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협치형 내각제' 도입해 구청장에 집중된 권력 분산
'시민평생소득', '일하는 시민 위한 마포구 조례' 등 공약
"변화된 정치 행정 보여줄 것…구정에 다양한 목소리 반영돼야"

조성주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조성주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 ⓒ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조성주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는 “마포의 정치는 관성에 젖었다”며 “다양한 삶의 권리를 보장할 정책을 동반, 다원적 사회로 나가기 위한 새로운 정치적 모델을 적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후보는 지난 13일 서울 마포구 캠프 사무실에서 진행된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출마의 변을 묻는 말에 이같이 답했다. 

조 후보는 “자기 진영을 위한 말과 논리로 만들어 낸 구태의연한 행정과 막말 정치를 매듭지어야 한다”며 “진보도 보수도 절대 선이 아닌 만큼,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하는 노력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후보는 마포를 시민의 공존과 연대를 통해 ‘다양성’이라는 단어로 기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상대적 빈곤층을 제로로 만드는 ‘시민평생소득’, 모든 노동자의 기본권을 보장하는 ‘일하는 시민을 위한 마포구 조례’ 제정, 구청장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는 ‘기관 협치형 내각제’ 도입 등을 공약했다. 

문제는 부족한 인지도와 지지율이다. 하지만 그는 “국회, 행정, 노동조합, 시민단체를 두루 경험한 데다 다른 후보들보다 상대적으로 젊다는 장점이 있다”며 “그 누구보다도 마포를 다채롭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음은 조 후보와 일문일답.

조성주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조성주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 ⓒ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 ‘정치인’ 조성주는 어떤 사람인가?

민주주의자다. 진보라는 가치를 지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존중하면서도 경쟁이 이뤄졌을 때 새로운 가능성이 열린다고 믿는다. 민주주의자로서 자리매김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유념하며 정치를 하고 있다. 

▶ 마포구청장 도전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정치를 왜 하는지에 대한 방향성과 마포의 가능성이 맞아떨어졌다. 민주주의 핵심은 다른 생각과 가치관이 어우러졌을 때 풍성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마포는 ‘다양성’이 존재하는 곳이다. 여러 가치관과 삶의 방식이 공존한다. 1인 가구도 많고, 프리랜서형 노동자들도 많다. 다양한 가치와 생각, 생활이 모여 있다. 민주주의, 진보 그다음이 다원적 사회라는 점을 고려하면 마포는 새로운 정치적 모델을 만들기에 가장 좋은 곳이다. 

또한 선거를 통해 변화된 정치 행정을 보여주고자 한다. 지방자치단체장들이 경쟁적으로 혁신적인 시도를 하지만, 마포는 뜻밖에도 그런 것들이 없다. 구민들도 ‘정치가 매우 낡았다’고 평가한다. 트렌디한 마포구민들을 정치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자기 진영을 위한 말과 논리, 극단적인 정치 언어가 만들어낸 결과다. 실제 마포의 정치 행정은 ‘막말’로 유명한 강용석·손혜원 전 의원과 정청래 민주당 의원으로 상징된다. 진보도, 보수도 절대 선은 아니다. 토론을 통해 합리적인 결과를 도출해야 한다. 하지만 마포의 정치는 그동안 다른 생각과 가치관을 경멸하며, 구민들의 자부심에 상처를 내 왔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그 첫걸음이 구청장선거가 돼야 한다는 생각에 도전하게 됐다. 

▶ 마포의 정치 행정을 ‘낡았다’고 평가했다. 후보가 구청장이 된다면 어떤 혁신적인 시도를 할 계획인가?

“우선 기본적으로 협치가 이뤄져야 한다. 이미 마포에는 다양한 시민사회가 형성돼 있다. 최근 타투이스트들을 만났다. 법적으로는 불법이지만, 마포에는 타투샵이 상당히 많다. 간판을 걸지 않아 보이지 않을 뿐이다. 그동안 정치 행정은 이들과 대화하지 않았다. 다양한 시민과 대화하고, 함께 결정하는 거버넌스를 만들어 이를 기반으로 한 정치 행정을 펼치고 싶다. 

두 번째는 내각제를 할 계획이다. 대통령보다 더 많은 권한이 집중된 것이 지자체장이다. 힘의 역학 관계는 압도적이다. 구청장이 구민들의 의견을 듣지 않고 사업을 추진하고, 구의회도 무시한 채 모든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한국 지방자치의 맹점으로, 눈살 찌푸릴 만 한 일들이 마포구에서도 벌어졌었다. 대부분은 협치를 통해 해결하겠다고 밝히지만, 조금 더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하다. 구의회와 권한을 공유하는 내각제 도입이다. 구의회에서 선출된 특정인을 부청장급으로 지정, 구정을 함께 운영하겠다는 계획이다. 2014년 남경필 전 경기지사가 도입했던 모델이다. 당시 도의원들도 인정할 만큼, 남 전 지사의 ‘기관 협치형 내각제’는 이론적으로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의미 있는 시도였고, 좋은 모델이었다. 다양한 정당의 목소리가 자연스럽게 결합돼 구정에 반영될 수 있는 모델이 마포구에서도 적용될 수 있길 바란다.” 

