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메가MGC커피 지점 주변으로 행인들이 오가는 모습. 사진=이재형 기자
지난 21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한 메가MGC커피 지점 주변으로 행인들이 오가는 모습. 사진=이재형 기자

[주간한국 이재형 기자]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까지 치솟는 요즘 어른아이 할 것 없이 시원한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이 간절하다. 일반인들 시선에는 카페 사장들이 매출을 한껏 끌어올릴 ‘대목’을 맞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 카페 점주들은 무더위가 야속하기만 한 경우가 많다. 더위로 불쾌지수가 올라가면 유동인구가 줄기 때문이다.

지난 20일 서울 석촌호수 인근의 한 메가MGC커피(메가커피) 매장을 운영하는 점주 A씨는 “적당히 더워야 매출이 오르지, 이렇게 찌는 듯한 날씨에는 사람들이 집밖을 안 나오기 때문에 매출이 오히려 줄어든다”며 멋쩍게 웃었다. 관광지로 잘 알려진 석촌호수와 송파구 잠실의 ‘대장주’ 아파트 레이크팰리스를 이웃한 중요 상권인데도 불구하고 혹서기 영업이 쉽지 않다고 호소하는 것이다. 특히 여름철은 하루종일 틀어 놓은 에어컨으로 운영비가 곱절로 발생하는 것도 부담이다.

A씨는 “그래도 겨울보다는 매출이 나은 편”이라며 “일일 매출에 일희일비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점주 입장에서 일희일비하지 않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점포 인근 사거리는 메가커피 이외에도 스타벅스, 컴포즈커피 등 프랜차이즈 카페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개인 카페도 2~3곳 같이 있어 날이 궂을 때면 매출이 더 줄어든다고 한다.

입지 좋아도 밀려나...과당경쟁 몰리는 카페 

날씨에 매출 등락이 심한 것은 2000원대 가격에 커피 가격을 설정한 ‘저가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 호소하는 흔한 레퍼토리다. 가입자 9만 7000여명의 네이버 카페 ‘테사모’(테이크아웃커피 사장님 모임)에는 이날처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면 “우리 카페는 젊은 부부나 노인들이 많은 동네에 있어 주로 아이들이랑 나들이하다가 주문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즘은 너무 더워서 나오지도 않는다”며 하소연하는 글이 올라오곤 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익숙하게 접하는 카페는 이 같은 과잉 공급 탓에 냉혹한 경쟁에 놓여 있다. 앞서 예로 든 석촌호수 일대는 한잔에 5000~6000원 정도로 생과일주스를 판매해온 카페가 올해 봄 개화한 벚꽃을 보러 석촌호수에 인파가 몰리는 대목을 놓치더니 결국 여름이 오기 전에 문을 닫았다. 이제 그 자리는 작은 동물병원으로 채워졌다.

말 그대로 ‘무한경쟁’의 틈바구니 속에서 살아남는 카페는 보통 단골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석촌호수의 메가커피는 씀씀이가 비교적 검소한 고령층이나 아주머니들이 단체로 몰려 꾸준한 매출을 만들어 준다. 아침부터 낮시간까지 단골들이 매장부터 야외 테이블까지 빼곡하게 자리를 채워 카페를 찾은 이들을 돌려세우곤 했다.

그러나 무더위에 체력이 떨어진 어르신들이 발길이 뜸할 때면 한창 손님이 몰리는 낮 시간에도 드문드문 자리가 남는다. 반면 맞은편 스타벅스는 날씨와 상관없이 매장을 찾는 주부나 취업준비생을 비롯한 청년층이 자주 찾는다. 업계 현장에서 브랜드 로열티가 높은 고가 프랜차이즈 운영이 더 유리하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맹점 사이에서 도는 또 다른 하소연은 이른바 ‘저격’의 위험이다. 매장에서 음료를 마실 때 일회용컵을 사용할 수 없는데도 고집부리는 손님이 으레 나타나고, 누군가가 포착해 당국에 신고한다는 것. 두 번 이상 신고되면 업장에는 과태료가 부과된다. 그럼에도 손님을 매몰차게 대하기 어려워 점주들은 종종 곤란에 처하곤 한다.

강남구 일원동 소재 한 카페 점주는 “보통 경쟁업체가 찍어서 신고한다. 사진까지 있는 신고 건은 ‘빼박’”이라며 “일회용품 쓰는 것을 제지하면 ‘옆가게는 다 허용하는데 여기만 왜 이리 빡빡하게 구냐’는 소리를 듣기 일쑤”라고 말했다.

잘 나가는 저가커피? 가맹점주들은 '출혈경쟁'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각각의 가맹점들은 이처럼 험난한 경쟁으로 어렵다지만, 최근 프랜차이즈 업계에선 바야흐로 ‘저가커피 전성시대’다. 메가커피, 빽다방, 컴포즈커피, 더벤티 등 대표적인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들은 경영의 주요 지표인 가맹점수와 매출, 영업이익률에서 눈부신 양적 성장을 거듭했다.

