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결과 인정하지 않는 초강경 민주당, 협치 기대하기 어려운 윤 정부 현실”
“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 민주당 비협조 탓하기 전에 자신들 문제 돌아봐야”
“초대 내각 인사의 진부함, 소통 리더십 없으면 문재인 정부의 전철 밟기 쉬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회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일 취임식을 갖고 대한민국 제20대 대통령이 됐다. 그의 대통령 등극은 여러 가지 점에서 극적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으로부터 임명장을 수여받은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난 지 1년 만에, 그리고 정치를 시작한 지 불과 8개월 만에 대통령에 선출됐다. 

남들은 몇 번씩이나 도전해도 이루지 못한 대통령의 꿈을 초고속으로 한 방에 이뤘으니 전무후무한 사례가 될 법도 하다. 대통령이 그렇게 만들어지는 게 바람직하느냐는 질문을 할 수도 있지만, 그런 영화 같은 일이 다름 아닌 문재인 정부 집권세력에 의해 사실상 만들어졌음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검찰총장 윤석열을 향한 그의 집요한 공격이 없었다면 윤석열이라는 평생 검사가 국민의 높은 지지를 받을 일도, 정치에 뛰어들 이유도 없었을 것이다. 

추 전 장관이 ‘윤석열 몰아내기’의 선봉에 서고 더불어민주당 ‘처럼회’의 정치인들이 가세하고, 이를 만류했어야 할 문 전 대통령이 팔짱을 끼고 방조하는 사이에 윤석열은 어느 사이에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가 됐던 것이다. 

윤 대통령 탄생의 이 같은 배경은 그가 가진 한계를 의미하기도 한다. 애당초 자신의 힘과 능력으로 대선주자 반열에 올랐다기보다는, 집권세력의 집단적 흥분이 낳은 반사이익의 측면이 강했던 것이 윤석열 정치의 실체였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치의 출발은 자신이 만들었다기보다는, 문재인 정부 집권세력이 만들어준 측면이 강했다. 또한 그의 대선 승리가 가능했던 것은 정권교체를 염원했던 다수 국민들의 뜻이 모아진 결과물이지, 정치인 윤석열이 특별히 정치를 잘해서 오늘 대통령 자리에 오른 것이 아님도 우리는 알고 있다.

그러나 이제 윤 대통령에게 좋은 시절은 다 지나갔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오롯이 자신의 실력과 능력으로 국정운영의 험난한 길을 가고 국민의 지지를 얻어야 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의 감격을 오래 누리고 있기에는, 갈 길은 멀고 넘어야 할 산도 무척 많다.

무엇보다 윤석열 정부 앞에는 ‘여소야대’의 국회 환경이라는 높은 산이 자리하고 있다. 그냥 여소야대도 아니고, 무려 171석에다가 친민주당 성향의 무소속 의원들, 그리고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처리 때 그랬듯이 정의당과의 연대까지 감안하면 180석에 육박하는 초거대 야당 세력이다. 

윤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국정과제로 발표한 많은 정책들 가운데는 국회 입법을 통과해야 가능한 것들이 대다수다. 그러니 사실은 절반짜리 집권에 불과하다. 2년 후 총선에서 여당이 다수당이 돼야 비로소 완전한 정권교체가 가능해진다. 

22대 총선이 치러질 때까지 2년 동안은 지금과 같은 극단적 여소야대의 불균형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흔히 협치를 말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설혹 손을 내민들 민주당이 잡아주지 않으면 도리가 없다.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이래로 대선 결과를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태도를 계속 보여 왔다. 대선을 통해 승패가 가려지고 나면 패자는 그 결과에 승복하며 자신을 성찰하는 한편, 승자에 대한 협력 의사를 밝히는 것이 정권이양기의 대체적인 관행이었다. 

새 정권 출범기에는 최소한 정상적인 출발을 할 수 있는 여건 조성에 야당도 협력을 하곤 했다. 흔히 말하는 ‘허니문’ 기간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허니문이라는 말이 아예 사라져버렸다. 민주당은 허니문의 ‘허’자도 입에 올리지 않고 전례 없이 공격적인 태도로 윤 대통령 측을 향한 맹공을 지속했다. 민주당의 모습은 마치 대선 연장전을 통해 패배를 설욕이라도 하려는 듯했다.

