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로 분석한 이태원 압사 사고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 동향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친구들을 잃은 외국인이 슬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에서 친구들을 잃은 외국인이 슬퍼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태원 참사는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 이래 최대의 사망자가 발생한 말 그대로 참사다. 지난 10월 29일과 30일로 넘어가는 토요일 저녁 시간은 핼러윈 축제의 하이라이트였다. 각종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태원 일대에 집결한 인파는 족히 13만 명 정도 수준이었다고 한다. 13만 명의 인파였다면 경상남도 통영시 전체의 인구와 맞먹는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그 좁은 지역에 모였다면 상상이 되겠는가. 통영시의 면적은 240제곱킬로미터나 된다. 이태원과 비교조차 할 수 없다.

29일 밤 이태원은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고 한다. 유튜브를 통해 확인하게 되는 동영상을 보더라도 이태원역 1번 출구와 이태원역에 몰려든 인파를 본다면 관리가 되지 않고는 위험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비통함을 금하지 못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구조적인 분석을 하기 전에 하나씩 이태원 참사를 분석하기 위한 기본 질문에 대한 이해를 시도해 보자. 우선 핼러윈 행사에 대한 비판을 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먼저 인터넷 백과 사전인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 핼러윈 데이에 대한 설명부터 확인해 본다.

‘할로윈, 또는 핼러윈은 모든 성인의 날 전 날인 10월 31일 밤을 기념하여 행해지는 영미권의 전통 행사다. 영미권에서 공휴일이 아니며 상업적인 성격을 많이 띤다. 이날에는 죽은 영혼들이 되살아나며 정령이나 마녀 등이 출몰한다고 믿고 귀신들에게 육신을 뺏기지 않기 위해 사람들은 유령이나 흡혈귀, 해골, 마녀, 괴물 등의 복장을 하고 축제를 즐긴다. 최근에는 대한민국의 이태원, 일본의 시부야, 도톤보리 거리와 클럽에서 모든 성인의 날 앞 주말에 주요 거리를 중심으로 젊은이들이 코스프레를 하고 모이는 현상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백과 사전 해석을 보면 일단 우리의 전통은 아니다, 그렇지만 핼러윈이라는 환상적 성격의 기념일 특성상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상당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문화다. 특히 귀신들에게 육신을 뺏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캐릭터의 복장 분장을 하는 점은 꽤나 흥미롭다. 적어도 상업적으로는 크리스마스 이상의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날이 되었다. 실제로 대형 마켓이나 백화점에서 핼러윈 관련 상품을 많이 팔고 비즈니스 차원에서 중요한 날이 되었다. 국수주의적이거나 신토불이 판단으로 핼러윈 데이를 비판할 성격은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엿새째인 지난 3일 오전 서울광장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에 조문하기 위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왼쪽), 김대기 비서실장(가운데)과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다시 말해 일각에서 제기하는 이태원 참사를 놓고 핼러윈 문화를 저격하고 들어가는 태도는 제대로 문제 해결을 하는 접근이 아니다. 핼러윈 데이에 대한 저격만큼이나 이태원 참사를 대하는 경계 지점에서 많이 제기되고 있는 주장이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그런 논리라면 주최자 없이 광화문에 13만 명의 인파가 모여 있다고 해도 손 놓고 있을 일인가. 주최자가 없이 많은 인파가 몰리는 행사의 안전이나 인원 통제 등에 대한 비상 계획을 세우기가 어려웠다는 발뺌인데 말 그대로 ‘눈 가리고 아옹’이다.

명절이 되면 수많은 차량이 고속도로와 국도로 쏟아져 나온다. 명절 운행되는 차량에 주최자가 따로 있다는 말을 들어 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각 도로에 교통 통제 차량이 나와 있고 원활한 교통 흐름을 위해 많은 인원들이 힘을 기울인다. 이태원 지역에 그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다면 그 순간 관리하고 통제해야 할 책임은 국가에 있다. 국가가 존재하고 있고 존재해야만 되는 이유다.

이태원 참사가 어느 참사나 재난보다 더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이유는 ‘막을 수 있는, 그리고 관리할 수 있었던 상황’이라는 점이다. 빅데이터 분석 도구인 썸트렌드로 이태원 참사에 대한 감성 연관어를 도출해 보았다. 11월 1~2일 분석 시간동안 가장 많이 연관되는 단어는 ‘참사’로 나타났고 ‘책임 전가’, ‘참변’, ‘비극’, ‘끔찍한 일’, ‘우려하다’ 등이 등장한다. 특정하게 어떤 원인을 지적하고 있지는 않지만 사고의 결과에 대해 망연자실한 심정을 드러내는 빅데이터 반응이다.

