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닥 및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지난달 2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스크린에 코스닥 및 원/달러 환율 등이 표시돼 있다.ⓒ연합뉴스

2023년 주식시장도 어느덧 중간 반환점을 돌았다. 상반기를 돌아보면 투자자들의 우려와 달리 증시는 양호했다. 한국 증시의 표준인 코스피는 1월 3일 2180.67포인트로 연저점을 기록했으나 5개월 뒤인 6월 12일 연고점인 2650.45포인트에 도달하며 저점대비 약 21%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한 주체가 있다. 바로 외국인이다. 그동안 천수답(天水畓) 장세를 보여왔던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의 복귀는 단연 가뭄에 단비였다.

외국인은 올해 1월 2일부터 6월 26일까지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12조 8000억원의 주식을 순매수했다. 그 과정에서 삼성전자, 현대차 등 지수 기여도가 높은 대형주가 대부분 올랐다. 하반기에도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코스피는 현 수준보다 위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외국인의 추세적 복귀를 단언할 수는 없다. 6월 넷째 주(6월 19일~6월 23일)에 나타난 수급 동향 때문이다. 당시 외국인은 11주 만에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 주식을 순매도했다. 규모는 약 1조 1000억원이었다. 시장에선 외국인의 이탈이 시작됐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여러 변수들을 고려하면 외국인의 주식 순매도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아직 한국 시장에서 마음을 돌릴 이유가 없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그 근거로 주가 방향을 결정하는데 기본이 되는 기업 실적이 나쁘지 않다. 통상 실적 지표로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을 가장 많이 참고한다. 12개월 선행은 현재 시점부터 향후 12개월, 즉 미래 1년 기간을 말한다.

주가는 항상 과거에 기록했던 실적이 아닌 미래 기대치에 관심을 둔다. 최근 이 지표가 반등하고 있는 게 긍정적이다. 과거 경험상 외국인은 실적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 실적 방향에 따라 외국인 수급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이 시장의 정설이다.

그렇다면 6월 넷째 주에 나타났던 외국인 순매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것은 단기적으로 높아진 통화긴축 우려와 원/달러 환율 상승에 기인한 결과로 본다.

현지시간 6월 14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종료됐다. 분기 말에 열린 회의라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경제전망까지 발표됐다. 모두가 주목한 점도표의 경우, 올해 기준금리 중앙값이 5.1%에서 5.6%로 상향 조정되면서 공포심리를 자극했다.

게다가 6월 20일 진행됐던 의회 청문회에서 파월 연준 의장이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한 것도 외환시장을 흔들기 충분했다. 그 여파로 원/달러 환율은 6월 16일 1271.9원에서 6월 23일 1304.2원으로 상승했다.

외국인 입장에서 원/달러 환율 상승(원화 약세)은 한국 주식을 팔게 만드는 요인이다. 내국인이 주식 투자에 나설 경우 주가 변동, 즉 시세 차익에만 신경을 쓴다면 외국인은 환율 변화에 따른 환차익까지 고려한다. 시세 차익을 얻더라도 환율이 달라질 경우 환차손이 발생해 최종 수익률이 마이너스(-)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외국인이 한 달 전 원/달러 환율이 1000원일때, 1만원짜리 주식을 1주 샀다고 하자. 한 달이 지난 후 환율에는 변화가 없고 주가만 1만 2000원으로 올랐다고 가정하자. 이때 외국인은 2000원의 시세차익을 얻는다. 또한 현재 환율 1000원을 적용하면 본국에 2달러를 가져갈 수 있다.

반면 주가 상승과 함께 환율도 1200원으로 같이 오른 경우를 생각해보자. 외국인은 최종적으로 1.67달러(2,000원/1,200원)만 가져갈 수 있다. 환율 변화에 따라 0.33달러만큼 수익이 줄어든 것이다. 이런 현상을 일반화하면 환율이 오를수록 외국인 입장에선 기대수익률이 낮아지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시장에서 외국인의 이탈을 자극하는 요인인 것이다.

그러나 서두에 언급했듯이 외국인의 이탈이 추세적 현상은 아니라고 강조한 바 있다. 환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모든 업종에서 국내 주식을 매도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업종별로 살펴보면 기계, 조선, 자동차, 반도체 업종은 오히려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환율 상승에 대한 부담을 무시할 정도로 성장성이 높고 돈을 벌 수 있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기계 업종에선 두산밥캣과 현대로템에 외국인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 두산밥캣은 미국 내 인프라 투자가 매출 향상에 기여할 것이란 전망이 반영되어 있다. 현대로템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전차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긍정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해외 순방에서 방산 협력을 강조한 점도 자금 유입에 기여하고 있다.

자동차와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자동차는 전기차 수출 호조가 호재다. 반도체는 실적 회복이 가시화된 것은 아니나 엔비디아가 쏘아 올린 인공지능(AI) 열풍이 반도체 수요 확대로 연결될 것이란 기대가 주가에 녹아 들고 있다. 6월에 발표된 3분기 수출경기전망지수에서 모든 품목 중 반도체가 가장 큰 폭으로 개선된 점도 성장 기대치를 높인 요인이다.

이처럼 수출 회복으로 매출이 증가할 수 있는 산업에 대해 외국인은 여전히 순매수로 대응하고 있다.

외국인이 정말 한국을 떠날 마음이었다면 한국 대표 산업과 종목을 매수했을 리가 없다. 전면적 매도 징후를 부정하는 반증이다. 결국 외국인의 추세적 이탈을 주장하기엔 아직 이르다는 생각이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현상에 대해서도 미리 겁 먹을 필요는 없다. 외국인이 1주일 정도 팔았다 해서 움츠리기엔 갈 길이 더 남았다. 시장에 대한 낙관론을 내려놓을 시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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