검수완박 법안을 민주당이 국회에서 일방적으로 통과시킨 일은 지금의 여야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아무리 국회 다수 정당이라 해도, 곧 정권을 넘겨주는 상황에서 형사사법체계의 근간을 뒤바꾸는 입법을 그렇게 밀어붙이는 광경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검찰의 수사권을 폐지하는, 그래서 국민생활에까지 큰 영향을 주는 입법이라면 곧 들어설 차기 정부의 생각을 존중하며 판단하는 것이 정치적 룰이기도 하다. 

그런데 민주당은 어떻게든 문 전 대통령 임기 내에 법안을 처리하고 공포하기 위해 ‘위장 탈당’, ‘회기 쪼개기’를 비롯한 온갖 꼼수를 동원하는 역대급 입법 독주를 불사했다. 이는 곧 취임할 윤석열 정부를 국정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결기마저 느낄 수 있는 광경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또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상임고문이 인천 계양을 보궐선거에 출마한 것도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곧바로 2라운드를 치르려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대선에서 패배한 유력 후보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이렇게까지 빠르게 정치 전면에 복귀하는 것도 전례 없는 일이다. 그것도 자신이 시장을 지냈던 분당을 피해 아무 연고도 없는 계양 을까지 가서 출마한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성남FC 의혹’, ‘법카 의혹’, 그리고 ‘대장동 의혹’ 등 자신과 관련된 사건 수사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불체포특권이 있는 국회의원의 신분을 갖고, 차기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까지 오르는 작업이 필요하겠다는 판단이 있었을 법하다. 명분상 무리한 출마라는 지적을 감수하고서라도, 일단은 안전장치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판단의 결과였을 것이다.

대선이 끝난 직후부터 민주당이 취해온 행동들을 보면, 사실상 대선 결과를 인정하지 않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민주당 소속 김용민 의원 등 11명은 대선이 끝나고 보름 정도 지난 시점에 ‘윤석열 특검법’을 발의했다. 윤 대통령 일가의 ‘본부장’(본인·부인·장모) 비리 의혹을 겨냥한 특검 수사를 하자는 것이었다. 

이어서 김남국 의원 등 민주당 의원 19명은 대통령 등 고위공직자 본인과 가족이 저지른 범죄에 대한 공소시효를 재직 기간에는 정지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이 법안은 윤 당선인 배우자인 김건희 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대선 과정에서 정치적 공방 거리가 됐던 후보자와 가족들에 관한 의혹들은 대개 대선 결과에 따라 일단락 지어진다. 범죄 혐의를 입증할 뚜렷한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의혹 차원의 공방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선 기간 내내 제기했던 윤석열 일가의 비리 의혹을 대선 결과에 상관없이 재론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민주당이 대선 결과와 윤 대통령을 인정하고 싶지 않음을 읽을 수 있는 일들이었다.

앞으로도 윤석열 정부가 민주당의 협조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검수완박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나타났듯이, 지금의 민주당은 ‘처럼회’라는 강경파 정치인들이 이끌고 있는 정당이 됐다. 윤석열 정부와 좀처럼 타협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기대만큼의 높은 지지를 국민들로부터 받고 있지 못한 현실에 대한 책임을 민주당에게만 물을 일은 아니다. 민주당 탓을 하기 이전에 윤 대통령 자신이 그동안 보여 왔던 모습에 어떤 문제가 있었던가를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5년 전에 문 전 대통령이 취임하던 무렵과 비교하자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그에 크게 못 미치는 상황이다. 문 전 대통령의 경우 취임 직후 지지율이 80% 대까지 치솟으면서 국민적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출발을 했다. 

