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전국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6차 전국위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이 변경하려는 ‘당심 100% 대표선출’의 논거는 분명하다. “당 대표를 당원의 손으로 뽑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입장에서 봤을 때 과거에는 책임당원이 20만 명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100만 명을 육박한다.”

이는 표본 수에서 소수의 의견이 당심을 대변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당심도 민심과 동떨어져서 판단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에 이른다. 지금의 당원들로도 충분히 민심반영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한마디로 “100만 책임당원 시대에 걸맞은 우리 당원들의 역할과 권한을 (전대 룰에) 반영한 것"이라는 것이 국민의힘 지도부의 입장이다. 당은 당원에게라는 원칙의 적용이기도하다. 즉 당의 진로는 당원들이 결정해야 하고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고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책임당원들에게 당의 미래를 결정할 지도부 선출을 맡기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윤석열 권력탄생은 100만 당원의 공이라는 말이다.

나아가 '1반 반장 뽑는데 3반 아이들이 와서 당원들의 의사를 왜곡하고 오염시키면 되겠나'라는 질문은 당심 반영 비중을 높이는 것은 물론 민주당 지지자들의 '역(逆)선택 방지 조항'도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동안 역선택 방지조항을 넣느냐 그렇지 않느냐는 국민의힘에게는 오래된 문제였다. 그때그때 다르지 않은 일관된 입장을 견지했으면 한다.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지적한 여론조사의 문제점은 적절하다. 그는 “유럽의 내각제 국가들과 미국의 경우 전당대회 의사결정을 위해 여론조사를 채택한 국가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맞는 말이다. 여론조사를 정당의 당직 인선이나 공직후보자 추천 과정에 사용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지극히 한국적인 현상이다.

극소수 국민의힘 또는 당원의힘

국민의힘이 제시한 100% 당심의 대표선출 주장은 당내 반발을 불러온다. 예를 들면 안철수 의원은 “그런 논리라면 대의원만 투표해도 되고 더 줄인다면 국회의원들만 투표해도 된다. 극단적으로는 그냥 대통령이 (당대표를) 임명하면 될 일 아니겠나”라고까지 했다. 당심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로 평가되고 민심에서 상대적으로 앞서는 것으로 보여지는 후보의 불만이다.

김웅 의원은 “이럴 거면 당명도 바꾸시죠. ‘극소수 국민의힘’, 또는 ‘당원의힘’”이라며 “정당 보조금도 10%만 받고요”라고 힐난한다. 김 의원은 나아가 “미국, 유럽엔 쌀이 주식인 나라는 없다”며 “그럼 우리도 쌀 먹으면 안 되는가”라며 “지난 18년간 별 문제없던 제도가 왜 갑자기 지금 문제가 되며 미국, 유럽에는 박수로 당 대표 대행을 정하는 나라도 없다”고 한다.

반복되는 '위인설법' 논란의 경선 룰

우리나라에서 당권 경쟁을 앞두고 어떻게 경선룰을 바꿀 것이냐를 둘러싼 논란은 사실 여야를 불문하고 계속 있었던 일이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2010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당시 경선 룰은 민주당 대의원만으로 선거를 치르는 것이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당시 가장 유리한 것은 직전 대표를 지낸 정세균 전 대표였다. 정 전 대표는 특히 6.2 지방선거 공천을 책임졌고, 선거 결과가 압승으로 끝나면서 상당수 대의원을 확보했다. 선거는 하나마나라고 할 정도였다.

따라서 당권에 도전한 ‘빅 3’ 중 손학규 상임고문과 정동영 의원은 일반 여론을 당권 경쟁에 반영시키거나 전당원투표제와 같이 일반 여론에 가까운 방식으로 당 대표를 선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심 중심의 경선 룰이 그들에게는 불리했기 때문이다. 이에 정 전 대표는 “전당대회를 불과 45일 앞두고 룰 미팅을 하겠다고 하는 것은 분쟁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 차라리 안 바꾸는 것이 낫다”고 했지만 결국 ‘대의원 투표 70% + 당원 여론조사 30%’로 확정된다.

2012년 민주통합당 전당대회도 ‘당원 중심 경선’과 ‘국민참여 경선’을 주장하는 정파 간 대립이었고 결국 대의원 30%, 선거인단(당원+시민) 70%로 합의로 결정되었다. 당내 경쟁세력 간 정치적 타협의 산물로 귀착되었다는 말이다.