참사나 재난과 연관될 수 있는 표현 이외에 내용으로는 ‘돈들이다’가 있다. 이것은 자신의 친구가 이번 이태원 참사에서 희생된 외국인인데 본국 송환을 위해서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모금을 하고 있어서 ‘돈들이다’는 표현이 등장했다[그림1]. 이 참사가 발생하기 전인 10월 29일 이전으로 시간을 되돌려 보면 예방 가능했었다는 점을 더욱 분명하게 짚어낼 수 있다.

이번 참사는 ‘통제되지 않고 관리되지 않은 인파의 밀집’이 결정적인 원인이다. 그러면 인원 통제와 인력 분산만 가능했더라면 아예 발생조차 하지 않을 일이었다. 이태원에 핼러윈 축제가 있는 10월 말에 대한 시점 분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있었던 2020년과 2021년에야 이번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지 않았다.

그렇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이태원은 사람들이 시도 때도 없이 많이 운집하는 지역이고, 아무런 행사가 없는 평일과 주말에도 밤 늦은 시간까지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고 영업이 끝나는 시간쯤에 좁은 골목길로 그리고 이태원 차로에까지 많은 사람들이 쏟아져 나오는 아주 위험한 지역이다.

그렇다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나가고 핼러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이번 축제 시기를 고려한다면 많은 방문객들이 모여들 것이라는 사실은 ‘안 봐도 비디오’였다. 13만명이라는 인파가 좁디좁은 지역에 발 디딜 틈 없이 모여드는데 ‘몰랐다’거나 ‘예상하지 못했다’는 대답은 치졸한 변명이나 다름없다. 이번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무능한 행정 대응’으로 볼 수밖에 없는 부분이 바로 교통 통제와 관련되어 있다.

지난  3일 오후 김포도시철도(김포골드라인) 김포공항역이 환승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이날 정부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다중밀집 안전예방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특별시, 광역시, 인구 50만명 이상 대도시 지하철 역사의 다중 밀집 인파사고 대책을 마련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참사가 일어난 골목에서 사람들이 빠져나가지 못한 결정적인 이유는 앞뒤가 모두 막혀 있어서다. 참사가 일어난 해밀톤 호텔을 바라보고 왼쪽 골목에서 이태원 차로변으로 내려오는 골목의 앞 부분은 지하철 이태원역 1번 출구다. 해밀톤 호텔과 붙어 있는 골목 뒤쪽으로는 세계음식거리 골목이다. 그렇다면 사람들이 주로 후진보다는 전진한다는 속성을 감안할 때 차로변 즉 이태원역 1번 출구 쪽으로 확 개방이 되어야 하는 셈이다. 하지만 여전히 차로는 꽉 막힌 주말 교통 혼잡 상태였고 이태원역 1번 출구로는 끊임없이 사람들이 밀려 들어오는 상태였다.

이렇게 많은 인파가 예상되었다면 가장 기본적인 교통 통제는 녹사평역에서 이태원역까지 도로에 차량이 다니지 않도록 하는 교통 통제다. 보도에 따르면 이태원 지구촌 축제를 할 때는 교통 통제가 이루어졌다고 하지만 핼러윈 축제 때는 자동차 없는 도로로 통제되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 사고의 결정적인 원인 제공 중 하나는 이태원 1번 출구로 구름떼처럼 쏟아져 나온 인파다. 이 정도로 밀집된 공간에 많은 인파들이 지하철역에서 나가는 상태라면 ‘무정차 통과’를 결정했어야 합당하다. 주최 측이 있기는 하지만 기록적인 인파가 매년 몰리는 여의도 세계불꽃축제 행사 때 여의나루역 주변은 교통 통제된다. 게다가 여의나루역은 특정 시간대 무정차 운영된다. 많은 방문객들은 불편함을 호소하고 투덜거리지만 그래도 백번 천번 만번 더 안전을 확인하게 되는 결정이다. 예고된 인재를 막지 못한 처참한 참사였다.

지난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 출구 앞 참사 추모 공간을 지나는 경찰관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이태원 참사가 더 고통스럽고 충격적인 두 번째 이유는 ‘경찰의 무기력하고 무책임한 대응’이다.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라는 상투적인 표현을 떠나서, 가장 위험하고 절박한 상황에 찾게 되는 공권력이다. 위험한 이태원 인파들이 모여 이동하는 상황 속에서 극도의 불안감을 느낀 시민들은 112로 신고를 했다. 112는 주로 범죄를 당했을 때 경찰에 신고하는 전화다. 무언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예상할 때 누르게 되는 전화번호다.