물론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문재인 정부에 대한 기대로 연결된 측면이 컸다. 시간이 지나면서 ‘내로남불’ 소리를 듣는 정부가 되기는 했지만, 적어도 출범 당시에는 국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읽고 기대치를 한껏 올리는 모습을 보여준 점이 주효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을 향해서는 그만한 기대와 지지가 결집되는 분위기가 아직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여론조사 지지율이라는 것이 가변적이고 앞으로 하기에 따라 유동적인 것이지만, 집권 초기 지지율로는 많이 부족한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는 민주당의 강경일변도 노선에 책임을 떠넘길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민주당이 비협조로 일관하더라도, 윤석열 정부 스스로가 제대로 하면 국민들은 높은 지지를 보내줄 것이기 때문이다. 진짜 문제는 민주당의 비협조가 아니라, 국민의 성에 차지 못하는 부진한 출발의 모습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윤석열 정부가 무엇보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은 신선함, 균형과 다양성, 탕평 등 무엇 하나 찾아보기 어려운 내각 인사였다. 서울대 출신 60대 남성의 ‘서·육·남’ 일색이라는 비판이 나온 초대 내각 인선은 윤 대통령이 과연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고 있는가’라는 물음을 낳기에 충분했다. 특히 국민 여론으로부터 이미 부적격 판정이 내려진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를 포기하지 못하고 계속 버티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민심과의 괴리를 자초한 일이었다.

또한 신선감을 가진 인사로 받아들여지는 사례를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은 윤 대통령이 새로움을 갈구하는 국민의 마음을 읽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을만 하다. 참신하고 새로운 인물의 부재는 윤 대통령이 정치를 시작하면서부터 반복적으로 제기돼온 문제다. 

‘좌제원-우성동’으로 상징되는 ‘윤핵관’(윤석열 핵심관계자)들은 거의 대부분 국민의힘이나 과거 보수정부 시절의 인물들이었고, 자기 진영의 경계 밖에서 사회적 신망을 얻고 있는 인물의 중용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문재인 정부 시절 내내 자기 진영에 갇힌 협소한 인재풀이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는데, 이대로라면 윤석열 정부 또한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눈에, 윤 대통령의 인사는 탕평 인사를 위해 자신이 직접 공을 들이기보다 ‘윤핵관’들이 만든 인사안에 크게 의존하는 것으로 비쳐진다. 과거 보수정부 시절의 사고로 만들어진 인사안이 얼마나 시대정신에 부합되는 내용을 갖추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과 청와대 참모 인사를 보면, 낡은 사고에 갇혀 물의를 빚은 언행을 해온 것으로 알려진 인물들이 여럿 포함돼 있었다. 짧은 정치 이력의 윤 대통령이 사실 정치권에서 누가 누구인지를 소상히 알기는 어려울 것이다. 자신이 믿고 맡기는 ‘윤핵관’들에 의해 그동안의 인사가 주도돼 왔을 텐데, 결국 새로움의 필요성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인사 추천자들이 자기 동료들을 추천하는 수준에 갇힌 모습으로 비쳐진다. 

문제는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나는 그런 인물이 별다른 문제의식 없이 중용되고, 그에 대한 비판 여론이 일어도 좀처럼 시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 많은 인물들을 중용하면서도, 잘된 인사라고 박수받은 사례가 찾아보기 어려웠음을 윤 대통령은 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국 우리 정치와 국정에서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 내려는 문제의식이 부재한 윤 대통령 본인의 문제다. 선거 때야 당장 눈앞의 승부를 위해서 일단 편하고 익숙한 사람들끼리 할 수밖에 없었다 치더라도, 정권을 잡은 상황에서도 달라지는 것 없이 ‘그때 그 사람들’에만 의존하는 모습을 윤 대통령은 보이고 있다. 이는 우리 정치의 미래를 향한 철학의 부재를 의미한다. 

윤 대통령 집권 첫 인사에서 민심으로부터 낮은 점수를 받는데 그친 사실은 새 정부의 국정운영 동력을 확보하는데도 큰 어려움을 낳게 될 것이다. 심각한 결격 사유가 없는데도 무조건 반대부터 하고 보는 민주당의 정치적 태도에도 문제는 있지만, 그렇다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첫 인사를 한 윤 대통령의 책임이 덜해지는 것은 아니다.

