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족 냉증이 있거나 혹은 몸 전체가 시리고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은 겨울이 가장 힘든 계절입니다.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면 외출도 쉽지 않고 핫팩, 수면 양말, 담요를 끼고 살아야 하니까요. 몸이 차다는 것은 체온이 떨어져 있다는 뜻인데 우리 몸은 체온이 1도 떨어질수록 면역력도 급감합니다. 즉, 체온을 올리는 일은 면역력을 보강하고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니 겨울 뿐 아니라 평소에도 필요합니다. 오늘은 저체온인 사람이 몸을 따뜻하게 해야하는 이유, 그리고 그 방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체온 조절중추, 자율신경

체온을 컨트롤하는 일을 하는 자율신경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늘 춥거나 늘 덥다고 느낍니다. 정상적인 체온조절 반응이 안 되기 때문입니다. 원래는 춥다고 느끼거나 덥다고 느끼면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이 적절히 작용해서 혈관 수축이나 이완, 체온 회복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체온을 조절하게 됩니다. 그런데 늘 추위를 느끼며 겨울이면 더욱 시리고 추워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는 사람은 이 조절 중추에 문제가 생긴 것이지요. 결국 혈액 순환의 문제나 체질의 문제이기 이전에 체온을 조절하는 컨트롤 센터인 자율신경이 문제입니다.

스트레스가 체온을 떨어뜨려

늘 춥거나 시린 사람은 다른 사람보다 체온이 낮은 사람입니다. 그런데 체온이 낮은 이유가 뭘까요? 다양한 이유가 존재하지만,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스트레스에 의한 체온의 변화입니다.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거나 오랫동안 집중해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항진됩니다. 혈관이 수축하고 혈액의 흐름에 지장이 생깁니다. 면역세포 중에 과립구 분비가 많아지면서 각종 염증에 취약해지고 체력이 떨어집니다. 그러니 스트레스를 그때 그때 해소하지 못하고 오래 묵혀둘수록 체온은 점점 떨어집니다. 그리고 몸이 차가우면 암세포가 자라나 덩어리가 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게 되니, 체온은 따뜻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저체온인 사람은 교감신경이 긴장상태가 지속되는 생활을 하고 있지 않은지 생활습관을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일에 시달리지는 않은지, 걱정거리를 계속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적절하게 스트레스를 해소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체온이 낮으면 면역력이 떨어져

저체온이 병을 만든다는 이야기를 앞서 했습니다. 면역력은 몸 속에 들어와서 염증이나 암 또는 여러 가지 세균, 바이러스 등을 처리해서 몸 속을 늘 안전하게 지켜주는 방위군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그리고 우리 몸 속의 면역세포는 체온이 적정하거나 약간 높을 때 활발히 분비되고, 맡은 일을 제대로 수행합니다. 예를 들면 스트레스가 있을 때 교감신경이 우위에 있게 되고 과립구가 증가하지만, 곧 부교감신경이 작동해서 림프구가 작용해서 면역력을 조정하고 체온은 적정하게 유지됩니다. 그러나 이 기전에 문제가 생기면 체온이 항상 떨어지게 됩니다. 스트레스가 심할 때 체온을 재어보세요. 여느 때보다 낮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그러면 면역력도 쑥 내려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스테로이드, 항생제가 몸을 차갑게 해

피부질환, 대상포진, 천식 등 다양한 질환에 처방되고 있는 각종 스테로이드 제제는 혈류를 나쁘게 만들어 몸이 차가워집니다. 소염 항생제도 장내 좋은 균을 없애고 면역력을 떨어뜨려 몸을 차갑게 만드는 원인이 됩니다. 진통제를 오래 먹는 것도 마찬가지로 면역의 활성을 떨어뜨리고 혈류 순환을 악화시킵니다. 우리가 흔히 먹고 바르던 다양한 약물들이 혈액순환에 악영향을 주면서 체온을 떨어뜨리고 있기 때문에 약 복용은 전문가의 처방대로 최소한의 기간 동안 적절하게 해야 합니다. 무조건 오래 많이 먹는 것이 오히려 몸을 차갑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수면 부족이 몸을 차갑게 해

잠이 부족하면 뇌가 지치고 혈액의 흐름에도 악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면역세포 중의 림프구가 급감합니다. 당연히 체온이 떨어지고 면역력이 낮아집니다. 반대로 충분한 수면시간과 깊은 수면 상태를 잘 유지하는 사람은 림프구 분비가 순조롭고, 손발이 항상 따뜻하며 면역력도 좋습니다. 제가 진료실에서 만나온 불면증 환자들의 특징은 심각한 스트레스 뇌파 소견을 가졌고 면역력에 문제가 많아 다양한 염증 질환이나 암 치료 병력이 있었으며 수족 냉증이나 냉증을 앓는 저체온이었습니다. 잠 자는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 그리고 잠을 편안하게 잘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저체온인 사람에게 정말 중요합니다.

목욕법...하루 10분으로도 충분

체온을 올리는 방법은 아주 많지만, 가장 효과적이고도 쉬운 방법 중의 하나가 바로 목욕을 하는 것입니다. 목욕을 하되 욕조에 목까지 온 몸을 푹 담그는 욕조 목욕입니다. 시간은 하루에 딱 10분이면 됩니다. 자신의 체온보다 2~3도 정도 높은 목욕물 온도가 적당합니다. 너무 뜨거운 물보다는 욕탕에 앉아있을 때 기분 좋은 정도의 온도가 좋습니다. 사람마다 체온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이 기분 좋은 온도는 사람마다 다르니까요. 그리고 온 몸을 담그는 것이 부담되고 힘들면 허리까지만 물에 담그고 앉아도 됩니다. 중요한 점은 매일 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매일 반복하다보면 혈액 순환이 개선되고 체온이 올라가며 무엇보다도 정신적 육체적인 긴장을 푸는 데도 큰 도움이 됩니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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