를 이천에 있는 팹에서 내년 중순부터 양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새 팹에서 차세대 제품인 HBM4를 곧장 양산하기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감내하고 양산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HBM4는 국제반도체표준화기구(제덱)에서 패키징 높이 기준이 완화됐다. 이에 따라 기존 본딩 기술로도 16단 적층 HBM4를 구현할 수 있게 돼 차세대 기술인 하이브리드 본딩을 도입할 때 생기는 수율 저하에 대한 리스크를 덜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SK하이닉스가 M15X 준공 시기를 앞당기는 것은 후발주자인 삼성전자, 마이크론과의 격차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의 경우 엔비디아로부터 HBM3E에 대한 승인을 아직 받지 못했으나 올해 하반기 공급 가능성이 높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도 이제는 차세대 HBM 물량을 SK하이닉스에 몰아주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며 "결국 삼성전자가 올해 HBM3E 승인을 통과할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 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국의 마이크론도 부상하고 있다. 이 회사는 미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내년 HBM 점유율을 30%까지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마이크론은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고 있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