국민의 뜻을 따르는 노력은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될 일이 아니다. 민심을 우선하는 것은 국정운영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돼야 한다. 이미 국민정서상 ‘아빠 찬스’라는 소리를 듣게 된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고, “위법은 없었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조국 사태’의 교훈을 기억하지 못한 장면이었다. 

설혹 위법이 없었던들 국민정서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황들이 많이 있다면 그런 대응은 어리석은 일이다. 민주당이 강경으로 일관한다고 해서 밀리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강 대 강’으로 가는 것은, 하나만 생각하고 둘은 생각할 줄 모르는 모습이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의 마음이다. 민주당이 협치에 응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에게는 국민이라는 기댈 언덕이 있음을 생각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가 민심을 얻어 당장 6월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여소야대 환경을 돌파할 힘이 생길 수 있다. 반대로 지금의 열악한 여건에서 민심의 지지까지 얻지 못하는 선거 결과가 나온다면, 엎친 데 덮치는 상황을 낳게 될 것이다. 현재의 환경에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아니라 국민을 바라보고 국정운영을 해야 하는데, 국민의 마음이 무엇인가를 읽는데 커다란 한계를 드러내고 있음이 사실이다.

국민대표 74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개방은 74년 만에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국민대표 74인을 비롯한 시민들이 지난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에 들어서고 있다. 청와대 개방은 74년 만에 처음이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소통의 약속을 이행하는 일도 윤 대통령의 중요한 숙제다. 윤 대통령은 당선인 신분일 때 “언론과의 소통이 궁극적으로 국민과의 소통이라고 생각을 하고, 제언도 쓴 소리도 잘 경청하겠다”고 말했다. 대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부의 불통을 비판하곤 했다. 그러나 소통의 약속을 실천하는 일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님은 문 전 대통령의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불통을 그렇게도 비판하면서 당선된 문 전 대통령이었다. 그런데 막상 자신이 대통령이 되고 나니 역시 불통 소리를 듣는 대통령이 되고 만다.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던 문 전 대통령은 언론과의 기자회견을 가장 회피한 대통령 가운데 한 사람으로 기록됐다. 

단지 기자회견 횟수만 갖고 불통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임기를 마치면서 문 대통령이 쏟아냈던 자화자찬의 말들을 접하노라면, 정말 국민의 생각과 동떨어져서 지냈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생기게 만들었다.

이것은 윤 대통령에게도 남의 얘기가 아니다. 윤 대통령 역시 자신이 한번 내린 결정에 대해서는 좀처럼 굽히지 않는 강한 성격을 갖고 있어서 자칫 불통으로 흐를 수 있다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당선인 기간 동안 지지율이 유난히 낮았던 데는 용산 집무실 이전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히곤 했다. 

청와대 이전 공약을 어떻게든 지키겠다는 것 자체를 뭐라 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민생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용산 집무실 이전 문제가 국정의 최우선 과제처럼 비쳐지게 만들고, 국민의 이해를 제대로 구하지 못한 상태에서 밀어붙이기 식으로 진행된 것이 사실이었다. 

그래도 청와대 개방 이후 여론의 반응이 호의적이니, 집무실 이전에 대한 평가는 앞으로 달라질 수 있는 문제이지만 자신의 판단을 밀어붙이는 리더십이라는 인상을 남긴 것은 해결해야 될 숙제가 됐다.