대표적으로 메가커피는 지난달 9일 경기도 시흥 오이도점을 오픈하며 점포 수가 3000호를 돌파한데 이어 최근에는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매장을 열어 해외 진출까지 성공했다. 2015년 홍대점으로 시작한 지 10년여 만의 성과다. 메가커피 운영사 앤하우스는 지난해 매출 3684억원, 영업이익 694억원을 기록, 매출과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110.7%, 124.1% 늘었다.

컴포즈커피도 지난해 매출 889억원, 영업이익 367억원으로 전년대비 매출은 20.5%, 영업이익은 47% 증가했다. 또 빽다방은 지난해 가맹점 평균 매출액이 7.3% 늘었고, 더벤티는 지난달 기준 가맹점 1360호점을 확보하며 2021년(756개점)에 비해 가맹점이 두배 가까이 늘었다. 매머드익스프레스도 점포 수가 2021년 297개에서 지난해 632개로 갑절 늘었다.

반면 상대적으로 고가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들은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2조9295억원, 영업이익 1398억원을 올렸다. 전년과 비교하면 매출 12.9%, 영업이익은 14.2% 증가했지만, 3조원 매출을 달성하리라는 증권가 전망에 미치지 못했다. 스타벅스코리아는 앞서 2022년 영업이익이 1224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48% 감소했고, 매출은 2조5939억원으로 전년 대비 9%가량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영업이익률은 5%에 못 미쳐 직전 해인 2021년(10%)과 비교해 반토막이 났다.

이디야커피 등 중저가 커피 브랜드의 실적은 더 악화됐다. 지난해 이디야커피는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매출이 역성장했다. 영업이익은 82억원에 그쳤다. 이디야커피 영업이익이 100억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며, 줄곧 수성해 온 점포 수 1위 자리도 뺏겼다. 

업계에서는 경기 불황을 맞아 가계의 씀씀이가 줄자 가성비, 가용비를 꼼꼼히 따지는 불황형 소비가 늘어난 것을 저가커피 성장의 배경으로 든다. 게다가 진입장벽이 낮아 창업 시도가 많았던 점도 양적 성장의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카페 창업은 원재료값이 적게 들고 전문성이 요구되지 않아 안정적인 소득의 인생 2막을 꿈꾸는 자영업자들에게 좋은 투자처가 되곤 했다.

그 결과 저가커피 가맹점은 우후죽순 늘어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지난해 가맹사업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외식업종의 가맹점 수는 총 17만 9923개이며, 이 가운데 커피는 2만 6217개로 14.6%를 차지했다. 한식업(3만 9868개, 22.2%)와 치킨(2만 9423개, 16.4%)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그러나 이 같은 성장세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영광’일 뿐, 현장에서 다른 업장과 경쟁해야 하는 가맹점주에게는 ‘레드오션’을 의미한다. 아울러 가맹점에 커피 등의 원재료를 공급하고 가맹비, 로열티, 교육비 등을 수입원으로 하는 가맹본사의 실적은 늘어나고 있지만, 반대로 가맹점 수익은 과밀 출점으로 인해 줄어들고 있다. 저가 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상권 내에서 서로 경쟁하는 구조다. 이전에 스타벅스 인근에 이디야커피 매장이 들어서는 구조였다면 이제는 메가커피와 컴포즈커피가 불과 250m의 거리를 두고 서로 경쟁하고 있다.

아울러 저가커피 프랜차이즈들은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홍보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축구선수 손흥민을 모델로 기용하고 있는 메가커피는 매달 가맹점이 부담하는 광고 비용이 12만원 꼴이다. 지난해는 이 돈을 부과하는 것에 대해 일부 메가커피 가맹점주들이 반대하고 나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당시 메가커피는 지난해 연간 광고집행 예상비용인 60억원을 본사와 가맹점이 50%씩 부담한다고 통보했는데 세부적으로 ▲손흥민 선수의 모델료 및 촬영비 15억원 ▲아시안컵 기간 TV 및 디지털 광고료 15억원 ▲신상품 콘텐츠 디자인 및 상품광고·PPL 등 15억원 ▲브랜드 제휴 5억원 ▲디지털 5억원 ▲오프라인 광고 5억원 등이 포함됐다. 

컴포즈커피는 지난해 12월 방탄소년단(BTS)의 뷔를 모델로 발탁, 광고 기간인 12개월 동안 매달 가맹점에 7만 2000원을 부과하고 있다. 또한 최근 방송인 덱스를 광고 모델로 기용한 더벤티는 모델 비용을 전액 본사에서 부담하고 있다. 더벤티 관계자는 “더벤티가 올해 창립 10주년을 맞아 광고 모델로 덱스를 발탁했다”며 “상생 경영의 일환으로 광고 비용은 가맹점에 부담을 지우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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