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한국 김성수 기자] 모하메드 살라(30·리버풀)가 4년을 기다린 복수에 실패했다. 4년 전과는 달리 풀타임을 소화하며 공격을 퍼부었지만 상대 골키퍼가 벽이었다.

2017~2018시즌 UCL 결승전 당시 부상으로 교체되는 모하메드 살라. ⓒAFPBBNews = News1
2017~2018시즌 UCL 결승전 당시 부상으로 교체되는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 ⓒAFPBBNews = News1

리버풀은 29일(이하 한국시각) 오전 4시 30분이 넘어서야 프랑스 파리의 스타드 드 프랑스에서 열린 2021~2022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결승전 레알 마드리드와의 경기에서 0-1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리버풀은 경기 내내 파상공세를 펼치고도 후반 14분 레알 마드리드 공격수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에게 결승골을 헌납하며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이날 리버풀이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임한 결승전은 살라 입장에서 특히 의미가 있었다. 4년 전 맞대결에서는 이른 부상으로 팀의 참패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리버풀은 지난 2017~2018시즌 UCL 결승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만난 바 있다. 당시 레알 마드리드가 살라의 조기 부상 교체와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의 실책이 겹친 리버풀을 3-1로 꺾고 통산 13번째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살라에게는 너무도 억울한 순간이 찾아왔다. 전반 25분 세르히오 라모스가 레알 마드리드 진영 중앙에서 살라와 공 소유권을 다투던 중에 살라의 오른팔을 자신의 겨드랑이 사이에 낀 채 넘어져 굴렀다.

오른팔이 라모스에게 봉쇄된 살라는 넘어지면서 왼손으로 바닥을 짚었다. 이후 라모스와 뒤엉켜 구르는 과정에서 왼쪽 어깨에 충격을 입고 고통을 호소했다. 살라는 결국 이 어깨 통증으로 전반 30분 애덤 랄라나와 교체돼 경기장을 빠져나왔다. 결승전을 한참 남겨두고 벤치로 돌아가는 살라는 울먹이며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이후 리버풀은 사디오 마네의 득점에도 불구하고 카리우스의 연속된 실수와 가레스 베일의 환상적인 오버헤드킥 골에 힘입은 레알 마드리드에 빅이어를 헌납하고 말았다. 살라는 안타까운 마음으로 준우승을 받아들여야 했다.

경기 종료 후 희비가 교차하는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붉은색)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AFPBBNews = News1
경기 종료 후 희비가 교차하는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붉은색)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 ⓒAFPBBNews = News1

통한의 패배를 당한 리버풀은 이어진 2018~2019시즌 UCL 결승에서 손흥민의 토트넘 홋스퍼를 2-0으로 꺾으며 기어코 통산 6번째 빅이어를 들어올렸다. 하지만 이번 레알 마드리드와의 결승전에야말로 지난 아픔을 제대로 되갚겠다는 각오였다. 특히 4년 전 만남에서 불의의 부상을 당했던 살라는 지난 26일 있었던 경기 사전 기자회견에서 레알 마드리드를 향한 복수심에 대해 "엄청난 동기부여가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리고 살라는 리버풀의 그 누구보다도 매섭게 공격을 퍼부었다. 살라는 리버풀이 기록한 23개의 슈팅 중 혼자 8개를 때렸으며 이 중 6개가 유효슈팅이었다. 상대팀인 레알 마드리드의 전체 슈팅 숫자(3개)보다도 살라의 유효슈팅이 두 배나 많았다.

공격수가 한 경기에서 이 정도의 슈팅 기록을 세웠다는 것은 상대 수비가 제대로 제어를 못했다는 뜻이기 때문에 득점을 할 가능성은 더더욱 높다. 축구통계전문매체인 옵타조에 따르면 살라가 이날 기록한 6개의 유효슈팅은 매체가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3~2004시즌 이후로 한 선수가 단일 UCL 결승전에서 올린 최다 유효슈팅 기록이었다.

하지만 상대는 더한 괴물이었다. 살라의 슈팅은 레알 마드리드의 골키퍼 티보 쿠르투아에게 번번이 막혔다. 후반 19분 살라가 오른쪽 측면에서 박스 앞으로 드리블을 치고 들어온 후 먼 쪽 골대를 보고 왼발 감아차기 슈팅을 때렸다. 하지만 쿠르투아가 몸을 던져 이를 쳐냈다. 후반 24분에도 살라가 골대 오른쪽 각이 없는 상황에서도 왼발로 공을 건드리며 슈팅을 가져갔지만 이번엔 쿠르투아가 다리로 막아냈다.

살라는 마지막까지 득점을 위해 분전했지만 쿠르투아를 넘지 못했다. 후반 37분 살라가 후방에서 날아온 패스를 받아 박스 안 오른쪽으로 들어선 후 오른발 슈팅을 때렸지만 이마저도 쿠르투아에게 막혔고 비니시우스의 골을 끝까지 지킨 레알 마드리드에 UCL 우승을 내줬다.

쿠르투아는 이날 총 9개의 선방을 기록했는데 옵타조에 따르면 이는 2003~2004시즌 이후로 골키퍼 한 명이 단일 UCL 결승전에서 올린 최다 선방 수치였다. 살라는 날카로운 창이었지만 더 강한 방패가 있었던 것이었다.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 ⓒAFPBBNews = News1
리버풀 모하메드 살라. ⓒAFPBBNews = News1

그렇게 살라는 실망한 표정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어야 했다. 그가 언제 다시 레알 마드리드를 상대로 챔피언스리그 결승을 치를 수 있을 지는 아무도 모른다. 어쩌면 마지막일 수도 있었던 설욕의 기회를 잡지 못한 채 살라는 올 시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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