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현장에 ‘변화·기회·도전’ 강조…“세계적 흐름 따라가지 못하면 도태할 것”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사진=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주간한국 송철호 기자] 2022년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은 13년 만에 처음 등장한 경기도의 보수 성향 교육감으로 주목을 받았다. 전국 학생 수의 3분의 1이 몰려 있는 경기도 특성상 교육감의 결이 갑자기 달라지는 것에 대한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교육감 선출 방식이 2009년 주민 직선제로 바뀐 후 경기도는 진보 교육 실험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졌던 곳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 교육감은 서두르지 않았다. 급격한 변화를 위해 ‘강공’을 펼치는 대신 ‘자율·균형·미래’를 경기도 교육의 새 이정표로 삼고, 경기도 교육의 새로운 청사진을 조용히 만들어 나갔다. 또 교육 현장에 ‘변화·기회·도전’을 강조하면서 디지털 대전환 시기의 미래 사회를 맞이할 대응력을 키우고 있다.

특히 임 교육감은 학생과 학교 입장에서 바라보는 교육 현안을 중요하게 여긴다. 최근 경기도교육청은 ‘경기도교육청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안을 마련했다. 학생 개개인의 인권을 존중하고, 교권을 보호하는 동시에 교육 현장의 핵심 당사자인 ‘보호자의 권리와 책임’을 더해 교육 3주체(학생·학부모, 교사, 교육 행정직원) 간 상호 존중과 협력하는 교육 현장을 만들겠다는 취지다.

경기도교육청은 지난달 31일 이 입법안을 확정하고, 이를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경기도의회가 지난 11일부터 시작된 제375회 정례회에서 당초 19일로 예정돼 있던 조례안 심의를 미루면서 안건 상정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미상정 이유에 “당론이다”, “기존 조례 폐지는 안 된다”, “더 큰 혼란과 교육 공동체 간 오해와 갈등이 발생한다”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에 임 교육감은 “약 1400건의 의견을 검토하고 반영하며 경기도교육청과 경기도의회, 교육 3주체가 머리를 맞대고 통합조례안을 만들었지만 안타깝게도 경기도의회는 이번 통합조례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면서 “교육 현안은 오직 학생과 학교 입장에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간한국>은 지난 19일 취임 2주년을 앞둔 임 교육감과 인터뷰를 갖고,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상정 등의 논란 외에도 경기도 교육 행정과 관련한 현안 등에 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교육감으로서 가장 강조하는 것은

현재 우리나라는 저변으로부터 변화해야 하는 시기를 맞았다. 국가의 변화가 비등점에 오른 상황에서 역사의 변곡점이 또다시 찾아왔는데, 이 시기를 놓치게 되면 교육을 비롯한 공공부문은 앞으로 세계적인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결국 도태하게 될 것이다. 특히 교육은 국가의 미래를 만드는 시작이기에 더 중요하다. 그런 문제의식을 느끼고 경기도교육감을 시작했고, 변화·기회·도전 이 세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

첫 번째는 ‘변화’다. 시대가 변화해도 인성교육은 변하지 않을 덕목이다. 반면 역량교육은 시대에 따라 다르다. 과거와 지금을 비교했을 때 소통, 외국어, 문해력, 디지털 수준이 현저하게 다르듯이 앞으로 10년 뒤는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더 변화할 것이다. 그러한 시대의 흐름 속에서 기초 역량을 다지면 누구든지 쉽게 따라갈 수 있는 교육 시스템으로 바꿔야 한다.

두 번째는 ‘기회’다. 기회는 변화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 학생이 원하는 다양한 교육적 욕구를 학교가 제공할 수 있도록 기회를 확장해야 한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공유학교를 만들어 운영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학교에서는 기존의 교육활동에 집중하고, 공유학교에서는 원하는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새로운 교육의 시도다. 이는 지역사회와 함께 다양한 돌봄 체제를 만드는 기회가 될 것이다.

