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폐수 무단 배출 위반” vs 현대 “계열사로 보내 재활용”...법적 분쟁 비화

충청남도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설비.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충청남도에 위치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 설비. (사진=현대오일뱅크 제공)

환경부가 현대오일뱅크에 1509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통보했다. 유해물질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인 폐수를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다. 현대오일뱅크는 무단 배출이 아닌 폐수를 계열사 공장으로 보내 재활용한 것이라 오히려 친환경적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2019년 10월 충청남도 서산시 현대오일뱅크 대산공장에서 최초로 발생한 이 사건은 환경부의 역대급 과징금 부과 통보로 새해부터 큰 관심을 받게 됐다. 환경부는 페놀 수치가 기준치를 상회하는 폐수를 현대오일뱅크가 외부로 보낸 것이 위법이라는 입장이다. 이에 현대오일뱅크는 법적 분쟁도 불사하겠다며 맞서고 있다

환경부는 2020년 11월 시행된 개정 ‘환경범죄 등의 단속 및 가중처벌에 대한 법률’(환경범죄단속법)상 페놀 등 특정수질유해물질 배출시 규정을 적용해 현대오일뱅크의 과징금을 산출했다. 과징금 1509억원은 개정 환경범죄단속법 시행 후 최고액이다.

폐수 배출재활용 간극 못 좁혀
환경부 “폐수 떠넘기기 부적절한 행위”

현대오일뱅크는 2019년 10월부터 2021년 12월까지 충남 서산 대산공장에서 나오는 폐수 일부를 인접한 자회사인 현대OCI 등에 흘려보냈다. 환경부는 이를 두고 법적·회계적으로 폐수가 외부 법인에 배출됐다고 판단했다. 폐수가 폐쇄 관로를 통해 같은 공장 단지에서 이동했지만 현대오일뱅크와 현대OCI는 엄연히 다른 법인으로 명백히 배출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현대OCI가 실질적으로 같은 사업장이라는 입장이다. 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현대OCI에 폐수를 보내는 과정에서 불순물을 한 번 걸러 자회사가 이 폐수를 공업용수로 사용토록 했다. 폐수는 외부 수로와 연결되지 않은 폐쇄 관로로 이동했고 하천으로 유입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했다. 현대OCI도 폐수를 사용한 후 기준에 맞춰 정화해 방류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 관계자는 “현대오일뱅크가 현대OCI로 보낸 것이 불순물을 제거한 처리수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며 “현대OCI에서도 현대오일뱅크의 처리수를 사용한 공정 작업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이의제기를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업장으로 처리수가 보내지는 과정도 배출로 판단할 수 있고 관로를 통해 보내지는 과정에서 환경오염이 유발됐던 과거 사례도 있다”며 “현대오일뱅크도 위법성을 인지하고 자진해서 신고해 감면신청서를 낸 만큼 처리수 문제는 부적절한 행위였다고 판단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이 사실은 현장의 내부 제보를 통해 알려졌다. 2021년 8월 법무법인 강남을 통해 국민권익위에 공익제보가 이뤄진 사안이다. 이후 11월 충남 특별사법경찰이 현대오일뱅크와 현대OCI 공장을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에 나섰고 지난해 초 환경부 환경조사담당관실 수사팀(특별사법경찰관)으로 이첩돼 이번에 과징금이 부과됐다.

현대오일뱅크 측은 폐수를 재활용한 현대OCI도 사용 후 법 기준에 맞춰 정화해 방류했다는 입장이다. 또 현대OCI로 보내는 과정에서 기초적인 처리를 했고 인접한 계열사 공장으로 관로를 통해 폐수를 보낸 것은 물환경보전법상 배출에 해당하는지도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사안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관련법상 배출에 해당하는지가 쟁점
“페놀 처리 과정서 문제 발생 가능”

결국 쟁점은 현대오일뱅크가 자회사에 폐수를 보낸 것이 물환경보전법이 금지하는 배출 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인 것으로 보인다. 물환경보전법상 배출되는 폐수 내 페놀 허용치는 1리터당 1㎎(청정 지역은 0.1㎎) 이하다. 페놀류 함유량 허용치는 1리터당 1~5㎎ 이하다. 현대오일뱅크가 대산공장에서 현대OCI 공장으로 보낸 폐수에는 기준치 이상의 페놀이 함유됐다.

하지만 환경부와 현대오일뱅크 간 입장 차이는 페놀류 함유량이나 실제 환경오염을 유발했는지 등과 같은 사실관계에서만 발생한 것이 아니다. 현대오일뱅크 측이 주장하고 있는 ‘인접한 계열사 공장으로 폐수를 보낸 것’이 물환경보전법상 배출에 해당하는지를 따져보는 것이 더 중요해 보인다.

환경부와 검찰은 이르면 이번 달 안에 합동으로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과징금을 공식 통보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오일뱅크도 최종 과징금이 결정되면 적절한 절차를 통해 적극적으로 사실관계를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당초 폐수를 자회사에 보내는 행위가 규정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는 여지를 확인하고 환경부에 자진해서 신고했다는 것도 강조하고 있다. 특히 검찰의 수사와 환경부의 조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했다는 입장이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일단 현대오일뱅크가 환경오염을 유발한 정황은 발견되지 않았고 법인이 다르다고는 하지만 현대OCI는 사실상 하나의 공장이라고 볼 수 있다”며 “환경부의 지나친 규제라는 생각이 들고, 특히 외부와 차단된 관로로 연결된 계열사 설비들을 같은 사업장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법원의 확립된 판례도 아직 없기 때문에 관련 당국의 보다 융통성 있는 해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환경부는 현대오일뱅크가 현대OCI로 보낸 폐수에서 유해물질인 페놀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된 것 자체도 문제라는 입장이다. 폐수처리업계도 다른 사업장으로 폐수가 전달되는 과정과 그 폐수에 포함된 페놀 수치에 따라 공업용수 사용과 처리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폐수처리업계 관계자는 “페놀 배출 허용 기준이 리터당 1mg인데 당시 현대오일뱅크가 배출한 폐수에는 최소 2.2mg에서 최대 6.6mg까지 페놀이 검출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공업용수에 허용 기준치보다 과도한 페놀이 섞여 있을 경우 공정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자회사가 페놀 처리 비용과 정화 기술 문제 등으로 폐수를 정화해 하천으로 내보내는 최종 과정에서 환경오염 물질이 외부로 유출될 수 있는 위험성도 있다”며 “현대OCI에서도 현대오일뱅크의 처리수를 사용한 공정 작업에 문제가 생겼다면서 이의 제기를 한 것도 그러한 위험성을 의식한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