2013년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 50%+권리당원 30%+일반국민 여론조사 20%'로 치러질 듯했지만 '친노'(친노무현) 주류 진영이 지난 전당대회에 참여했고, 차기 전당대회에도 참여를 희망하는 국민참여선거인단의 의중을 반영할 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당시 비주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와 같은 조직력을 동원한 여론 왜곡을 우려하며 '당원주권론'을 내세웠다. 대중 동원력에서 상대적으로 앞서 당내 국민 경선을 통해 당권을 장악해왔던 주류가 이제는 물러가고, 오직 당심으로 움직이는 당으로 새누리당과 승부를 봐야 한다는 논리였다. 여기에 주류 측은 당원중심제는 지난 60년간 시행해 봤지만 실패한 모델이라며 '국민참여형' 정당제를 주장했던 것이다. 결국 어떤 방식의 경선이 자기들에게 유리하느냐가 유일한 판단기준이었다.

2011년 한나라당 7·4전당대회에서는 기존대로 ‘1인 2표제’를 시행하고, 여론조사 결과는 30% 반영하는 방식을 택했다. 전당대회 룰 개정안인 ‘1인 1표제·여론조사 배제’ 조항을 무산시킨 것이다. 이렇게 된 데에는 쇄신파와 '친박'(친박근혜)계 등 신주류와 일부 당권주자의 반발이 결정적이었다.

쟁점은 민주당이나 마찬가지였다. “여론조사를 배제할 경우 줄 세우기 관행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가져올 수 있다”는 주장과 “1인1표제로 할 경우 조직선거, 줄선거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의 충돌이었다. 역시 핵심은 당권주자 간 이해관계였다.

가장 최근의 위인설법 경선 룰 논란은 2022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이다. 민주당은 전당대회 당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 예비경선은 중앙위원회 대의원 투표로, 본투표는 전국대의원 45%·권리당원 40%·일반국민 여론조사 10%·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합산해 선출해왔다.

하지만 '친명'(친이재명)계 위주 강경파 의원들은 현재의 반영률이 1만 6000여 명인 대의원과 80만 명에 달하는 권리당원 간 ‘표의 등가성’에 맞지 않는다며 권리당원 반영 비율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반영 비율 변경은 강성 지지층 권리당원에 인기가 높은 이재명 의원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친문'(친무재인)계에선 반대 목소리가 높았다.

결국 이재명 대표를 선출한 민주당 전당대회는 ‘대의원 30%, 권리당원 40%, 일반당원 5%, 국민 여론조사 25%’로 최종 확정되었다. '친명'(친이재명)과 친문의 정치적 타협이었다.

“경선개입” vs “피해망상의 경선불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 추진성과 및 전략 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민통합 추진성과 및 전략 보고회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사석에서 했다는 언급을 비판했다. 그는 대통령이 '전당대회 경선 룰을 바꾼다면 당원 투표 100%가 낫지 않겠나'라는 취지의 발언했다는 보도를 지적하며 “경선 개입은 심각한 불법”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국민의힘에서 추진 중인 100% 당심 경선 룰이 대통령의 뜻이라는 전제였다.

유승민의 대통령 비판은 당내 또 다른 반박으로 이어진다. '윤핵관'인 권성동 의원은 “유 전 의원은 지방선거 때는 '윤심 마케팅'을 하더니 경선패배 직후부터 사사건건 정부를 비난했다"며 "당장의 정치적 이익에 따라 친윤과 반윤의 가면을 바꿔 쓰는 정치적 변검술을 당원들은 기억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권 의원은 나아가 “지금 민주당의 행태가 대선불복이라면, 유 전 의원은 경선불복이다. 그야말로 민주당과 ‘불복연대’를 방불케 한다”며 “유 전 의원은 소신정치를 표방하지만, 실제로는 민주당의 정치적 트로이목마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윤상현 의원도 유승민 반박에 나선다. 윤 의원은 “‘윤핵관 세력이 자기들 마음대로 저를 떨어뜨리려 룰을 바꾸려 한다’”는 유 의원의 발언에 대해 저격했다. 그는 “현행 룰로도 가능성이 없다는 걸 누구보다 본인이 잘 알면서 자신을 배제하려고 룰 개정을 한다고 덮어씌우는 것은 피해망상”이라며 “윤심(尹心)을 팔고 다니는 사람, 대통령을 공격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사람은 절대 당대표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직격한다.

유승민이냐, 아니냐?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20일 대구시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의힘 대표선출의 100% 당심 반영 논란으로 유승민은 ‘의도치 않게’ 세간의 관심을 모으게 된다. 최근 차기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유 전 의원이 1위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사에 따라서는 유 전 의원이 2위와 배 이상 차이를 벌리며 압도적 지지세를 보이기도 한다. 물론 국민의힘 지지층에 한정할 경우 순위가 뒤로 밀리는 조사들이 많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의 의뢰로 지난 13~14일 이틀간 만 18세 이상 전국 성인남녀 1051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16일 내놓은 '선거 및 사회현안 65차 정기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의힘 차기 당 대표로 유 전 의원을 지지한 사람은 37.5%였다. 안철수 의원이 10.2%로 2위, 나경원 전 의원이 9.3%로 3위를 차지했는데, 유 전 의원과는 3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이다. 경선 룰 논란에 따른 일부 반사이익이 있다 하더라도 유 전 의원에게 나쁜 일은 아니다.