윤 대통령은 검사 시절 남다른 뚝심을 보였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공작 사건을 수사하다가 미운 털이 박혀 좌천당했다. 탄핵정국에서 복귀해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했던 그는 문재인 정부 들어 검찰총장에 중용됐다. 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등 살아있는 권력들을 향해 수사의 칼을 들이댔던 그는 다시 미운 털이 박혀 내내 박해당하는 검찰총장이 되고 말았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것은 온갖 핍박에도 굴하지 않는 뚝심이었고 그것이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된 결정적 계기였다. 자신의 뜻을 고집스러울 정도로 지켜내는 그의 기개가 오늘 윤 대통령을 만든 것은 사실이지만, 이제 국가의 최고 지도자가 된 이상 자신의 힘은 강인함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많은 것을 포용할 수 있는 유연함에서 나오는 것임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설혹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안에 대해서도 다른 의견들이 많이 있다면, 불편하더라도 경청하고 숙고하는 소통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논쟁이 따르는 사안일수록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국민의 동의를 구하고 필요하면 적극적인 설득의 노력도 기울어야 할 일이다. 그 과정을 성가시고 불편해 할 때 소통의 약속은 불통의 현실로 뒤바뀌게 된다. 

물론 강한 추진력은 지도자의 덕목일 수 있고, 때로는 굽히지 않은 정면 돌파가 불가피할 경우도 있다. 하지만 결국 오래 가는 길은 조금 천천히 가더라도 국민과 함께 소통을 하면서 가는 길이다. 

소통은 협치와 동전의 양면이다. 소통하려면 협치해야 하고, 협치하려면 소통해야 한다. 물론 작금의 상황은 협치나 통합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공허할 지경이 됐다. 당선 직후까지만 해도 윤 대통령은 협치와 통합의 다짐을 빠뜨리지 않곤 했다. 

그러나 정작 취임사에서는 ‘통합’에 대한 얘기가 빠졌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너무 당연한 것이기 때문에”라고 설명해지만, 작금의 여야 대치상황에서 통합이라는 말을 꺼내는 것이 공허하게 느껴져서 그랬을 가능성도 있다. 

최근의 정국상황이 협치나 통합이라는 말을 꺼내기가 무색한 것은 사실이다. 171석을 가진 민주당이 대선 결과조차 인정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마당에 협치라는 말은 일방적인 짝사랑이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더라도 협치와 통합에 대한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것이 윤 대통령의 책임이다. 

중요한 것은 민주당이 아니라, 윤석열을 찍지 않았더라도 함께 가자며 손 내밀어야 하는 국민들이다. 설혹 민주당은 끝까지 협치에 응하지 않더라도, 윤 대통령은 이들 국민을 바라보면서 국민과의 협치, 국민과의 통합을 위한 리더십을 발휘해 나가야 한다.

문 전 대통령은 퇴임하며 집으로 퇴근하던 길에 청와대 앞에 모여 있는 지지자들에게 물었다. “여러분, 성공한 대통령이었습니까.” 당연히 지지자들은 “네”라는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문 전 대통령은 자신이 성공한 대통령이라고 실제로 믿고 있는 모습을 퇴임을 앞두고 내내 드러냈다. 

퇴임하기 전 언론 인터뷰들을 통해 자신의 치적들을 쏟아내어 자화자찬이라는 소리도 들었건만, 퇴임사에서는 ‘성공’이라는 말을 9번이나 하면서 내내 ‘성공한 정부’임을 부각시켰다. 진영 정치와 내로남불에 등 돌린 민심으로 5년 만에 정권을 내놓게 된 정부였지만, 성찰의 얘기는 한마디도 없이 성공의 스토리만 자랑하고 있었다. 끝까지 자기 진영에만 갇힌 대통령의 모습이었다. 이 광경이 이제는 남의 일이 아니라 윤 대통령 자신의 얘기가 될 수 있음을 잊지 않으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일이다.

윤 대통령은 ‘구중궁궐’ 청와대에는 들어가지 않겠다며 용산 집무실로 이전했다. 개방된 청와대를 구경한 시민들의 입에서는 ‘이런 구중궁궐에 따로 있으니 민심과 동떨어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청와대 개방의 효과가 용산 집무실 이전을 둘러싸고 있었던 논란을 상쇄하고 남게 될지도 모르겠다. 다만 들어가지 말아야 할 구중궁궐은, 청와대라는 공간을 넘어 민심과 괴리된 자기들만의 성을 의미한다. 언제나 민심과 함께 하려는 노력이야말로 진짜 무서운 구중궁궐에서 갇히지 않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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