일반적으로 비상 상황이 발생했을 때 구조나 구호를 요청하게 되는 대상은 경찰이 아니라 소방서 구호대 쪽이다. 119로 전화를 돌리게 된다는 말이다. 서울지방경찰청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되는 건수만 11건으로 발표되었다. 수많은 인파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았을 숫자가 비단 11건밖에 없었을까. 관련된 내용을 제대로 확인해 본다면 사전에 참사를 예견 가능한 흔적들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112는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 참사가 있었던 당일날 오후 6시 34분경에 첫 번째 신고 전화가 있었고 다급하고 위태로운 이태원 현장 상황을 전달했다고 한다. 이때 빨리 현장 확인을 하고 오후 7시부터라도 녹사평역과 이태원역 구간을 교통 통제하고 이태원역을 무정차 통과역으로 전환했더라면 참사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참사가 발생했을 시점에 전혀 주변 교통 통제가 되어 있지 않아 구조차량이 현장 가까이 도착하는 데만 엄청난 시간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빅데이터 분석 결과는 경찰이 무기력하고 무책임했음을 빠트리지 않고 있다. 썸트렌트 빅데이터 분석의 11월 1~2일 감성 연관어 및 긍ㆍ부정 비율을 파악해 보았다. 긴급 신고 전화인 ‘112’에 대한 감성 연관어로 ‘참사’가 가장 큰 비중으로 등장했다. 그 외에 ‘뭉개다’, ‘무시하다’, ‘비극’, ‘미흡하다’, ‘위험’, ‘사고발생’, ‘안타깝다’, ‘외면하다’, ‘비판’ 등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대한 감성 연관어로 ‘참사’가 역시 가장 큰 비중으로 나왔다. 그 외에도 ‘비극’, ‘위험’, ‘위기’, ‘논란’, ‘비판’, ‘울다’, ‘욕’ 등 대부분 부정적 빅데이터 감성 연관어로 나타났다.

한편 긍정과 부정 감성 비율을 보면 ‘112’에 대한 긍정 5%, 부정 92%로 나왔다. 이태원 참사가 있기 직전 시기라면 30% 가까운 긍정 비율을 확보해왔던 ‘112’ 전화번호지만 참사에 따른 책임감이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긍정 비율이 5%밖에 되지 않는다. 거의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범죄 신고에 가장 상징적인 전화번호가 112인데 이태원 참사로 더 이상 국민의 안전에 효용 가치가 없는 번호로 전락되지 않을지 걱정과 우려가 앞선다. 빅데이터에 나타난 ‘경찰’에 대한 긍정과 부정 감성 역시 좋지 못하다. 긍정은 15%이고 부정은 80%나 된다[그림2]. 

이태원 참사가 더 충격적이고 고통스러운 세 번째 이유는 ‘책임 규명과 책임자 처벌에 대한 복잡함’에 있다. 참사가 발생하고 난 이후 정부는 애도 기간을 정해 이태원 참사 사망자를 추모하고 있다. 동시에 경찰의 국가수사본부는 무기력한 대응을 한 것으로 지적받는 관계 기관에 대한 압수수색 및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 국가수사본부는 서울청과 용산서를 비롯해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이태원역 등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등에 대국민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박찬대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은 경질이 아니라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민주당은 향후 국회 차원에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강력하게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마땅히 해야 할 정치적 역할이라고 하더라도 국민의힘과 정쟁적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상민 장관에 대한 인사 조치 건이 앞으로 여야 간 대결 구도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이 장관에 대한 징계를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직후에 ‘경찰 병력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태는 별로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든지 ‘집회 시위 장소에 경찰 병력이 가 있어 기민하게 대응하기 어려웠다’는 핑계 일색 발언으로 여론의 반발과 야당의 공격을 받고 있다.

썸트렌드 빅데이터로 분석한 이 장관에 대한 감성 연관어는 부정적인 내용으로 도배되어 있다.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대부분의 검색어처럼 ‘참사’가 가장 큰 비중 연관어로 나타났고 그 외에 ‘안전’, ‘분노’, ‘고의적’, ‘망언’, ‘비판’, ‘논란’, ‘우려하다’, ‘허위’, ‘유감’, ‘경질’ 등이 등장했다. 윤희근 경찰청창에 대한 비난과 비판도 거세게 불고 있는데 감성 연관어로 역시 ‘참사’가 가장 높은 비중이었다. 그 밖에 ‘안전’, ‘미흡하다’, ‘진상’, ‘경질’, ‘비판’, ‘뭇매’, ‘의혹’, ‘부실’ 등 관련 연관어로 나타났다.

빅데이터 긍정과 부정 감성으로 분석한 결과는 더욱 심각하다. 분석 기간인 11월 1~2일 동안 이 장관에 대한 긍정은 20%, 부정은 77%로 나타났다. 윤희근 청장은 긍정 15%, 부정 79%였다. 사실상 책임자에 대한 신뢰도가 바닥까지 내려왔다. 이들에 대한 인사 조치는 윤석열 대통령의 결정이고 결단인데 그렇게 될지 여부를 알 수 없어 더욱 답답하다.

