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한 이경훈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우승을 차지하며 대회 2년 연속 우승에 성공한 이경훈 프로.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난 16일 미국 텍사스주 매키니의 TPC 크레이그 랜치(파72·7468야드)에서 막을 내린 PGA투어 AT&T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한국 선수 최초로 2연패에 성공한 이경훈(31)은 ‘연습벌레’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끈기가 있고 무던한 프로골퍼를 찾기 힘들 것이다.
이런 그의 특장(特長)은 10대 때 체중을 줄이기 위해 골프를 시작하면서 움트기 시작한 것 같다.

 

10대 때 그의 체중은 90에서 100kg 사이를 오르내렸다고 한다. 투포환을 하며 지나친 체중으로 어려움을 겪던 그는 살을 빼기로 맘먹었다. 우연히 아버지를 따라 동네 드라이빙 레인지에 갔다가 골프채를 휘둘러보곤 필이 왔다고 한다. 골프가 체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란 믿음과 함께 연습이 안겨주는 재미에 빠져들었다. 

투포환을 접고 아예 골프로 전향하기로 마음을 굳혔다. 중학생이던 13살 때 얘기다.
주니어 국가대표로 선발되어 2009년 토요타 월드 주니어컵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으로 선수의 길로 들어섰다.
2010년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골프단체전에서 우승하고 개인경기에선 4위에 올랐다. 그 길로 프로로 전향했다.

 

이후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일본에서 2승(2012, 2015년), 한국에서 2승(2015년 코오롱 코리아오픈, 2016년 코오롱 코리아오픈)을 올렸다.
2016년 PGA 2부인 콘페리투어에 도전, 상금순위 상위권에 들어 2018-2019 PGA투어 카드를 획득했다. 임성재(24)와는 콘페리 투어 졸업 동기다. 

그에게 PGA투어의 벽은 높았다. 잡힐 것 같은 우승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해 5월 80번째로 출전한 대회인 AT&T 바이런 넬슨에서 정상에 올라 만삭의 아내와 감격의 PGA투어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로부터 꼭 1년 후 다시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출전한 이번 AT&T 바이런 넬슨 대회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최종 합계 26언더파 262타로 PGA투어 통산 13승의 조던 스피스(29)를 1타 차로 제쳤다. 역대 최저타이자 한국 선수 첫 PGA투어 2연패 기록이다. 이번엔 아내 품에 안긴 딸과 함께 그 기쁨을 나누었다.

전·현직 세계랭킹 1위 등 스타급 선수들과의 맞대결에서 따낸 결과라 그의 우승은 더욱 빛난다. 
그는 1, 2라운드에 현재 세계랭킹 1위인 스코티 셰플러(미국), 9위 조던 스피스와 한 조로 경기했다. 스피스는 3라운드도 함께 했고, 8위 저스틴 토머스(미국)와는 4라운드에 함께 했다.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이경훈 프로. 사진출처=PGA투어가 제공한 영상 캡처
2022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AT&T 바이런 넬슨 대회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이경훈 프로. 사진출처=PGA투어가 제공한 영상 캡처

 

 

세바스티안 무뇨스(콜롬비아)에 4타 뒤진 공동 6위로 4라운드를 시작한 이경훈은 2번(파4), 3번(파5), 5번(파5), 6번 홀(파4)에서 버디 4개를 낚으며 우승 경쟁에 합류했다.
9번 홀(파5)에서 버디를 보탠 뒤 12번 홀(파5)에서 이글을 잡고 선두로 나섰다. 13번 홀(파4)에서 버디를 추가해 2타 차로 벌였다.

조던 스피스와 잰더 쇼플리,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의 추격이 거센 가운데 17번 홀에서 위기를 맞았으나 파세이브에 성공한 뒤 마지막 18번 홀(파5)에서 투온에 성공, 버디를 추가하며 우승을 확정지었다. 그의 26언더파는 역대 최저타다.

 

그는 사실 올 시즌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다. 톱10은 한 번도 없었고 지난달 마스터스 등 3개 대회서 모두 컷 탈락했다. 지난해 10월 슈라이너스 칠드런스 오픈 공동 14위가 시즌 최고 성적이었다.

이경훈이 이같은 성적 부진을 딛고 우승할 수 있는 비결은 연습벌레라는 별명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연습벌레가 되려면 끈기가 필요하고 그런 끈기를 발휘하려면 무던한 성격이 바탕이 돼야 한다.

그가 가장 좋아하는 모토가 ‘구르는 돌은 이끼 끼지 않는다(A rolling stones gathers no moss)’인 것만 봐도 그의 성실성을 짐작할 수 있다. 

 

끈기 있고 무던해 뵈는 그의 속은 낭만으로 차 있다.
프로골퍼로 성공할 수 없다면 가수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정식으로 가수 수업을 받기도 했다. 노래를 잘 하지만 대중 앞에서보다는 노래방에서 실력을 발휘한다고. 
그의 버킷리스트는 모터사이클로 세계여행을 하는 것이다. 가족이 있으니 실현하기 어려울 것 같다. 대신 캠핑카를 몰고 다닐 수는 있겠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email protected])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