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케오 온천 누문
다케오 온천 누문

일본 규슈의 사가현은 현해탄 건너 한반도와 가장 가까운 땅이다. 사가현에는 겨울이면 몸과 마음이 따끈해지는 온천마을들이 훈훈한 온기를 뿜어낸다.

다케오는 사가현 서쪽에 한적하게 자리잡은 온천 도시다. 마을 골목을 거닐면 따뜻한 온천장의 분위기가 발끝마다 스며든다. 열차에서 내려 옛 일본 전통가옥을 지나 온천장까지 산책하듯 걸을 수 있다.

문화재 등재된 다케오 온천

다케오 온천의 역사는 1300년을 넘어선다. 도심을 오가는 온천문양의 자줏빛 택시는 이곳이 온천동네임을 대변한다. 다케오 온천은 누문, 욕탕 등이 문화재에 등록돼 있다. 주홍빛 누문은 도쿄역과 한국은행 본점을 설계한 다쓰노 긴고의 작품이다. 옛 영주가 사용했다는 본관 욕탕은 내부를 대리석으로 꾸몄다. 히노키탕, 노천탕 등 대중탕은 입구와 가격이 제각각이다.

천년 세월의 온천마을은 저녁 산책이 들뜬다. 해질 무렵이면 온천 누문, 녹나무 등 다케오 시내 명소 곳곳에 조명을 켠다. 온천에서 기차역까지는 작은 상가들이 열을 맞춘 아담한 산책로가 조성돼 있다.

다케오 시립도서관은 온천장, 우주과학관과 함께 작은 소도시의 명물이다. 온천마을의 도서관 연간 이용자수가 백만명쯤 되고 그중 절반이 이방인이다. 개방형 2층으로 단장한 서가에는 카페, 갤러리, 문구점이 공존하며 바리스타 체험, 음악회가 열린다. 온천욕하고 도서관에 들려 몸과 마음을 채우는 여정이 인기 높다.

온천탕 입구
온천탕 입구
우레시노
우레시노

일본의 3대 미인온천 ‘우레시노’

다케오 남쪽의 우레시노 온천은 미인 온천으로 명함을 내민다. 피부미용에 좋은 스베스베(매끈매끈)온천으로 알려진 우레시노는 히노카미 온천, 기츠레가와 온천과 함께 일본의 3대 미인온천으로 꼽힌다.

우레시노 온천 역시 1300년 역사를 지녔으며 아기자기한 골목이 정겹게 다가선다. 골목 모퉁이에서 족욕을 즐긴 뒤 저녁이면 동네사람들이 모이는 낯선 선술집의 문을 두드린다. 이곳 특산물인 온천물두부를 안주 삼아 뜨끈한 일본 술(사케) 한잔을 기울이며 온천마을의 밤을 맞으면 된다.

사가현을 품은 현해탄 바다는 시리게 푸르다. 가라쓰성 인근의 포구마을 요부코는 오징어가 살가운 동네다. 오징어 아침 시장도 열리고 포구에서는 오징어구이를 즉석에서 내다판다.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오징어 회는 이 지역의 간판메뉴다.

사가현은 옛부터 한반도와 다채로운 문화적 소통을 이어왔다. 조선에서 건너간 도공과 자기들의 흔적이 남아 있다. 사가지역 곳곳에서 생산된 명품 자기들은 서쪽 이마리를 거쳐 유럽 각지로 비싼 값에 실려 갔다. 그중 삼면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마리의 도예촌 오카와치야마는 17세기 후반부터 약 200여년간 도자기를 만들던 숨겨진 동네다. 비법이 새나가지 않도록 기술을 보전했던 산골에는 지금도 30여개의 도자기 가문의 ‘요’가 들어서 있다.

오징어회
오징어회

여행메모

교통: 예전에는 사가현까지 한국에서 직항편이 오갔지만 최근에는 후쿠오카를 경유한다. 후쿠오카에서 다케오, 우레시노까지 JR열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다케오역에서 온천까지는 온천택시가 오간다.

음식: 사가지역은 쇠고기인 사가규 맛이 정평 나 있다. 다케오는 온천장 가는 길에 위치한 40년된 교자집이 유명하다. 우레시노 온천에서는 이곳 녹차로 만든 녹차죽과 온천물두부를 먹어본다.

기타: 사가현에서 색다른 하룻밤을 보내려면 요요카쿠 료칸 등 이곳 전통 료칸에서 묵어 본다. 아담한 정원을 간직한 일본 료칸의 진면목을 느껴볼 수 있다. 우레시노에서는 해밀턴 우레시노 호텔이 고풍스럽고 아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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