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사진=연합뉴스 제공)

78년생. 44세. 예일대와 하버드대 출신으로 해군 장교에 입대해 이라크전에 참전. 검사로 활동한 후 플로리다주 연방하원의원과 재선 플로리다 주지사.

차기 미국 대선 주자로 급부상한 론 드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간단한 약력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한 상황에서 트럼프의 등장을 차단할 맞수로 드샌티스가 급부상했다. 지금껏 미국 역사에서 플로리다 출신 대통령은 없었다.

이에 드샌티스가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 마코 루비오 현 플로리다 상원의원이 연이어 도전해 실패했던 공화당 대선 후보 자격을 따내고 본선 승리를 이뤄낼 수 있을까.

미국 중간선거가 민주당의 사실상 승리로 마무리된 상황에서 이목은 차기 대선 구도에 몰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의 위상이 급부상했지만 야당인 공화당은 혼란 상태다. 트럼프가 야기한 풀뿌리 민심의 배반과 공화당 경계 상황이 드샌티스의 입지를 끌어올리면서다.

드샌티스는 한국에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인사다. 한국 사위로 불린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가 차기 대선 유력 주자로 부상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이는 한국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드샌티스가 전국적인 이목을 끈 것은 그의 선거 승리가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2018년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와 0.4%포인트 격차였지만 이번에는 19%포인트까지 벌어졌다. 특히 플로리다에서도 전통적 민주당 우세 지역이었던 마이애미-데이드 카운티 승리가 결정적이다. 드샌티스는 이곳에서도 55.3%로 승리하며 공화당의 상징색인 붉은색으로 물들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이전만 해도 트럼프와 드샌티스의 위상은 비교할 수도 없었다. 트럼프는 경제성장과 함께 재선을 바라보고 있었고 드샌티스는 트럼프의 후광에 기대며 자리를 보전했다. 드샌티스는 의원 시절 공화당 내에서도 극우 쪽으로 치우치는 ‘프리덤 코커스’ 계파 소속이었다. 이런 드샌티스를 트럼프가 키웠다.

드샌티스도 트럼프 호위무사를 자임하며 추종하는 '트럼피스트'(Trumpist)로 정치 생명을 이어갔다. 트럼프 집권 초기 정권을 위협했던 로버트 뮬러 특검에 맞서 강경발언을 이어갔던 의원이 드샌티스였다.

드샌티스는 상원의원 출마도 희망했지만, 현직인 마코 루비오 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며 물거품이 됐다. 결국 마지막 순서로 도전한 것이 플로리다 주지사였다. 트럼프의 지지가 결정적이었다. 그는 선거 광고에 트럼프의 구호인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를 아이에게 가르치는 장면을 담았다. 다분히 트럼프 지지자들을 겨냥한 전략이었다. 결과는 신승이었다.

2018년 플로리다 주지사에 당선된 후에도 드샌티스는 전국구 인사라고 분류하기 어려웠다. 오히려 주지사 당선 후 하락세를 보이며 대중과 언론의 시선에서 벗어났다.

반전은 코로나19와 함께 찾아왔다. 드샌티스는 ‘리틀 트럼프’라고 불릴 정도로 코로나19 방역에 반대했다. 플로리다는 뉴욕, 캘리포니아와 함께 대표적인 감염 확산지역이었지만 어느 주보다도 방역을 적극적으로 완화했다. 마스크 규제, 백신 접종 의무화에 대한 저항 등으로 트럼프와 강경 보수파의 눈에 들었다. 플로리다에서 마스크를 쓰는 이들이 적었고 백신을 맞는 사람들이 더욱 드문 것도 드샌티스 주지사의 정책의 영향이 있었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드샌티스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지난해에는 공립학교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를 금지하며 방역 강화에 주력한 연방 정부에 맞섰다.

트럼프가 사라진 후 대안을 찾던 보수 진영은 드샌티스에 주목하기 시작한다. 드샌티스가 전국적인 이목을 끈 것은 이민정책이었다. 드샌티스는 플로리다로 불법 이주해온 이민자들을 민주당이 집권한 주로 보내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자신의 지지 세력은 결집하고 이민에 우호적인 민주당 진영을 뒤흔들 수 있는 전략이었다. 신 남북전쟁으로까지 불릴 정도였다.

효과를 봤다. 드샌티스가 뉴욕에 보낸 불법이민자들은 지역 여론을 악화시켰다. 민주당 텃밭인 뉴욕주지사 선거에서 민주당이 전·현직 대통령을 동원해 지원 유세에 나설 만큼 선거판을 흔들었다.

주지사 재선 도전은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민주당 후보와 20%나 되는 격차는 미국 선거에서는 보기 드문 성과다. 과거 특정 정당 지지 성향이 강하지 않아 '스윙 스테이트'로 분류됐던 플로리다가 우경화된 것도 드샌티스의 영향이 크다.

플로리다는 미국에서도 인구가 많은 지역이다.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욕과 함께 대선 선거인단이 많은 주다. 플로리다를 이겨야 대선 승리로 가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플로리다에서 공화당 후보가 나올 경우 유리하다. 플로리다 히스패닉 주민들의 지지를 얻으면 민주당의 지지기반도 흔들 수 있다.

드샌티스의 부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트럼프다. 트럼프는 측근들이 만류했음에도 지난 15일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했다. 드샌티스는 급하지 않다. 트럼프의 출마 선언 후에도 드샌티스는 대선에 대해 말을 아낀다.

드샌티스는 트럼프의 출마 선언 하루 뒤 공화당 지지자들과의 만남에서 트럼프와의 경쟁에 대한 질문에 “조금 진정하자”고 말했다. 아직은 성급하게 트럼프와 각을 세울 필요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는 오히려 공화당의 부진한 성과와 자신이 플로리다에서 거둔 압도적 승리를 대비했다. 트럼프를 거론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자신의 위상을 부각하는 행보다. 이런 모습은 중간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론을 부인하면서 대선 출마 선언을 강행한 트럼프와 대조된다.

드샌티스는 이제 자신이 추종했던 트럼프를 극복해야 하는 처지다. 트럼프의 견제는 이미 시작됐다.

갈 길이 멀지만, 드샌티스의 도전이 무모하다고만 볼 수 없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대선 경선에 나선 것은 상원의원 임기 2년 차였다. 불가능하다고 여겨졌지만, 오바마는 대선에서 승리했다.

조심스럽지만 드샌티스의 주지사 연임 선거 승리 연설에는 다음 행보에 대한 충분한 힌트가 담겨 있다. “워싱턴의 실패한 리더십으로 우리나라가 허물어지는 동안 플로리다는 올바른 길을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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