조성주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조성주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 ⓒ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 후보의 핵심 공약은 무엇인가?

“프리랜서 예술인 등의 노동을 공식화하고, 일하는 시민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보험료 지원 등을 추진하고자 한다. 아울려 마포형 시민 평행 소득 정책도 준비하고 있다. 보수 경제학자들이 주장하던 ‘음의 소득세’를 기본으로 한 정책이다. 일정 소득 아래에 있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정책으로, 소득의 차이를 소득세로 보전해 임기 내 빈곤을 제로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실현 가능성을 묻기도 하는데, 이미 오세훈 서울시장이 ‘안심 소득’이라는 이름으로 이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마포의 인프라 문제도 해결하고자 한다. 특히 마포는 의료 인프라가 부족하다. 인구 1000명당 마련된 병상은 서울 평균의 3분의 1 수준밖에 안 된다. 다양한, 일상적인 의료를 시민에게 제공해줄 수 있는 종합병원급 대형병원도 없다. 코로나19를 겪으며 감염병과 공공 의료의 필요성을 절감하지 않았나. 세심하게 관심을 두고 챙겼어야 했는데, 마포의 정치가 관성에 젖어 이러한 부분까지 챙기지 못했던 것 같다. 서부면허시험장 부지를 어떻게 쓸 것인지를 두고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이곳에 종합병원급 공공의료원을 세우고자 한다. 이미 서울시에서 7~8년 전부터 내부 검토를 해왔기 때문에 새로 안을 짜야 할 필요도 없다. 정치적인 결단만 하면 된다. 

다양한 삶의 권리를 보장할 정책을 동반돼야 한다고 생각해 성 소수자나 동성 간의 동성혼을 접수하고자 한다. 조례를 통해 생활 동반자 등록 제도를 마련하면 일반 부부들과 같이 마포의 모든 것을 이용할 수 있다. 법원에서 인정해주지 않겠지만, 동성혼을 인정하는 것은 행정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반대여론도 있겠지만, 이 역시 민주주의 사회에서 자연스러운 일이다. 토론하고 설득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도 연방정부보다는 주 정부에서부터 활성화됐다. 한국도 비슷한 궤적을 밟을 것으로 생각한다.” 

▶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유동균 현 구청장의 구정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구민들도 지적하는 부분이지만, 굉장히 독단적이다. 시민의 목소리를 듣는 경우가 별로 없다. 마포구에서 치러진 지난 6번의 선거에서 승리는 민주당의 차지였다. 최근 부동산 등 때문에 변화가 생기기도 했지만, 정치적으로는 민주당의 아성이다. ‘우리의 왕국이니 마음대로 해도 돼’라는 생각이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지난 4년의 구정도 이같은 틀에서 이뤄졌다. 성미산 개발이 대표적인 예다. 구민들은 개발 반대에 앞서 어떤 방식으로 개발하고, 어떻게 운영할 지에 관해 이야기 하자는 요구를 하고 있다. 개발 이후 운영이 잘되지 않으면 폐허가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지만, 이런 염려와 상관없이 일방적으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유동균 구청장의 고향인 전북 고창군에 387억원을 들여 구민 휴양시설을 지으려고 했던 것 역시 마찬가지다. 중단되긴 했지만, 이해 충돌에 걸리는 소지가 충분한 데도 노골적으로 추진하려 했다. 이 밖에 업무추진비 논란도 있다. 정보 공개 청구를 한 시민단체 대표를 물러 무마하려다가 논란이 되기도 하지 않았나. 점점 더 마포의 정치는 고인 물이 되고 있다.” 

▶ 경쟁 후보들보다 자신이 가진 장점을 무엇인가?

“이전에는 우리 동네를 어떻게 발전시킬지가 선거의 핵심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점이 전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민주당은 전체 구정평가에서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행정적인 부분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던 유동균 후보를 공천했다. 국민의힘은 혁신적인 공천을 하기보다는 공천한 김진천 후보에게 160억원 판치기 논란이 일자 박강수 후보로 그 자리를 대신했다. 민주당은  꺾어보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인다. 민주당도, 국민의힘도 하던 대로 하자는 분위기인 것 같다. 

나는 민주주의자다. 진보적 가치와 정책을 지향하지만, 어떠한 문제와 맞닿았을 때 정파와 상관없이 민주주의 방식을 통해 실현해야 한다고 본다. 국회, 행정, 노동조합, 시민단체를 두루 경험했다. 또 상대적으로 젊다는 것 역시 장점인 것 같다. 젊으면서도 종합적인 경험이 있는 만큼, 마포구를 다채롭게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유동균 후보가 ‘경험’을 앞세우고 있지만, 따지고 보면 내가 훨씬 복합적이면서도 다양한 경험을 했다.” 

조성주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 ⓒ이혜영 기자 lhy@hankooki.com
조성주 정의당 마포구청장 후보. ⓒ이혜영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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