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선 KG그룹 회장. 사진=KG모빌리티 제공
곽재선 KG그룹 회장. 사진=KG모빌리티 제공

[데일리한국 안효문 기자] KG모빌리티(옛 쌍용자동차)의 경영 정상화에 속도가 붙고 있다. KG그룹을 중심으로 한 KG컨소시엄이 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SUV 명가’의 진면목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KG모빌리티는 2016년 4분기 이후 7년(25분기) 만에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회사는 2023년 1분기 경영실적으로 △판매 3만5113대 △매출 1조850억원 △영업이익 94억원 △당기순이익 165억원 등을 보고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KG모빌리티의 빠른 정상화를 주도하는 곽재선 회장의 행보에 주목한다. 과감한 추진력에 소탈한 모습까지 공식 석상에 나타난 곽 회장의 일거수일투족은 화제가 되고 있다. 

◇ 부실기업 인수해 그룹 주력으로 키워내는 승부사

재계에서 곽 회장은 아직 베일에 싸인 인물로 평가된다. 곽 회장은 1959년생으로 상고를 졸업한 뒤에 한 건설회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85년 건설플랜트기업인 세일기공을 공동 설립,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곽 회장의 이력에는 ‘인수합병(M&A)의 귀재’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경영난에 시달리던 기업을 인수, 흑자전환해 그룹 주력 사업으로 성장시킨 사례가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다.

KG그룹의 모태가 되는 경기화학(현 KG케미칼)이 대표적이다. 곽 회장은 2003년 국내 최초 비료회사인 경기화학을 인수하며 KG그룹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경기화학은 1999년부터 법정관리를 받는 등 부실기업이란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곽 회장은 경기화학 인수를 성사시켰다.

곽 회장은 경기화학 인수 6개월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경기화학의 매출액은 인수전 1341억원에서 지난해 4조9315억원으로 급증했고, 현재 KG그룹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곽 회장은 이니시스, 에듀원, KFC코리아, 동부제철 등을 차례로 인수하며 그룹 성장의 동력으로 삼았다.

KG스틸 당진공장. 사진=KG스틸 제공
KG스틸 당진공장. 사진=KG스틸 제공

특히 동부제철의 인수는 곽 회장이 재계의 주목을 받는 중요 사건으로 평가된다. 동부제철은 2014년 경영난 속에 채권단과 자율협약을 체결했고, 2015년부터 워크아웃(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간 상황이었다. 곽 회장은 2019년 3600억원을 투자해 동부제철을 인수했고, 같은 해 2월 KG동부제철(현 KG스틸)이 출범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곽 회장은 “KG동부제철은 향후 KG그룹을 이끌어 갈 맏형 역할을 할 것”이라고 자신했다는 후문이다. 

곽 회장은 KG동부제철의 신임 회장직을 맡아 출범 첫 날부터 컬러강판 및 연구개발(R&D) 연구소 투자 계획 등 중장기 로드맵을 발표했다. 적자에 시달리던 강관사업부를 매각하고, 비용저감 활동을 전개하는 등 체질개선 작업도 병행했다.

KG스틸은 2022년 매출 3조3548억원, 영업이익 2969원 등을 달성했다. 전년대비 매출액 43%, 영업이익은 176% 증가했다. 곽 회장의 예언(?)대로 견실한 기업으로 변모한 셈이다.

곽 회장이 이끄는 KG그룹은 KG케미칼과 KG스틸, KG모빌리티 등 9개 분야 20여 개 기업을 거느린 그룹사로 성장했다.

◇ 곽 회장이 찾은 KG모빌리티 생존법…’틈새시장 공략’

2020년 12월 21일, 당시 인도 마힌드라 소속이었던 쌍용자동차가 11년 만에 경영악화로 법정관리를 다시 신청했다. 2021년부터 시작된 쌍용차 새 주인 찾기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 이듬해 5월 13일 서울회생법원에서 조건부 인수 협상자로 KG컨소시엄을 선정했다. 

2022년 9월 1일 곽 회장은 쌍용자동차 회장으로 취임했다. 같은 해 10월 회사는 기업회생절차 종결을 신청했고, 익월 11일 완전히 종결됐다. 

곽재선 쌍용차 회장. 사진=쌍용차 제공
곽재선 쌍용차 회장. 사진=쌍용차 제공

곽 회장은 당시 쌍용차 인수가 마무리되기 전인 2022년 7월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신차 토레스 출시행사에서 "쌍용차 인수를 하게 된 마음가짐은 사명감을 뛰어넘는 소명감"이라며 "쌍용차가 제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어려움을 겪는 경영자의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하며 부담감을 숨기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곽 회장은 "쌍용차는 우리나라 안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황이다. 현대차가 큰 형님이라면 (쌍용차도) 해외 진출을 해야 할 것”, “쌍용차도 반드시 멋진 회사로 다시 태어날 것을 약속드린다" 등의 발언으로 향후 회사의 방향성을 나타내기도 했다.

2023년 3월 주주총회를 통해 KG모빌리티로 사명을 바꾼 뒤 회사의 행보는 △해외 판매 강화 △효율적인 라인업 강화 △전동화 등으로 구체화됐다. 내수판매를 회복하되 현대차 등 ‘큰 형님’과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고, 유럽 및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해외시장 개척에 힘을 실으며 그간 약점으로 지목됐던 전기차 부문 확대를 추진하는 것이 핵심이다.

지난 4월 열린  '2023 서울모빌리티쇼'에서의 일화에서도 곽 회장의 심중을 엿볼 수 있다. 모터쇼 현장에서 곽 회장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담소를 나눴다. 정의선 회장이 KG모빌리티 부스를 방문해 "좋은 차들이 많다. 판매는 괜찮은지" 묻자 곽 회장은 "우리는 캐파(생산규모)에 한계가 있어 큰 시장에 진출하기는 어렵고, 조그만 시장에 진출해 현재 생산규모를 충분히 활용할 것"이라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 서울모빌리티쇼 KG모빌리티 프레스데이에서 곽재선 회장이 신차 토레스 EVX와 기념촬영에 나선 모습. 사진=KG모빌리티 제공
2023 서울모빌리티쇼 KG모빌리티 프레스데이에서 곽재선 회장이 신차 토레스 EVX와 기념촬영에 나선 모습. 사진=KG모빌리티 제공

모빌리티쇼에서 KG모빌리티는 베스트셀링카 토레스를 기반으로 한 전기차 '토레스 EVX'를 공개했다. 이후 주력 라인업인 렉스턴과 렉스턴 스포츠, 티볼리 등의 부분변경차를 출시해 상품성을 끌어올렸다. 

해외시장 공략도 활발하다. KG모빌리티는 사우디아라비아 SNAM사의 KD 협력사업의 일환으로 올해부터 1단계 현지 조립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며, 지난 2월에는 아랍에미리트(UAE)의 NGT사와 수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베트남 푸타(FUTA) 그룹 산하 킴롱모터(Kim Long Motors)와도 KD 계약을 체결했다. 신흥 시장에서 현지 생산 체계를 구축, 가격 및 품질 경쟁력 확보에도 승부에 나선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쌍용차 인수전에 참여했던 에디슨모터스의 인수도 추진한다. KG모빌리티는 에디슨모터스 실사 결과 국산화율 85% 이상의 전기버스를 생산할 정도로 기술경쟁력을 갖췄고, 영업망도 보유하고 있어 충분히 회생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이다. 인수가 마무리되면 KG모빌리티는 1983년 이후 40년 만에 국내 버스시장에 복귀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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