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줏간의 흔적 간직한 미트패킹

‘뉴요커들은 주말 밤을 위해 산다’는 말이 있다. 뉴욕의 청춘들에게 가장 뜨거운 동네로 손꼽히는 곳이 맨해튼 서쪽의 미트패킹이다. 

미트 패킹(meat packing)은 문자 그대로 예전에 뉴욕의 푸줏간으로 유명했던 곳이다. 200여개의 도축장과 푸줏간이 있던 지역에는 아직도 정육 창고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살덩이를 매달던 철제물의 흔적, 칙칙한 핏물이 밴 에이프런을 두른 아저씨들을 만날 수 있는 ‘으스스’한 동네는 토요일만 되면 맨해튼에서 가장 매력적인 선남선녀들로 채워진다.  

낮에는 브런치 카페, 밤에는 클럽

미트패킹 거리의 한 낮은 오히려 고즈넉하다. 동유럽처럼 돌길로 채워진 골목에서는 차들이 지날 때마다 ‘달그락 달그락’ 소리를 내며 고풍스런 분위기마저 연출한다. 낯선 공간에 가장 먼저 들어선 것이 브런치 카페들이다. 이제는 고전이 된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에 등장한 뒤 유명해진 브런치 카페들은 관광객들이 한번쯤 들러보는 명소가 됐다. 음식 맛도 뛰어날 뿐 아니라 종업원들이 모델 뺨치는 외모를 지니고 있다. 

미트패킹의 ‘물 좋은 동네’로 급부상한 것은 뉴욕에서도 내로라하는 클럽들 때문이다. 토요일밤 10시만 넘으면 곳곳에서 택시를 타고 늘씬한 미녀들이 나타난다. 짧은 치마에 등이 훤하게 파인 드레스를 입은 여인들이 클럽 입구에 줄을 서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물 좋기로 소문난 클럽들은 늦은 밤이 되기 전까지는 허름한 창고와 어우러진 모습을 하고 있다. 

브런치 카페
주말 밤의 미트패킹

창고형 현대미술의 아지트, 첼시 

미트패킹에서는 할리우드 스타를 종종 만나기도 한다. 미트패킹은 50여개의 부티크숍과 바, 레스토랑이 푸줏간과 어우러져 공존하며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푸줏간 시절의 추억을 그리워하듯 돼지 모형으로 꾸민 장식물들도 골목 곳곳에서 발견된다. 미트패킹 서쪽은 허드슨 강에 접해 있다.  

미트패킹에서 북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현대미술의 아지트’인 첼시와 연결된다. 90년대 이후 소호의 아티스트들이 새롭게 둥지를 튼 곳으로 허름한 창고형 밀집지역에 200여개의 갤러리와 갤러리 빌딩이 밀집돼 있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발길도 뜸하고 범죄도 빈번했던 지역이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의 작품부터 젊은 작가들의 실험작까지 수천종의 미술품을 감상할 수 있는 거리로 변신했다. 첼시의 대부분 갤러리들은 게다가 입장도 무료다. 

첼시로 가는 길이 흥미로운 것은 인근 웨스트 빌리지가 뉴욕 게이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지역이기 때문이다. 웬만한 바에 들어서면 유독 잘 생기고 친절한 게이들을 만날 수 있으며 게이 거리의 상징인 무지개 깃발도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매년 여름에는 게이 페스티벌도 열린다. 

미트패킹 뒷골목 풍경
골목길 돼지조형물
미트패킹 밤거리
첼시 거리 레스토랑
첼시 갤러리

여행메모

교통: 미트패킹까지는 A,C,E 메트로를 타고 14번가에서 하차한다. 뉴욕대학에서 그리니치 빌리지, 브리커 거리를 거쳐 걷는 길에 드라마의 배경이 된 바들과 아기자기한 골목들이 늘어서 있다. 허드슨 스트리트 인근이 미트패킹 지역이다. 

식당: 미트패킹을 낮에 방문했다면 브런치를 즐겨 본다. 주말 저녁은 예약 필수이며 일부 바에서는 신분증 검사를 하기도 한다. 클럽들은 멤버십으로 운영되는 곳이 있다.

기타: 뉴욕에서 옛 홍대 앞 분위기를 향유하려면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를 방문한다. 빈티지풍 청춘들이 거리를 활보하고 현란한 그래피티(벽화)가 골목을 뒤덮고 있으며 미트패킹보다 저렴하게 브런치를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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