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경의선 타고 가는 훈훈한 장터, 일산 5일장 < 서진의 여행에세이 < 기획·연재 < 라이프·문화 < 기사본문

경의선 타고 가는 5일장은 흥미진진하다. 고양 일산역 앞에는 매 끝자리 3,8일에 추억의 5일장이 선다. 고양시에 남아 있는 유일한 5일장은 유래가 100년쯤 됐다.

덜컹거리는 경의선 전철타고 가는 5일장 여행은 출발부터 설렌다. 일산역에서 일산시장 인근까지는 좌판이 꽤 넓게 널려 있다. 찻길까지 차지한 노점에서는 외지인을 대상으로 곧바로 거래가 이뤄지기도 한다. 지날 틈 없이 빽빽한 길이지만, 코로 전해지는 구수한 장터 향기에 마음은 훈훈해진다.

고양 일대 남은 100년 세월 5일장

일산 5일장의 유래는 100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산장의 모태가 된 것은 지금의 대화동 일대에 서던 사포장이다. 1900년대 초반 경의선이 개설되고, 면사무소도 이전하면서 장터는 일산역 인근 일산 사거리로 옮겨졌다. 일산장은 한때 파주, 고양의 중심상권으로 호황을 누렸다. 논을 매립해 시장을 확장했고 우시장까지 들어설 정도로 규모는 커졌다.

일산시장은 목조건물을 헐고 새롭게 단장한 후 상설시장이 됐고, 5일장은 민속장의 형태로 매 3,8일에 일산시장 주변에 들어서고 있다. 일산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시장의 의미를 넘어 도심 속 전통 5일장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고양 일대에 남은 민속 5일장으로는 이곳이 유일하다.

시골 5일장이 아침 일찍 열려 오전에 정점을 찍었다가 오후 무렵 스러지는 것과는 달리 이곳 5일장은 점심때가 지나야 오히려 사람들이 빼곡하게 찾아든다. 인근에 주택가가 밀집한, 변형된 도심형 5일장의 색다른 모습이다.

등갈비, 수수전병, 뻥튀기 ‘군침’

일산 5일장에서는 즉석에서 기름을 뽑아내는 진풍경도 엿볼수 있고, 수수전병 가게, 5일장의 단골인 뻥튀기 아저씨도 장터 귀퉁이에서 만나게 된다. 길 한 편을 차지한 할머니들은 무, 오가피, 치자 등을 내다팔며 온기를 더한다. "얼마 있느냐. 가격에 맞춰 다 있다"는 흥겨운 흥정도 장터 분위기를 돋운다. 엿장수의 가위 장단과, 장돌뱅이들의 고함 소리마저 5일장의 추임새 역할을 한다.

일산 5일장의 명물은 등갈비다. 노천에 등갈비 가게가 들어서 있는데, 커다란 뼈에 듬직한 살점과 일대를 자욱하게 채우는 구수한 연기가 시장기를 자극한다. 시장 한 복판에 앉아 즉석에서 석쇠에 등갈비를 구워먹는 묘미는 색다르다. 등갈비와 함께 떡갈비, 갈빗살 등도 궁합을 맞춘다. 옛 오일장터에 우시장이 들어섰다는 점을 상기하면 등갈비 한 점은 살갑게 다가선다.

일산 민속 5일장 주변은 많이 변했다. 빈번하게 경의선이 오가는 일산역은 새 역사로 단장됐고 구 역사는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채 들어서 있다. 시장은 건물과 아파트 숲 안의 둥지처럼 아늑하게 자리한 채 옛 추억을 담아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