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서 오늘도 여성을 힘들게 하는 시린 몸, 냉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시리다, 춥다, 차갑다 하는 증상이 생기는 원인은 과연 무얼까요.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 잘 생길까요. 몸이 냉하면 어떤 질병에 취약할까요.

왜 시릴까

36.5도의 체온을 항상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체온조절중추가 잘 작용해서 자율신경 기능이 제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시리고 추운 냉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이런 기능이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결과적으로는 시린 느낌과 반대되는 뜨거운 열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리고 춥다고만 느끼지만, 팔다리와 등, 복부는 시리고 가슴이나 얼굴은 뜨겁다고 호소하는 사람도 같은 이치입니다. 증상은 반대이지만, 자율신경 기능에 문제가 있는 것은 같다는 것입니다.

사춘기, 출산후, 갱년기

생명 유지에 필요한 체온, 수면, 땀, 호흡 등의 모든 활동은 자율신경기능이 원활할 때 정상적으로 유지됩니다. 그러나 자율신경기능 중에 교감신경이 과항진되면, 온도뿐 아니라 모든 감각에 예민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예민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몸 상태가 됐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시리고 추운 감각만 예민한 것이 아니라 감정적으로도 예민하고 우울, 불안, 긴장, 불면 등을 함께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시린 몸을 호소하는 여성의 경우 생리 전후에 감정 기복이 심해지면서 시리고 추운 느낌이 더 심해지기도 하고, 출산 전후에도 마찬가지로 시린 증상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완경 이후에도 마찬가지이고요. 그래서 호르몬 균형이 깨지기 쉬운 사춘기, 출산 후, 50대 전후의 여성이 냉증에 취약합니다.

혈액 순환

혈액 순환 조절이 잘 되면 혈관이 확장되어 혈류가 활발해지고 체내의 열을 발산해서 체온이 올라가게 됩니다. 그리고 추울 때는 반대로 혈관을 긴장시켜 혈액 순환을 스스로 억제해서 체온이 더 내려가지 않도록 열을 보존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정상적인 생리 기능들은 자율신경계가 담당하고 있어서 자율신경기능에 문제가 생기면 혈액 순환 조절이 안 돼 체온이 잘 올라가질 않거나, 국소적으로 순환장애가 생기게 되고 국소부위의 시린느낌, 냉증이 생깁니다. 즉 자율신경실조증은 시린 몸, 냉증의 주요한 원인이 됩니다. 치료는 순환을 잘 조절할 수 있도록 자율신경기능을 회복하는 원인치료가 필요합니다.

소화 기능

한의학적으로는 ‘비주사말'(脾主四末. 소화기의 기능이 손발의 순환상태를 좌우한다)이라는 말이 있는데요, 소화기능이 약한 사람이 수족냉증이 잘 생긴다는 의미로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임상에서도 시린 몸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남녀를 불문하고 소화 기능이 약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소화력이 약해서 식욕이 없고 식사 후에도 나른하고 기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영양적으로도 부족하고 항상 피곤합니다. 이렇게 소화 기능이 약한 사람은 말초까지 혈액을 원활하게 순환시키는 데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지요. 그래서 한의에서는 시린 몸 증상을 치료할 때 인체 대사 순환을 돕고 위장 기능 회복을 돕는 한약과 약침으로 치료합니다. 위장 기능이 회복되어 소화기가 따뜻하고 편안해지면 혈액순환이 좋아지고 기력회복도 빨라지며 체온이 올라가 시린 증상이 없어지는 원리입니다.

스트레스

스트레스를 받으면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혈관이 수축되고 근육이 경직되면서 혈액순환에 장애가 생깁니다. 일시적인 스트레스는 이런 신체 반응이 있었다가도 금방 사라지지만, 장기적인 스트레스는 이런 반응이 오래 지속됩니다. 또한 말초까지 순환이 되지 않거나 국소부위 순환에 문제가 생기며 온몸이 시리고 춥거나 국소부위만 시리고 추운 증상이 나타납니다. 시린 몸을 호소하며 진료실로 내원하는 환자들의 대부분이 만성적인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친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원인이라는 것은 일반적인 상식이지만, 시린 몸 증상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을 환자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몸이 차면 걸리기 쉬운 질병들

몸이 차면 시리고 추운 증상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양한 다른 증상들을 동반하게 됩니다. 그리고 다른 질병들에 쉽게 걸리는 환경이 되기도 합니다. 시린 몸 증상과 동반되는 증상들로는 두통, 어지럼증, 이명, 떨림, 저림, 만성피로, 각종 염증, 면역 저하 그리고 정신적으로는 우울, 불안, 긴장, 불면이 발생합니다. 여성의 경우는 생리통, 생리불순, 불임이 생기고 남성의 경우 발기부전, 남성 불임이 동반됩니다.

그리고 몸이 차면 심장으로 가는 혈류에도 문제가 생겨 뇌졸중, 저혈압 등의 심혈관계 질환에 취약하게 되고 근육으로의 혈류에도 문제가 생겨 목 어깨 허리와 등의 만성 통증이 생기기 쉽습니다.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되는 시린몸, 냉증 이야기는 다음주에도 계속됩니다.

 

 

● 정이안 한의학 박사 프로필

한의학박사, 정이안한의원 원장이며, 자율신경연구소 원장이고, 동국대학교 외래교수이다. 저서로 생활습관만 바꿨을 뿐인데, 직장인건강 한방에 답이 있다, 몸에 좋은 색깔음식 50 등 다수의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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