세 번째는 ‘도전’이다. 새로운 변화와 기회를 위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시스템으로 세계 최고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온라인학교를 공교육 체계에 포함하는 것이다. 인공지능(AI) 교수학습 플랫폼이 고도화되면 제3섹터의 온라인학교로 활용해 공교육 범위에서 벗어난 학령기 학생이 혜택을 볼 수 있게 할 것이다.

-취임 후 성과를 보인 사업은 무엇인지, 혹시 아쉬운 점도 있다면

취임 후 경기교육은 학교가 교육의 기본이 되도록, 가장 중요한 교육 활동의 장이 되도록 꾸준히 달려왔다. 학교에서는 시대가 변해도 바뀔 수 없는 인성교육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나가는데 필요한 기초 역량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디지털 흐름과 새로운 네트워크를 교육에 결합해 학생들이 좋은 여건에서 다양한 교육이 이뤄지는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에 따른 대표적인 성과는 AI 기반 교수학습 플랫폼 ‘하이러닝’ 운영이다. 맞춤형 수업, 보충학습, 다양한 콘텐츠를 활용한 학생 개별 맞춤형 학습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시범운영을 시작으로 현재 도내 2170여개 학교에서 활용하며 학생 맞춤형 교육으로 교실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최근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1인 1스마트기기 100% 보급이 완료됨에 따라 전 학년 전 교과를 대상으로 한 미래형 교실 수업 실현이 더 가까워졌다.

또 지역의 교육역량을 결합하고 공유한 지역교육협력 플랫폼을 강화했다. 31개 지자체와 연계한 지역 맞춤형 ‘경기공유학교’를 올해부터 본격 운영하기 시작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437개의 다양한 지역 맞춤 공유학교가 운영되고 있다. 경기공유학교는 더 넓고 더 깊은 교육을 원하는 학생들에게 지역의 교육자원을 기반으로 학교에서 배우기 어려운 부분을 채워주고, 학생이 희망하는 프로그램을 담을 수 있다.

취임하면서 자율·균형·미래를 경기교육의 기본 기조로 삼고 교육정책과 문화를 만들어오고 있는데, 여전히 ‘자율’에 있어서 어려워하는 경우를 많이 봤다. 자율은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할 수 있게 역량을 기르는 것이다. 그것은 학생뿐만 아니라 학교장, 교직원도 마찬가지다.

-교권 보호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은 무엇인지

지난해 여름 가슴 아픈 일을 겪고 난 뒤 교육활동 보호 종합대책이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안착하도록 교육활동 보호 강화 종합대책 추진단을 구성하고 교육활동보호지원팀을 신설했다. 이후 매월 추진단과 실무협의회를 운영하며, 교육활동 보호 정책을 점검하고 현장에 맞는 정책을 보완하고 현장 안착을 지원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교육활동 보호 강화 8대 정책을 수립해 교사가 존경받고 학생이 존중받는 행복하고 안전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교권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시대가 변화한 것이 크다. 그동안 교사와 학생, 교사와 학부모의 관계는 다소 일방적인 관계였을 수 있다. 과거 절대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모든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서로 평등한 관계로 변화했다. 교사와 학부모는 학생을 인격체로서 존중해야 하고, 학부모와 학생도 교사를 스승으로서 존경해야 한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한 시발점은 다름 아닌 교육 3주체 간 관계를 새롭게 설정하는 것이다. 학생과 학부모, 교사, 그리고 교육 환경을 뒷받침하는 교육 행정 직원까지 크게 포함해 교육 3주체가 교육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

-대학 입시 중심으로 움직이는 국내 교육 현실에 대한 우려가 있는데

경기교육은 기초·기본학력을 보장하는 책임교육으로 모든 학생의 균형적 성장과 학력 향상을 함께 지원한다. 모든 학생이 경기형 기본학력으로 도달해야 할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체계적 진단과 맞춤형 교육활동으로 학력 진단 강화에 힘쓴다. 초등학교, 중학교 졸업 시점에 갖춰야 할 기본학력을 마련해 공교육 책임교육을 실현한다. 여기에는 체육수업도 포함된다.