그러나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제한할 경우 당 대표 적합도 조사결과는 다르다. 나 전 의원이 18.0%로 1위다. 뒤이어 한동훈 법무부 장관(16.0%),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14.2%), 안 의원(13.6%), 김기현 의원(11.0%) 등이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유 전 의원은 8.7%에 그친다. 아직도 당내 '비토' 그룹이 있다는 뜻이다.

다른 조사도 맥락은 비슷하다. 지난 12~14일 사흘간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12월 3주 전국지표조사에서도 유 전 의원이 27%의 지지를 받아 차기 당대표 적합도 1위에 올랐다. 2위인 안 의원의 7%, 3위인 나 전 의원의 5%, 공동 4위인 김기현 의원, 주호영 원내대표 그리고 황교안 전 국무총리의 3%를 모두 합산하더라도 유 전 의원의 지지에 미치지 못했다.

이 역시 국민의힘 지지층으로 한정할 경우, 안 의원이 13%로 가장 높았고, 나 전 의원이 11%로 2위였다. 유 전 의원은 10%를 기록했다. 다만 이 조사에서는 3위를 기록한 유 전 의원과 1,2위 간 차이가 그리 크지 않다는 것이 다른 조사와는 다른 점이다.

전체적 흐름을 보기위해 전국지표조사를 지난 10월 3주 조사결과와 비교하면 유 전 의원은 1%포인트 상승했으나, 안 의원과 나 전 의원은 각각 3% 포인트, 5% 포인트 떨어졌다. 유 전 의원과 안 의원의 격차는 두 달 전 16% 포인트에서 20% 포인트로 커지긴 했다.

국민의힘 세대별 당원구조 변화
2만명이던 2030 세대 14만까지 늘어

국민의힘 당원구조는 최근 크게 변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준석 대표 취임 전 2만 명 수준이었던 2030세대 당원이 14만 명까지 늘어난 게 대표적이다. 30대 책임당원도 조만간 70대 책임당원 수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영남권 중심의 50대 이상 연령층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던 보수정당의 세대분포가 구조적으로 변하고 있다는 뜻이다. 앞으로의 정치적 향배가 주목된다.

한 언론이 보도한 국민의힘 당원 현황에 따르면 20대와 30대 책임당원은 각각 6만 2807명과 7만 7376명으로, 40대인 12만 1342명을 웃돌았다. 최근 국민의힘 책임당원 규모가 79만 605명인 점을 감안하면 2030세대 책임당원 비중은 17.7%다. 책임당원 5명 가운데 1명에 가까운 숫자가 2030인 셈이다. 국민의힘 책임당원은 일반당원과 달리 소액의 당비(1000원)를 내면 당내 대선후보 투표 등 선거인단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는 점에서 당내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관심은 이른바 100만 당원과 25% 수준의 2030세대 당원 분포가 '표본 수에서 소수의 의견이 당심을 대변할 수 없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당심도 민심과 동떨어져서 판단하기는 어렵다'라는 주장, 즉 민심과 별다를 게 없는 당심 구조라고 할 수 있느냐에 모아진다. 다른 말로 하면 100% 당심으로 대표를 뽑아도 유 전 의원의 경쟁력이 있느냐라는 것이기도 하다.

결국 보수정당의 세대별 구성분포가 구조적으로 변하면서 향후 보수정당의 당직과 공천 등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이냐에 대한 관심이다. 국민의힘 당권경쟁 구도의 변화와 유 전 의원의 행보를 사람들이 어떻게 판단하느냐가 관건이다.

‘차기대표'라 쓰고 '총선 공천권'이라 읽다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를 향한 당권경쟁의 핵심은 2024년 총선 공천권이다. 그래서 대통령실은 물론 여의도의 관심대상이 된다.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누구에게 있냐를 두고 매일매일 해석과 분석이 달라지는 것도, 신규당원 모집 등을 놓고 예비 당권주자들 간 물밑경쟁이 격화되는 것도 모두 차기 당 대표의 총선 공천권 때문이다.

국민의힘 규정상 3개월 이상 당비를 납부해야 책임당원 자격이 주어진다. 따라서 내년 3월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하려면 올 연말까지는 당원으로 신규 가입해야 한다는 뜻이다.

윤 대통령에게 총선승리는 집권 후반기 안정적 국정운영은 물론 ‘성공하는 대통령’으로 가는 필요조건이다. 총선승리는 과반확보를 말하는데 특히 친윤 주도의 과반 확보 총선승리가 제1목표다. 이게 가장 완벽한 윤석열 권력의 승리다.