이태원 참사는 안전 불감증에 대한 우리 국민들의 의식을 다시 일깨우고 있다. 이태원 참사는 소도 잃고 외양간도 잃어버린 전형적인 방심 재난이다. 지금도 국민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불과 10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당시의 경험으로부터 얼마나 나아졌을까. 별로 나아지지 못한 우리들의 모습은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실제로 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행정안전부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서 실시한 국민의식 조사에서 ‘얼마나 안전을 잘 실천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비상구 위치 확인에서 전문가들은 79.4%가 그렇다고 응답한 반면에 일반인은 49.3%로 절반을 넘기지 못했다. 비상 사태가 발생할 경우 일반적인 출입구로 이동하기 어렵고 비상문의 위치를 알고 있어야 되는데 아직 습관처럼 높은 비율로 비상구의 위치가 확인되지는 않고 있다.

차량의 안전띠 착용에 대해서는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높게 나타났다. 많은 비용을 들여 홍보를 하고 법적으로 제도적으로 정비를 한 효과로 이해된다. 휴대용 응급키트를 휴대하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일반인과 전문가 모두 긍정 응답이 낮았다. 일반인은 휴대하고 다닌다는 응답이 45.1%에 그쳤다. 전문가들도 이 질문에는 전문가 답지 않았다. 휴대용 응급 키트를 휴대하고 다닌다는 전문가들은 절반을 간신히 넘기는 수준이었다. 전문가들에 대한 준비성으로 판단한다면 아쉬운 대목이다.

위험 요소 목격시 신고는 일반인이 53.8%로 절반을 조금 넘겼다[그림3]. 더 큰 문제는 이태원 참사를 경험하면서 ‘112 신고 전화’에 대한 신뢰도가 직진 하향해 버렸다는 점이다. 위험 요소를 우연하게 발생하더라도 신고할 엄두를 내기 쉽지 않을 것이다.

이태원 참사가 미칠 영향은 단지 사회적인 인식뿐만이 아니다. 임기 초반 지지율을 끌어올려야 하는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표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변수가 ‘이태원 참사’다. 사고는 세 단계로 구분된다. 예방과 구조 그리고 수습의 단계다. 예방은 하지 못했으므로 구조와 수습이다. 국민들은 윤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이 어떻게 사태의 진상 규명을 밝히고 관계자의 책임을 묻고 유가족과 국민들의 상처를 위해 적절한 수습을 해 나갈 지에 시선을 집중하고 있다.

이태원 참사 직전까지만 하더라도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상승세였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통령으로서의 직무 수행을 잘 하고 있는지 아니면 잘못하고 있는지’ 물어보았다. 8월 2~4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24%로 곤두박질쳤다.

9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 조문과 유엔(UN), 미국, 캐나다 방문 이후 비속어 논란을 겪으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한 번 더 바닥을 쳤었다. 그렇지만 최근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율은 회복 국면이다. 10월 25~27일 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지지율은 30%로 올라왔고 부정 평가는 62%로 낮아졌다[그림4].  지지율이 워낙 많이 내려간 데다 북한이 탄도 미사일 실험 발사를 하면서 안보 보수 핵심 지지층이 결집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태원 참사는 대통령뿐만이 아니라 정당 지지율 구조까지 바꿔 놓을 기세다. 한국갤럽 자체조사에 ‘어느 정당을 지지하는지’ 물어보았다. 지난 8월 이후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정당 지지율 경쟁에서 계속 엎치락뒤치락 접전을 벌이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내려갈 때 대체로 민주당 지지율은 올라가고 그 반대의 상황에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올라갔다.

하지만 양상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윤 대통령의 영국 조문, 미국 유엔총회 참석 그리고 캐나다 정상회담 과정에서 논란이 일어난 후 하락했던 국민의힘 지지율은 10월 4~6일 조사에서 33%로 회복되었다. 민주당은 32%였다. 가장 최근 조사(이태원 참사 영향은 반영되지 않음)인 10월 25~27일 결과에서 민주당은 35%로 직전 조사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국민의힘은 33%로 제자리걸음이었다[그림5]. 대통령 지지율이 올라가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다.

이태원 참사의 사망자나 유가족들의 마음이야 얼마나 착잡하고 허망한 마음일까. 참사를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있는 국민들의 트라우마 역시 가볍지 않다. 망연자실한 여론이 자칫 정치권에 대한 분노와 심판으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태를 수습하는 정치권은 이태원 참사의 메시지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 프로필

연세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국제대학원에서 석사를, 고려대에서 행정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한국교육개발원 전문연구원을 거쳐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책임연구원으로 일했으며, 한길리서치 팀장에 이어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정치컨설팅업체인 인사이트케이를 창업해 소장으로 독립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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