운동이 부족한 학생들도 기초 체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 체육활동 활성화와 균형 있는 성장을 위해 아침운동, 성장단계별 체육활동 일상화, 개별 맞춤형 운동처방 프로그램 등을 내실 있게 운영한다면 학생들의 운동 부족 문제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더불어 학생선수도 학습권을 보장하고 기본학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경기교육은 학교체육 활성화를 넘어 체육활동 일상화로 즐겁고 건강한 학교생활을 지원하고자 한다. 경기교육은 학생들이 하루 한 번 이상은 다양한 신체활동에 참여해 일상에서 체육활동을 누릴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체력과 인성을 습득한 학생은 미래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이다.

-최근 ‘교장·교감 지구장학협의회 워크숍’서 밝힌 새로운 공교육 시스템이란

교육이 미래이고 교육이 답이다. 사회가 아이들 교육에 정성을 쏟아야 한다. 공교육은 그동안 학교에서만 이뤄지는 교육만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공교육은 학생들이 있는 한 학령기 아이들을 책임져야 한다. 그게 공교육의 기본 정신이다.

경기도 공교육에서 제1섹터는 학교다. 학교는 교육과정과 인성교육에 집중한다. 제2섹터는 경기공유학교다. 학교 역량과 지역사회의 역량을 결합해 학생들이 원하고 배우고 싶어 하는 부분에 대해 맞춤교육을 한다. 제3섹터는 온라인학교다. AI 교수학습 기반 플랫폼을 구축하며 온라인학교에서 충분히 배움이 가능하다. 학교 밖 학생, 학업 중단 학생들이 온라인학교에서 교육받아도 공교육 체제에서 인정하는 것이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사진=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임태희 경기도교육감. 사진=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 관련 논란에 대한 입장은

학생인권과 교권의 이분법적, 대립적 관점에서 벗어나 대안적, 통합적 관점으로 학생, 교직원, 학부모 모두를 포괄하는 조례안을 마련했다. 학교구성원의 권리와 책임에 대한 인식과 존중을 기반으로 존중받고 존경하는 문화를 조성하겠다.

이번 통합 조례안의 핵심은 학교 구성원인 학생, 교직원, 보호자가 권리와 책임을 인식하고 서로 존중하는 학교문화를 만드는 데 있다. 학생인권 조례와 교원의 교육활동 보호에 관한 조례가 지닌 필수적 권리를 통합하고 학교구성원의 권리에 따르는 책임을 규정했다. 구성원의 권리가 축소되거나 훼손되지 않도록 할 방침이다.

학생인권과 교권을 후퇴시킬 마음은 추호도 없다. 다만 해서는 안 될 것을 제외한 나머지는 자율의 바탕에서 할 수 있도록 바꾸려고 한다. 자율은 책임이 따르는 자유이기에, 권리에 대한 책임이 따른다는 것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교육이다. 교육 당사자들의 권리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권리와 함께 수반되는 책임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했다. 또 법률 입안 원칙에 따라 새로운 법이 우선해서 적용되며 기존 조례가 폐지되는 경과규정을 포함했다.

경기도의회에서 교육 3당사자 공동체의 권리와 책임에 관한 조례를 만들자고 해 함께 의견을 모으고 경기도교육청이 내용과 시안을 구상하고 학생인권과 교권조례를 모아 통합 개편안을 만들었는데, 경기도의회가 상정조차 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안타까움과 깊은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경기북부 지역 중심 교육발전특구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교육은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가진 재원을 제한 없이 투자하고 제도에는 유연성을 발휘해야 한다.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되고 교육 성과를 최대화할 수 있는 부분이면 무엇이든 다 해야 한다. 경기 북부와 남부가 교육격차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경기 북부의 소외감을 이해하고 체감하며 주요 정책의 균형을 잡고 있다. 북부 지역의 교육력 강화를 위해 집중하고 있다.