윤 대통령이 최근 주변에 “다음 총선은 어차피 내가 치르는 것 아니냐”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이유다. 2024년 총선 승패가 근본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에 달려있고 이는 총선까지 윤석열 정부의 실적과 비전 등에 달려 있는 만큼 대통령 본인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결국 총선 결과는 윤 대통령의 책임이다.

윤 대통령이 당무개입이나 수직적 당·대(대통령실) 관계라는 비판을 감수하는 이유다. 대통령과 주파수가 가장 가까우면서도 2024 총선을 승리로 이끌 수 있는 인물을 찾아 밀어서 당 대표에 당선까지 시키겠다는 강력한 정치적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용산의 고민과 선택?

용산의 고민은 두 가지다. 하나는 현재 거론되는 당대표 후보군 중 한 명으로 차기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확신을 100%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호영 원내대표가 지난 12월 3일 대구·경북 언론인 초청 토론회에서 당권 주자들 이름을 나열하고 “이길 수 있는 확신 있는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게 당원들의 고민”이라고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대통령과 코드가 맞으면서도 총선승리를 이끌어야 한다는 조건에 부합하는 인사가 아직은 없다는 뜻이다.

다른 고민은 친윤계 주자들끼리 교통정리 없이 경쟁을 펼칠 경우 비윤계 인사가 어부지리를 얻을 수 있지 않느냐는 우려다. 비윤계 후보도 유승민과 안철수 등으로 나뉘어 있고, 친윤계가 합종연횡을 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아직 '어부지리설'은 그야말로 기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대통령이 나서면 쉽게 해결될 문제다.

친윤계로 거론되는 후보들은 각각 장단점을 갖고 있다. 최근 가장 주목받고 있는 당권 주자는 김기현 의원이라는 평가가 여의도에서는 많다고 한다. 윤심의 선택을 받았다는 당 안팎의 관측이 그 배경이다. ‘원조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의 '김장 연대' 가능성도 회자된다. 안정감을 배경으로 한 관리형 당권 주자로 여겨진다.

안 의원은 당권 도전의 상수다. 그는 스스로를 “수도권과 2030세대, 그리고 공정한 공천 관리. 저는 이 세 가지는 어느 다른 분보다 적임자”라고 한다. 총선 승리의 필수 원칙을 본인이 갖고 있다는 뜻이다. 중도와 2030세대 소구력이 강점이다. 총선 승리와 차기 대권 도전의 시나리오다.

이들과 함께 인천 출신의 윤상현 의원과 강원 출신의 권성동 의원도 잠재적 당권주자로 분류되는 모습이다. 수도권 출신의 강점과 친화력을 배경으로 한 윤 의원과 대통령과의 인간적 신뢰와 정권창출의 일등 공신 권 의원도 국민의힘 차기 당권향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내 경선 개방화는 세계적 추세
정치에 대한 시민 신뢰도는 낮아져

1960년대 이후 민주주의 세계에서 예비선거와 같은 분권화된 후보 선출 방식이 채택되고, 비례대표제의 경우 유권자의 선택권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혁이 이루어지고 있다. 신생 민주 정부에게는 정치 지형을 다당제로 분산하는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권고하는 것이 일반적이기도 했다.

예를 들면 2015년 칠레의 선거제도 개혁은 정당명부 후보의 순위를 결정하는 데 유권자가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했다. 후보 결정에 관한 정당 지도부의 통제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였다. 영국의 주요 정당은 지도부를 선출하는 데 당원의 참여를 높이고 국민투표를 받아들이기도 했다. 이와 같은 개방화 방식은 시민에게 더 큰 결정권을 주고, 유권자와 좀 더 가까운 정치인이 선출되도록 한다는 점에서 민주주의의 증진이자 확산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역설적으로 유권자가 정치에서 소외되는 현상 또한 극적으로 증가했다. 미국에서 여론조사가 시행될 때마다 정치인, 정당, 정치제도에 대한 시민의 신뢰도는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가 대표적이다.

2016년 도널드 트럼프가 포퓰리즘을 기반으로 미국 대통령에 선출됨으로써 이와 같은 민주주의 왜곡과 반전현상은 극적으로 나타난다. 다른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반이민 등을 표방한 극우 정당과 같은 기성 체제에 대항하는 정당과 후보의 득표가 급증했다. 하지만 그렇게 뽑힌 사람들은 또 금방 인기를 잃기도 한다. 분노한 유권자들은 무력감 속에서, 자신들이 선출한 정치인을 상대로 반영구적인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보수와 진보를 막론하고 각 당이 후보 결정 과정 등에 당원은 물론이고 일반 유권자들로 참여를 확대시키거나 여론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여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실망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 또한 부정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이 새로 채택한 100% 당심의 당권 결정이 대안일까? 2024년 총선 결과가 평가기준이다. 총선 승부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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