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한국의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리스트(6개)인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가 서울시펜싱협회로부터 제명당했다.

이제는 지도자 자격 박탈 가능성도 높아진 상황. '펜싱 영웅' 남현희의 추락은 어디까지일까.

남현희. ⓒ연합뉴스
남현희. ⓒ연합뉴스

서울시펜싱협회 관계자는 "지난 18일 제3차 스포츠공정위원회를 열고 남현희펜싱아카데미의 남현희 대표를 제명하기로 결정했다"며 "제명은 연맹 징계 중 최고 수준"이라고 20일 밝혔다.

서울시펜싱협회에 따르면 남현희의 징계 처분이 최종 확정될 시, 그는 지도자 자격을 박탈당한다.

이는 지난 3월 스포츠윤리센터가 남현희에게 '징계 요구'를 의결한 데 따른 조치다. 스포츠윤리센터는 남현희가 학원 수강생들의 인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인지하고도 신고하지 않는 등 지도자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해 징계 요구를 의결했다.

서울 강남구 소재 남현희의 학원에서 일하던 지도자가 미성년자 수강생 2명에게 수개월 동안 성폭력을 했다는 피해자 측 고소가 지난해 7월 경찰에 접수됐다.

국민체육진흥법과 문화체육관광부령인 진흥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산하 경기단체 소속 지도자, 사설 학원의 운영자는 체육계 인권 침해, 비리나 의심 정황을 인지했다면 스포츠윤리센터 혹은 수사기관에 즉시 알려야 한다.

스포츠윤리센터는 6개월간 조사 끝에 지난 3월 남현희가 해당 정황을 알고도 신고하지 않았다는 결론 하에 징계를 주장했고, 이날 서울시펜싱협회 징계가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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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펜싱 영웅'인 남현희가 15세 연하의 재별 3세 전청조와 재혼을 한다는 인터뷰가 공개되며 큰 화제가 됐다. 예비 남편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던 와중 전청조의 정체에 대한 의구심이 뒤따랐다. 남자가 아닌 여자, 재벌 3세가 아닌 사기꾼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던 것. 그럼에도 남현희는 전청조에 대한 믿음을 보였다.

하지만 전청조가 사기전과 10범에 징역을 살았던 사실이 밝혀지며 상황이 반전됐고 남현희 역시 피해자로 여겨졌다. 그러나 이후 남현희도 전청조의 재력을 통해 고가의 선물을 받은 것은 물론 자신의 펜싱 아카데미를 통해 투자자를 함께 유치했다는 것이 밝혀져 사기 공범으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됐다. 남현희를 속이기 위해 전청조가 나눈 대화 중 'I am 신뢰예요'라는 말은 전국민적 유행어가 되기도 했다.

남자가 아닌 여자, 재벌 3세가 아닌 사기꾼이라는 두 개의 키워드만으로 충분히 자극적인데 이 사기를 당한 사람 혹은 공범이 박태환-구본길과 함께 한국 체육사 최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6개)인 남현희라는 사실에 체육계를 넘어 사회적 파장이 컸던 사건이다.

남현희는 이후 전청조의 공범 혐의를 벗으며 잠시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이젠 자신이 평생을 바쳐온 펜싱과 더 멀어질 위기에 처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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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빛 칼날을 휘두르던 펜싱 영웅이 점차 일그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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