교육발전특구가 원래 경기도는 지정 제외였다. 경기 북부가 접경지역이라는 특성으로 인구 소멸, 인구 감소 요건이 있어 대상이 됐다. 교육발전특구는 유아부터 초·중·고, 대학 교육까지 연계해 공교육 안에서 다양한 교육을 제공하고 우수 인재가 지역에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

1차 시범지역 공모를 신청해 고양, 동두천, 양주 지역이 교육발전특구 관리지역으로 지정됐다. 세 지역의 안정적 정착을 지원하고 있다. 1차 시범지역에 선정되지 않은 지역, 공모를 신청하지 않는 지역을 대상으로도 2차 공모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10일 김포시, 가평군과 2차 시범지역 지정 신청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하며 본격적 준비에 나서고 있다.

-저출산이 심각한 상황에서 교육계는 어떻게 달라져야 하는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부모들이 이 정도면 내 아이를 맡겨도 걱정이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생한 아이들에 대한 기본적 교육 환경과 부모들이 고생하지 않는 환경이 마련되면 저출산 문제의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아이들이 더 행복하게 자랄 수 있어야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국가가 책임지고 돌봐주며, 출발선상에서 교육과 돌봄이 공정하게 이뤄지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경기도교육청이 유보통합의 좋은 모델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좋은 유보통합 방안이 경기도에서 마련되고 국가 정책으로 완성도 높게 반영되면 우리가 추구하는 유보통합의 큰 방향을 그릴 수 있다.

-남녀 간 혐오 문제 등 사회적으로 반목과 갈등을 줄이기 위한 교육 시스템이 있는지

교육은 어떤 면에서 아래로부터 변화를 이끄는 에너지이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다른 분야에서 위로부터의 개혁과 변화로 이어지는 마중물이 된다. 그동안 노사, 언론, 교육, 정치 등 국가 사회 근간 영역에서 반목과 갈등이 지속되면서 그로 인한 소모가 지속됐다.

대립과 갈등의 주체들이 성숙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서로 다른 입장도 역지사지로 생각하고 상대방을 인정하며 대화하고 타협하는 새로운 변화가 이뤄져야 한다. 서로 대립하고 반목하는 시대에서 서로 융합하고 다양성을 인정해 교육을 통해 새로운 에너지를 만들겠다.

과거에는 가정, 지역사회에서 자연스럽게 교육이 이뤄졌지만 사회 변화와 가정의 역할 변화에 따라 중요한 기본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인성교육을 강조하고 있다. 바람직한 인성교육은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가 모두 관심을 기울이며 함께 해야 한다. 성장단계별 인성교육과 학부모교육을 확대해 학교와 가정, 지역사회와 협력해 인성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12월에 ‘유네스코 교육의 미래 국제포럼’을 준비하고 있는데

경기교육이 지향하고 있는 것, 추진하는 정책들을 국제 교육계에 소개하고 국제 전문가들에게 평가받는 유네스코 국제포럼을 준비하고 있다. 유네스코는 변화하는 세상에서 교육은 어떻게 돼야 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을 가지고 있다. 경기도가 생각하고 있는 교육의 방향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오는 12월 2일부터 4일까지 경기도교육청, 교육부, 유네스코, 유네스코 한국위원회가 ‘미래를 위한 교육 변혁’을 주제로 수원에서 포럼을 운영한다. 경기교육의 성장과 변화, 현장의 다양한 실천 모습을 국내외 교육 관계자들에게 소개한다. 경기교육 정책을 발표하고 학교와 교육기관 방문, 다양한 전시 체험이 있어 경기교육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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